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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①박원순법 2년…공직사회 ‘청렴 바람’ 주도
중앙정부도 벤치마킹…시민 시정감시 기능 활성화
2016-08-31 09:00:00 2016-08-31 09:00:00
[뉴스토마토 박용준기자] 온 나라가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김영란법)’ 적용을 약 한달 앞두고 시끄럽다. 그러나 서울시 공무원들은 별반 신경쓰지 않는 눈치다. 이미 공직사회혁신대책, 일명 ‘박원순법’을 통해 단련이 돼 있기 때문이다. ‘박원순법’은 대가성이나 직무관련성을 불문하고 단돈 1000원이라도 받으면 처벌한다. ‘김영란법’ 보다 훨씬 엄하다. 시행 초기 여러 부작용이 우려됐지만 시민들의 감독기능이 활성화되고 중앙정부에서도 벤치마킹하고 있다. 시행 2년을 앞에 둔 ‘박원순법’의 성과를 짚어봤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2014년 11월 서울시청 브리핑룸에서 투자·출연기관 혁신방안을 발표하고 있다.사진/뉴시스

공무원이 민원으로부터 단돈 1000원만 받아도 처벌한다는 일명 ‘박원순법’이 서울시 공직사회에 변화의 바람을 불러오고 있다.
 
30일 시에 따르면 지난 2014년 10월부터 직무·금액에 상관없이 금품 수수시 해임 등 강력히 처벌하는 서울시 공무원 행동강령을 비롯한 서울시 공직사회 혁신대책, 일명 박원순법을 시행하고 있다. ‘원스트라이크아웃제’를 통해선 입찰비리 연루 직원을 파면, 해임 등 중징계하고 업체는 향후 입찰 배제 등 강력히 제재 조치를 취한다.
 
공·사익간 이해충돌 방지 제도를 신설해 이해관계로 인한 직무회피 대상자를 공직자 본인 위주에서 배우자와 직계존비속까지로 확대하고 학연·지연 등의 연고관계를 직무회피 사유로 추가했다. 실효성 담보를 위해서는 3급 이상 고위공직자에 대해 자발적 참여 형태로 자료를 제출받아 재산과 직무간 이해충돌심사를 의무적으로 받도록 했다.
 
또 특정업체 봐주기 의혹을 없애기 위해 ‘입찰자격기준심의제’를 도입, 입찰 시 외부전문가가 과반 이상 참여하도록 했으며, 입찰 전 과정과 결과도 공개하고 있다. 이와 함께 ‘징계부과금제’를 전면 도입해 받은 금액의 최대 5배까지 환수하며, 계약·인사 등 전 분야에 걸친 ‘부정청탁등록제’를 통해 부정청탁을 사전 방지하고 있다.
 
지난달부터는 19개 서울시 모든 투자·출연기관의 행동강령과 징계기준에 박원순법을 반영하고 반부패 청렴도 향상 대책을 확대하고 있다. ‘마을공동체’, ‘도심특화산업’ 등 시가 추진하는 주요 사업에 대해서는 정책의 공과를 객관적으로 분석·진단하고 발전방안을 제시하는 성과감사를 실시할 예정이다.
 
민원 처리나 주요 시책사업, 교통·주택 등 인허가 관련 부서에는 수시 모니터링과 사전컨설팅을 도입해 부정부패에 대한 사전예방기능을 높일 계획이다. 아울러 회계사·변호사·세무사 등 외부 민간 전문가를 ‘공익감사단’으로 구성해 기존 민간 전문가 참여의 보조적 한계를 극복하고 민간위탁·보조금 사업의 사각지대를 줄일 방침이다.
 
이러한 박원순법이 지난 2년여간 거둔 성과는 결코 가볍지 않다. 강력한 부패 무관용 원칙의 영향으로 서울시 공무원 비위는 꾸준히 감소하고 있다.
 
서울시 공직사회에 긴장감이 조성되면서 공무원 비위는 시행 전 1년 73건에서 시행 후 1년 50건으로 32% 줄었다. 지난해 10월부터 올 3월까지 6개월간은 금품수수 0건, 음주운전 4건, 성범죄 0건, 복무위반 3건, 상해·폭행 4건으로 11건에 불과하다.
 
박원순법 시행 이후 징계된 서울시 공무원은 파면 4명, 해임 2명, 강등 2명 등 모두 8명으로 금품수수 비리를 한 번이라도 저지를 경우 공무원 신분을 박탈하는 ‘원스트라이크 아웃제’를 적용한 결과다.
 
A구 소속 기술직 4급 B씨는 인허가 관련 편의 제공을 대가로 민원인으로부터 5200만원을 받아 2014년 11월 파면됐다. C구 소속 사무운영직 7급 D씨는 위생점검 적발사항을 무마해주는 대가로 현금 15만원 수수했다가 해임 처분을 받은 후 소청위 의결에 따라 강등으로 완화됐다. E구 소속 기술직 4급 F씨의 경우 직무관련자로부터 저녁식사 향응과 50만원 상당 상품권 및 놀이공원 자유이용권 8매을 받은 후 해당 구에서는 경징계를 요구했으나, 해임 처분이 내려지고 소청위를 거쳐 강등 결정됐다.
 
시민의 신고 편의성 향상과 관심도 증가로 시민의 시정감시 기능도 활성화됐다. 공직비리 통합신고센터 ‘원순씨 핫라인’을 2014년 9월부터 운영한 결과, 운영 전·후 1년을 비교할 때 시민 제보·신고 건수가 110건에서 740건으로 약 6.7배 증가했다. 지난해 9월 서울시 공무원 1620명을 대상으로 여론 조사한 결과, 89%가 ‘박원순법 시행으로 서울시 공직사회 긴장도가 이전보다 높아졌다’, 93%가 ‘박원순법이 공직사회 청렴성 개선에 기여할 것’이라고 응답했다.
 
박원순법은 중앙정부와 다른 지자체의 청렴문화 개선에도 일조하고 있다. 행정자치부는 지난해 11월 지방공무원 징계규칙을 박원순법과 동일하게 100만원으로 징계기준을 통일했으며, 100만원 미만 금품·향응도 능동적으로 수수한 경우 파면까지 가능하도록 반영했다.
 
고위공직자의 재산·직무간 이해충돌 방지 필요성에 대한 관심을 모으면서 공직자윤리법에 보유주식 관련 직무 회피 의무 규정이 새로 생기는 시발점이 되기도 했다. 시는 앞으로도 금품수수 등 부패행위에 대한 무관용 원칙을 확립하고 직무관련성, 대가성, 금액·규모를 불문하고 엄중 처벌하겠다는 기조를 유지할 방침이다. 행위의 능동성 여부를 엄격히 판단해 원스트라이크아웃제에 대해 확대 적용을 이어가며 고위공직자 이해충돌심사제도와 민간경력자 사적 이해관계 사전·사후 신고·심사제를 확대해 나갈 예정이다.
 
강희은 시 감사담당관은 “박원순법을 시 본청, 산하기관 뿐만 아니라 총 19개 투자·출연기관에서도 본격 시행한다”며 “앞으로도 시민의 눈높이에서 불합리한 제도나 절차는 과감히 개선해 공직자 청렴도가 세계 최고수준인 서울시를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박용준 기자 yjunsay@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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