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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엘리베이터 지진대비 안전장치 설치율 고작 0.8%
총 58만대 중 4476대 설치…김영주 "관련법 속히 마련해야"
2016-09-27 16:49:40 2016-09-27 16:49:40
[뉴스토마토 박주용기자] 지진 공포가 점차 커지고 있는 가운데 전국에 설치된 엘리베이터가 지진 대비에 취약한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경주 지진 당시, 급한 마음에 엘리베이터를 이용해 대피하려던 주민이 엘리베이터에 갇히는 등 크고 작은 사고가 발생한 바 있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김영주 의원이 국민안전처로부터 제출받아 27일 공개한 국내 승강기 현황 자료에 따르면, 전국에 설치된 엘리베이터 58만4000여대 가운데 지진 대비 안전장치로 알려진 ‘지진관측 감지기’가 설치된 엘리베이터는 4476대, 0.8%에 불과했다. 1000대 중 992대는 지진 관측 감지기가 없어 지진이 발생할 경우 화재와 추락 등 2차사고에 무방비로 노출된 것이다.
 
지진관측 감지기는 지진으로 인한 진동 발생 시 자동 관제시스템을 작동해 운행 중인 승강기가 가장 가까운 층으로 이동해 문을 개방하고 승객들이 안전하게 대피할 수 있도록 돕는 장치를 말한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이를 도입할 수 있는 법과 기준이 준비돼 있지 않아 건축주가 필요할 경우 자율적으로 설치하고 있는 상황이다.
 
김 의원은 “지진이 발생할 경우, 엘리베이터 이용보다 계단으로 대피하는 것이 더욱 안전하다는 것은 누구나 아는 사실”이라며 “그러나 대피요령을 숙지하고 있는 사람들조차 긴박한 상황에서는 계단을 이용하는 대피방법보다 엘리베이터를 택하는 일이 종종 일어난다”고 말했다. 그는 “일본은 건축법(JEA Guide)에 규정이 있고, 미국(ASME A17.1)과 유럽(EN81-77)은 별도의 지진대비 승강기 안전기준을 마련한 상태”라고 설명했다.
 
김 의원에 따르면 국민안전처는 지진대비 안전장치 도입 기준과 관련해 “지진에 대비한 승강기 기준이 전혀 없고 국제 표준화기구(ISO)에서 지진에 대비한 국제기준 마련을 논의 중에 있어, 국제기준 제정 즉시 국내 기준에도 반영할 예정”이라고 답한 것으로 전해졌다. 안전처는 이어 “현재까지 내진설계가 반영된 초고층 건물은 지진 발생시 건축물에 구조적 변화가 없을 경우 승강기 이용에 큰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김 의원은 “정부의 안전불감증에 안타까움을 감출 수 없다”고 비판하며 “언제까지 국제기준(ISO)을 마냥 기다릴 수는 없는 상황이다. 관련법 기준이 잘 정비돼 있는 일본, 미국, 유럽의 기준을 우리나라 특성에 맞게 필요한 부분은 반영해, 국민들의 안전과 생명을 위해서라도 관련법 기준을 하루 속히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런 가운데 김 의원은 ‘승강기시설 안전관리법’과 ‘건축법’ 개정안을 10월 중 발의할 예정이다. 김 의원실 관계자는 이날 <뉴스토마토>와의 통화에서 “지금 건축법상으로 내진과 관계된 설계를 하도록 돼 있지만 엘리베이터에 관한 부분은 시행령에도 없고 법에도 전혀 언급이 없다”며 “엘리베이터 설치 관련 기준에 내진설계에 관한 내용을 담을 것”이라고 말했다. 엘리베이터에 관한 내진 설계를 좀 더 강화하자는 것이 개정안 발의의 취지라고 김 의원실 관계자는 설명했다.
 
한국승강기안전공단 백낙문 이사장(오른쪽)이 지난 22일 경북 경주시에 위치한 한 아파트를 찾아 지진으로 인한 승강기 특별 안전점검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박주용 기자 rukaoa@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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