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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만 모르는 불법전매?…단속, 못하나 안하나
관심 조금만 가져도 불법전매 확인 가능…"주택시장 우려해 단속 소극적"
2016-09-07 15:34:03 2016-09-07 15:34:03
[뉴스토마토 김용현기자] 정부의 가계부채 대책 발표 이후 분양권 시장이 더 뜨겁다. 공급물량 축소에 신규 분양시장은 물론 기존 분양단지들에 대한 수요자들의 관심이 더 늘고 있기 때문이다. 수요자들이 몰리며 분양 현장에서는 불법전매도 더욱 기승을 부리고 있다. 정부가 철저한 단속에 나서겠다고 공언했지만 이를 비웃기라도 하듯 불법전매는 판을 치고 있다. 인터넷 커뮤니티 사이트나 중개업소에 문의만 해도 내용을 알수 있지만 단속은 '수박 겉핥기'에 그치고 있다는 지적이다.
 
7일 포털사이트에 등록된 부동산 커뮤니티 사이트들을 살펴본 결과 전매기한이 끝나지도 않은 단지들의 분양권을 팔겠다는 글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었다.
 
지난달 인천 청라에서 분양한 한 단지는 이날부터 시작된 계약과 맞춰 분양권을 팔겠다는 매도자들이 심상치 않게 등장하고 있다. 이 단지는 택지지구로 전매제한이 1년으로 묶여 있다. 분양권 전매는 엄연한 불법이다.
 
인터넷 부동산 커뮤니티 사이트 캡쳐. 전매제한이 풀리지 않은 단지에 대한 매도 고민글이 올라오자 매수 의사가 있다는 답변이 줄을 이었다.
 
 
분양 현장 중개업소에서도 전매제한이 풀리지 않은 물건 중개알선이 공공연하게 이뤄지고 있다. 전매제한이 풀릴 경우 가격이 더 오를 수 있다며 불법전매를 부추기기까지 했다.
 
경기 남양주 다산신도시 A중개업소 관계자는 다산신도시 전매 가능한 물건을 묻자 "아무리 저층이라도 진건지구는 3000만원은 웃돈을 줘야한다. 그나마도 찾는 사람이 많아 물건이 없다"며 "당장 추석 지나면 이달에 전매가 풀린다. 올해 4개 단지나 전매제한이 풀리면 (웃돈은)더 오를거다. 그나마 지금 사야 조금이라도 싸게 산다"고 말했다.
 
이처럼 불법전매가 수도권 분양시장에서 판을 치고 있지만 국토교통부는 여전히 단속에 소극적인 모습이다. 지난 6월 800여건, 7월 851건의 분양권 다운계약 의심사례를 적발하기는 했지만 전매제한이 풀리지 않은 상태에서의 불법거래는 현장단속에 나서거나 지난달 1일부터 '부동산 불법거래 신고센터'를 통해 국민 신고를 받는 수준에서 그치고 있다.
 
남양주 다산신도시 모습. 추석 이후 순차적으로 분양권 전매제한이 풀리지만 이곳에서는 여전히 불법전매가 행해지고 있다. 사진/김용현 기자
 
 
현장에서도 국토부의 단속에 크게 개의치 않는 모습이다. 하남 미사강변도시 한 중개업소 관계자는 "어차피 단속이라는게 가격 신고한 것을 토대로 지나치게 낮은 신고가격을 잡는 것"이라며 "전매제한이 풀리고 거래를 신고할 때 주변과 비슷한 수준에서 신고하면 된다. 가격 신고 전에 단속되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주택시장 침체를 우려해 단속에 소극적일 수 밖에 없을 것이라며 불법전매를 '안잡는 것이 아니라 못잡는 것'이라는 얘기도 나온다.
 
세종시 중개업소 관계자는 "전세 상승에 따른 영향도 있지만 국내 주택가격이 오르는 것은 새아파트 공급에 따른 영향도 무시할 수 없다"며 "분양권 시장이 죽을 경우 청약 경쟁률이 낮아질 수 밖에 없고, 결국 기존 주택시장도 침체될 것이다. 실제 강력한 단속에 나설 경우 침체가 불 보듯 뻔해 (정부도)어쩔 수 없을 것"이라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시장 전체를 옥죄는 것은 주택경기 전반적 침체가 예상되는 만큼 분양권 가격 급등 지역에 대한 규제 강화 정책 수반돼야 한다는 조언이다.
 
김준환 서울디지털대학교 교수는 "분양시장에서 불법적인 거래가 너무나 당연시되면서 법을 지키는 수요자들의 상대적 박탈감이 커지는 것이 문제가 될 정도"라며 "지방은 물론 수도권에서도 일부 시장 침체가 예상되는 만큼 분양시장 전체를 아우르는 대책이 아닌 과열지역에 대한 선별적 억제책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김용현 기자 blind28@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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