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용민기자] 박근혜 대통령의 제71주년 광복절 경축사로 촉발된 ‘건국절 논란’이 정치권을 휩쓸고 있다. 야당과 진보 인사들의 반발이 계속되는 가운데 새누리당은 건국절 논란에서 주도권을 쥐려는 모습이다. 정치권이 또 다시 ‘민생’을 내팽개치고 이념 논쟁으로 치달을 것으로 예상된다.
박 대통령은 지난 15일 광복절 경축사에서 “건국 68주년”이라고 언급하며 1948년 8월15일을 건국일로 못 박았다. 새누리당 전희경 의원은 오는 22일 박 대통령의 발언을 뒷받침하기 위해 전문가 토론회를 개최한다.
전 의원은 보도자료에서 “1948년 8월15일 대한민국 건국을 뒷받침하는 신뢰도 놓은 다양한 사료들이 존재한다”며 “건국의 날은 결코 흔들릴 수 없다. 해방이후 3년간, 치열한 이념투쟁을 거쳐 우리는 자유민주주의라는 가치 위에 건국을 이뤄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늦었지만 이제부터라도 대한민국 건국일을 정확히 하고 이를 온 국민의 기쁜 속에 기억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새누리당은 오는 30~31일 열리는 의원 연찬회에서 건국절 지정 문제를 공식 의제로 다룰 예정이다. 이들은 특히 연찬회에서 건국절 관련 학계 인사를 초청해 강의를 들을 것으로 알려졌다. 김명연 원내대변인은 통화에서 “건국절 관련 강의를 듣는다고 이야기는 들었지만 강사가 누구인지 아직 정해지지는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새누리당의 이 같은 모습은 건국절 논란을 공론화 하고 양지로 끌어들여 자신들의 주장을 관철시키기 위한 행동으로 풀이된다.
특히 이명박 정부에서는 국민적 여론에 밀려 힘을 받지 못했지만 이번만큼은 정면 돌파를 선택한 모습이다. 심재철 의원이 지난 17일 주장한 ‘건국절 법제화’ 문제와도 무관치 않아 보인다. 특히 새누리당 이정현 대표는 야당에 TV토론회까지 제안하며 논란을 쟁점화하려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그만큼 건국절 문제에 있어서 야당을 이길 자신이 있다는 표현으로 평가된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정치권이 국민들의 일생 생활과 크게 관련이 없는 이념 논쟁을 벌이며 ‘민생’ 문제를 외면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우리나라는 지난 1949년 10월 1일 법률 제정을 통해 매년 8월 15일을 일제 강점기에서 해방된 것과 대한민국 정부수립을 경축하는 날로 기념해 ‘광복절’로 지정해 왔다. 이런 광복절에 박 대통령과 새누리당이 건국의 의미를 부여하려 하고 있는 상황이다. 건국절 논란은 이명박 정부 초기 쟁점화됐지만 국민들의 반대 여론에 잦아든 바 있다.
이에 대해 야당과 역사학계가 반발하는 가장 큰 이유는 1948년 8월 15일을 건국절로 정하면 그 이전의 독립운동 역사가 부정당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1948년 정부수립 과정에 참여한 친일파를 복권시키려는 의도가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이들은 상해 임시정부가 수립된 1919년 4월 11일을 대한민국 건국으로 정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우리나라 헌법 전문에는 “우리 대한민국은 3·1운동으로 건립된 대한민국임시정부의 법통과 불의한 항거한 4·19민주이념을 계승하고,...”라고 나와 있다. 진보 진영에서는 1948년 8월 15일을 건국절로 지정한다면 이는 헌법 정신에 위배된다고 맞서고 있다. 현행 헌법에서 대통령이 건국절을 언급하고 건국절 법제화를 주장하는 것 자체가 헌법 위반이라는 반발하고 있다.
반면 새누리당 등 보수 인사들은 중국 상해 임시정부가 국가를 구성하는 국민, 영토, 주권 등의 요소를 갖추기 못했기 때문에 진정한 의미의 건국이라고 말할 수 없다고 설명하고 있다. 국민, 영토, 주권 등 3가지 요소를 갖춘 1948년 정부수립이 진정한 건국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문제는 보수 세력이 건국의 아버지로 떠받들고 있는 이승만 초대 대통령이 1948년 정부를 수립한 이후 최초로 발간한 관보 1호에서 ‘대한민국은 기미3·1운동으로 건국했고, 1948년 민주독립국가로 재건했다’고 밝혔다는 점이다. 특히 관보에는 발행일을 ‘대한민국 30년 9월 1일’로 적고 있다. 1919년을 대한민국 건국 원년으로 규정한 것이다. 이 때문에 박 대통령과 새누리당이 주장하고 있는 1948년 8월 15일 건국절 법제화가 문제없이 진행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대한민국 건국절 제정 범국민 1천만 서명운동 추진연합회'가 광복절인 지난 15일 국회 헌정기념관에서 학술대회를 열고 태극기를 흔들며 애국가를 부르고 있다. 사진/뉴시스
최용민 기자 yongmin0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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