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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진해운 핵심자산 매각…현대상선 ‘난색’
"선박 인수 등 도움되지 않아"…"현대상선 핵심자산도 매각한 터"
2016-09-12 06:00:00 2016-09-12 06:00:00
국내 1위 해운선사인 한진해운(117930)이 법정관리 수순에 들어가면서 정부는 경쟁사인 현대상선(011200)에 핵심사업을 넘기면 시너지효과를 볼 것이라고 하지만 정작 당사자인 현대상선의 반응은 회의적이다. 금융당국이 추진 중인 한진해운의 선박, 터미널 등 알짜자산을 현대상선이 인수하도록 해 물류 경쟁력을 높이겠다는 계획이지만,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의견이 현대상선측의 의견이다. 
 
한진해운이 지난달 31일 법정관리를 신청하면서 미국 캘리포니아주 롱비치 항만에 입항하지 못하고 해상에 정박해있다. 사진/뉴시스
 
11일 현대상선 고위 임원은 “정부가 한진해운의 알짜자산인 선박, 터미널, 인력 등 우량자산을 현대상선에 넘겨 물류 경쟁력을 높이겠다는 방침”이라면서 “하지만 현대상선 입장에서는 그다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난색을 보였다. 
 
한진해운의 핵심 자산으로 분류되는 평택 컨테이너 터미널과 부산신항만 지분, 베트남 틴깡가이멥 터미널 지분, 아시아 8개 항로 영업권은 이미 한진그룹 계열사 등에 매각됐다. 한진해운이 보유한 선박 역시 현대상선 입장에선 매력적이지 않다. 이미 현대상선은 1만3000TEU(20피트 길이의 컨테이너 크기를 부르는 단위)급 초대형 컨테이너선 10여척을 발주했거나 보유하고 있다. 
 
과거 해운사간 노후선박 과잉공급 탓에 ‘치킨 게임’을 벌이면서 큰 손실을 경험했기 때문에 현대산성이 굳이 한진해운의 노후선박을 인수해야 할 이유가 없다. 여기에 글로벌 해운선사들이 선박 대형화를 통해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는 와중에 현대상선이 한진해운의 중소형 노후 선박을 인수해 몸집을 키우는 건 대규모 영업적자를 기록중인 현대상선에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또 정부에서 내놓은 한진해운 핵심자산인 ▲선박 사선 37척 ▲롱비치 터미널·광양 터미널·HPC 터미널 운영권 ▲네트워크 및 인력 약 2000~3000명(4757명 중 핵심인력 선별) 등을 현대상선이 인수하기 위해선 최소 4000억원 수준 자금이 필요하다. 현대상선 상반기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1월~6월까지 영업적자는 4297억원을 기록해 지난해 손실 833억원 보다 5배 이상 폭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현대상선 고위 임원은 “지난 3월 자율협약 신청 당시 현대상선은 벌크 전용선 사업부(1200억원), 싱가포르항만공사(PSA)와 현대부산신항만 지분 40% 등을 매각했다”면서 “우리 핵심자산을 매각한 상황에서 한진해운 자산을 인수하는 게 도움이 될까 싶다”고 의문을 제기했다. 
 
여기에 한진해운의 화주 물량 역시 현대상선의 실적개선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다. 현대상선은 지난 9일 광양을 거쳐 미국 LA에 도착하는 4000TEU급 선박 4척을 순차적으로 투입했다. 한진해운의 선박이 운항 중단으로 수출 화물의 발이 묶이면서 현대상선이 소방수로 긴급하게 투입된 것이다.  
 
현대상선 관계자는 “이날 선적 예약률이 1항차 90%, 2항차 60% 수준으로 추가 선적이 가능한 상황이라면서 당초 예상과 달리 실제 긴급 수송물량이 많지 않다”고 설명했다. 한진해운의 주요 고객은 삼성전자와 LG전자로 주로 미국과 유럽 항로를 이용한다. LG전자의 경우 전체 물동량의 약 20% 가량을 한진해운에 발주하고 있다. 이 가운데 고가제품인 휴대폰은 항공물류를 이용하기에 해운물류 비중이 떨어진다. 
 
업계 관계자는 “LG전자의 경우 북미항으로 가는 물량이 가장 많은데, 한진해운이 20% 담당하고 있다”면서 “멕시코와 브라질 등 해외 현지공장에서 제품을 생산하기 때문에 물량 자체는 많지 않다”고 설명했다.
 
한진해운의 선박, 인력, 터미널 운영권 등 핵심자산 현황과 앞서 한진그룹으로 매각한 한진해운 자산 현황이다. 자료/한진해운
 
김영택 기자 ykim98@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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