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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ETRI 기술 포장에 서울시 초고속 공공 와이파이 좌초 위기
기반기술 MHN 실체조차 모호…"ETRI의 기술 사기극" 주장
2016-10-05 07:00:00 2017-03-20 18:11:56
[뉴스토마토 최병호기자] 국책연구기관인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이 기술 과대포장 논란에 휩싸였다. 서울시는 내년부터 이동무선 백홀(MHN, Mobile Hotspot Network) 기술을 기반으로 공공 와이파이를 구축한다는 방침이지만, 아직 사업자도 찾지 못했다. 핵심이 되는 ETRI의 MHN 기술은 아직 상용화가 되지 않았다. 취재팀은 ETRI 출신의 제보자 증언 등을 토대로 9월 한 달간 추혜선 정의당 의원과 관련 의혹을 추적했다. 추 의원은 5일 국정감사에서 이를 집중 추궁한다.
 
서울시가 올해 2월 발표한 '서울 디지털 기본계획 2020'에 포함된 '지하철 통신서비스 수준 향상 사업(공공 와이파이 사업)'은 고속으로 달리는 지하철에서도 끊김 없는 무선통신을 제공하겠다는 취지로 마련됐다. 서울시는 민자 유치를 통해 내년부터 서울 시내 지하철 1~9호선 역사와 열차 전체에 300Mbps 이상의 초고속 공공 와이파이 설치를 완료할 계획이다. 300Mbps는 1GB 영화를 30초 만에 다운로드할 수 있는 속도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전경. 사진/ETRI
 
취재팀이 최근 입수한 서울시의회 자료를 보면, 서울시는 통신서비스 사업과 관련해 ETRI의 자문을 얻은 것으로 확인된다. MHN은 광대역 주파수 스펙트럼을 활용, 기존 와이브로(Wibro) 기반의 모바일 핫스팟보다 훨씬 빠른 무선망을 제공한다. 서울시는 2월 계획 발표 후 4월에 MHN 상용화를 위한 사업공고를 냈지만 아직까지 사업자를 찾지 못했다. 공공 와이파이 도입 시점으로 잡은 내년 초까지 일정을 완료하는 일은 사실상 불가능해졌다. 
 
더 큰 문제는 MHN 기술의 상용화다. ETRI는 지난해 2월과 7월 대전과 서울 지하철에서 시연에 성공했다고 발표했지만, 제보자 등에 따르면, ETRI가 시연에 성공했다는 MHN 기술은 단말기 몇 대를 가지고 진행된 것으로, 고속으로 이동하며 객차 내 수백명이 동시에 접속하는 서울 지하철 상황을 반영하지 못한다. 더구나 ETRI의 MHN 사업 내역을 보면, ETRI가 지난 9월8일 MHN 기술이전 업체로 선정한 K사는 하드웨어 업체다.
 
ETRI가 올해 4월 작성한 사업계획서를 보면, ETRI가 이전하는 기술 범위는 5G 단말·기지국 소프트웨어, 모뎀 설계기술 등이다. 정상적이라면 소프트웨어 업체가 하드웨어 기술을 이전받아야 한다. 업계 관계자는 "MHN 상용화를 위해서는 모뎀과 소프트웨어 동시 개발이 필수적"이라며 "K사는 하드웨어 업체인 탓에 MHN 기술 관련 상용제품 개발이 진행되고 있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ETRI 관계자는 "지난해 수행한 시연의 핵심은 이동무선 백홀 용량 검증이고, 객차 내 이용자 수와는 직접적 관련이 없다"며 "MHN 기술 이전받은 업체는 모뎀 개발업체로 소프트웨어 개발 경험이 풍부하다"고 해명했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2015년도 MHN 연차보고서. 자료/ETRI
 
아울러 ETRI가 지난 2014년 초부터 개발에 착수한 '스몰셀(Small Cell)' 기술은 국내 중소기업이 이미 상용화해 납품과 수출까지 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스몰셀은 작은 소형 기지국을 지칭하는 용어로, 일반 이동통신 기지국의 전파범위가 미치지 않는 곳에 설치해 통신 사각지대를 없애는 장비다. ETRI는 지난해 6월 보도자료를 통해 "국내 연구진이 스몰셀의 핵심 소프트웨어와 기반기술 개발에 성공했다"며 "차세대  먹거리로 주목받은 스몰셀 관련 기술은 글로벌 통신기업이 시장을 선점했지만 앞으로 완전 국산화할 수 있게 됐다"고 홍보했다.

그러나 관련 업계에 따르면, 스몰셀 기술은 이미 I사, C사, J사 등 국내 중소기업이 2012년부터 관련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개발, 삼성전자와 중국 등에 납품하고 있다. 이들은 ETRI의 스몰셀 관련 기술이전 제안을 거부했다. 이미 상용화된 기술인데, 굳이 돈을 내고 기술을 전수받을 필요가 없다는 이유에서다.
 
이에 대해 ETRI 관계자는 "ETRI가 개발한 스몰셀 기술은 현재 국내 업체들의 기술보다 업그레이드된 것으로, 현재 중소기업들이 비싼 로열티를 주고 수입하는 상황에서 소프트웨어 국산화에 의의가 있다"며 "국내 기업들의 기술문의가 계속 되고 있다"고 해명했다. 서울시는 "MHN 기술이 아직 상용화되지 않았기 때문에 내부적으로 해당 사업에 적용키 어렵다고 잠정결론을 내렸다"고 말했다.
 
최병호 기자 choibh@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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