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남궁민관기자] 철강·석유화학업계에 그늘을 드리웠던 중국발 공급과잉이 정유업계로 번지고 있다. 정유업계는 지난해에 이어 올 상반기까지 이례적으로 높은 정제마진에 힘입어 실적 고공행진을 해온 터라, 기세가 꺾일까 불안감이 상당하다.
9일 한국석유공사 페트로넷과 하나금융투자 등에 따르면, 8월 첫째주 평균 복합정제마진은 배럴당 5.2달러를 기록했다. 올해 1월 10달러에 육박했던 정제마진이 빠른 하락세를 보이며 5월 이후 연초 절반 수준으로 급락했다. 이에 따라 국내 정유업계의 하반기 실적에 대한 우려도 커졌다. 지난해와 올 상반기 저유가 기조 속에서도 정유업계가 높은 수익성을 확보할 수 있었던 주 요인이 높은 정제마진이었던 만큼 이 같은 하락세를 바라보는 시선은 예사롭지 않다.
미국 내 원유 공급과잉이 두드러진 가운데 지난달 한 유조선이 미국 텍사스주(州) 포트 애런사스 인근 해협을 지나고 있다. 사진/AP뉴시스
정제마진 추락은 전세계 석유제품의 소비 둔화와 재고 증가가 겹쳤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업계 관계자는 "상반기 정제마진이 높았을 때 전세계 정유사들이 가동률을 높이면서 공급량이 상당히 늘었지만, 미국 등 주요 시장의 석유제품 소비는 둔화됐다"며 "수급이 불균형을 이루면서 현재 각 정유사들의 재고량이 상당 수준 높아졌다"고 말했다. 이어 "국제유가가 두바이유 기준으로 배럴당 48달러에서 최근 40달러까지 떨어지는 사이 석유제품은 재고를 털어내려는 움직임에 따라 더 빠른 속도로 가격이 떨어지면서 정제마진 하락폭이 커졌다"고 설명했다.
특히 하반기 중국발 공급과잉 리스크가 현실화될 경우 업계가 입을 충격 또한 상당할 전망이다. 중국 경제의 성장 둔화가 뚜렷해진 가운데 석유제품의 수요 또한 크게 위축되면서, 남아도는 물량을 수출로 돌리고 있어 공급과잉에 대한 우려는 그 어느 때보다 깊다.
실제로 중국의 석유제품 수출량 증가세는 뚜렷하다. 지난달 미국 월스트리트저널은 중국 관세청의 수출입 통계를 인용, 6월 중국의 경유 및 휘발유 등 정유 수출이 420만톤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8% 늘었으며, 올 상반기 누적 수출량도 전년 동기 대비 45% 급증했다고 보도했다. 이에 대해 넬슨 왕 CLSA 연구원은 "중국산 저가 정유제품 수출은 이제 시작으로, 가장 큰 위협은 아직 오지도 않았다"고 경고해 충격을 던졌다.
윤재성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5월 기준 중국 휘발유, 등·경유 수요는 전년 동월 대비 역성장을 기록했다"며 "중국 내 중소 정유업체들의 가동률이 상승하는 와중에 발생한 단기 수요 부진은 중국의 석유제품 순수출 강화로 나타났다"고 분석했다. 이어 "전세계적으로 여전히 높은 설비 가동률과 중국의 순수출 증가 등으로 높은 역내 제품 재고가 이어지고 있어, 이에 대한 조정이 나타난 이후에야 정제마진 반등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남궁민관 기자 kunggija@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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