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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플)“기초단체 공공의료시대, 성남시가 열겠습니다”
조승연 성남시의료원 초대 원장
“이상적 진료는 돈 보다 환자에 집중…이것부터 제대로 해보자는 생각”
2016-08-02 10:23:30 2016-08-02 10:23:30
[뉴스토마토 박용준 기자] 전국 34개 지방의료원들이 100년 넘는 역사를 자랑한다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만성적자, 경영 비효율, 노후 시설, 인력 부족 등으로 저마다 고전 중이다. 영리병원, 의료산업화 바람이 거세게 불면서 의료시장은 대형병원들의 무차별 확장 바람을 이겨내지 못했다. 급기야 지난해에는 메르스 사태로 공공의료 취약점을 여실히 드러냈다. 이런 시점에서 광역도 아닌 일개 시 단위에서 공공의료원의 깃발을 든 조승연 성남시의료원 초대 원장(53)의 도전은 다소 무모해 보일 정도다. 그러나 조 원장은 "시민 참여와 지자체 지원 속에서 적정진료의 가치를 지키는 제대로 된 공공병원 모델을 보여주겠다"며 각오가 대단하다. 의료계는 물론 전국 지자체로부터 많은 주목을 받고 있는 조 원장을 만나 성남시의료원의 의미와 계획, 그리고 공공병원 경영난 해법에 대해 들어봤다.(편집자주)
 
조승연 성남시의료원 원장이 1일 성남시의료원 건축현장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박용준 기자
 
성남에는 이미 국내 최고 수준 병원이 있다.
 
성남시는 1기 신도시로 분당이 크면서 지금은 100만 인구의 대도시로 성장했지만, 1970년대 철거민 도시로 시작했다. 분당 쪽은 우리나라에서 손꼽을 정도의 첨단도시로 성장하면서 강남을 거의 옮겨다 놓은 것과 같이 화려하고 분당서울대병원, 차병원, 재생병원, 수도통합병원 등이 발전해왔다. 하지만, 구도심은 사회·경제 인프라가 부족하고 경제 수입도 낮아 성남병원, 인하병원 등 그나마 있던 병원들도 사라져 주민들이 이용할만한 거점 병원은 없는 상태다.
조사를 해봤더니 구도심 환자들 가운데 70% 이상이 분당이나 서울 쪽으로 가버리면서. 자체 충족율이 30프로밖에 안 된다. 인천 같이 환자가 많이 빠져나가는 도시도 사실 50% 넘기 힘든데 70%가 빠져나간다는 건 도시 기능을 못 한다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그렇다 보니 지역적으로 주민들의 요구가 많았다. 당장 응급상황이 생겼을 때 주민들이 믿고 갈만한 곳이 마땅히 없고, 외부로 나가면 대학병원급을 이용해야 해 비용 부담이 컸다.
구도심에 병원이 필요하다고 공감대가 형성이 되면서 10여년 전부터 시민운동이 벌어져 지금 성남시의료원으로 이어진 독특한 구조라고 볼 수 있다. 현재 성남 구도심에 병원은 당연히 필요한 부분인데 민간이 들어오기에는 경영면에서 여의치가 않은 부분이 있기 때문에 공공병원이 적합하다.
 
기초자치단체 공공의료원이 부족한 상황이다.
 
기초 단위에 공공병원이 없는 이유는 우선 재정적으로 열악하기 때문이고, 또 하나는 정책 우선순위에서 밀리기 때문이다. 진안군의료원이 하나 생겼지만 규모가 작아서 성남시의료원과 비교하기 어렵다.
성남은 주민 필요성에 따른 시민운동, 세수 증대에 따른 재정적 여유, 지자체장의 강력한 의지 세가지가 합쳐져 의료원이 만들어졌다. 쉽게 말하면 공공의료 확립하는 것이 사회복지의 중심적인 부분이라는 인식이 없다면 돈이 아무리 많아도 여기에 쓰지 않는다.
 
공공의료원이 중요한 이유는 무엇인가.
 
의료시장의 95%가 민간병원인 상황에서 이전에는 의료법인 수익을 다른 데로 빼가지 못하던 것을 풀어주면 의료 자체의 공공성이 무너질 수 있다. 해외처럼 공공병원이 전체의 70% 이상일 때는 돈을 빼가도 별 문제가 없겠지만, 우리는 워낙에 공공 인프라가 없는 상황이기 때문에 문제가 된다.
공공병원은 이익을 정부가 도로 가져가지 않고 재투자가 이뤄지는 만큼 공공병원을 짓고 가꾸어 나가는 것은 굉장히 중요하다. 성남시의료원을 통해 민간 주도 의료시스템의 터닝포인트를 만들 수 있는 계기를 만들면 지금 관심 깊게 보고 있는 다른 지방에서도 잘 될 수 있다. 이렇게 공공의료 인프라가 늘어나고 정부의 관심을 끌다보면 우리나라 의료시장이 공공 중심으로 갈수 있는 구도를 만들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전국 대부분의 공공병원이 경영난을 겪었다.
 
사실 공공병원들이 없어지는 핑계는 바로 경영효율이 떨어지고 적자가 계속된다는 것이다.소위 말도 안 되는 이런 논리는 사실 정부가 그동안 투자도 안 하고 외곽으로 이사시키면서 만들었다. 공공병원을 계속 문 닫게 만들어놓고 이제와서 공공병원을 축소시키는 원인으로 삼으면서 지금까지 오고 있다. 성남시의료원 이렇게 그동안의 문제점들을 해결할 수 있다는 점에서 중요하다. 예를 들면 공익적 적자 부분을 시에서 100% 보전해준다던지, 직원들의 비효율적 부분도 개선을 해서 처음부터 줄여나가는 방향으로 서로 윈-윈(Win-Win)한다면 안심하고 운영할 수 있는 모델이 될 수 있다.
요즘 병원이 제대로 운영되려면 700~800병상은 돼야 한다지만, 500병상 규모의 병원을 운영한다는 것은 모험이 될 수도 있지만, 거꾸로 공공병원의 약점을 극복할 수 있는 지점이다. 공공병원이 지니고 있는 약점만 극복한다면 잘 될 것이라 보고, 2~3년만 지나면 증축하자는 얘기를 들을 수 있을 것이다.
 
성남시의료원의 가치는 무엇인가.
 
공공병원이 공공성을 띄려면 시민들이 역할과 권력을 나눠 갖는 구조가 돼야 한다. 정부가 공공적이다라고 하는 것은 시민들이 뽑는 사람이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그나마 기존 공공병원들은 시민들이 투표로 봅은 사람들이 돈을 대 운영했다는 의미일거다. 지방의료원은 지자체가 설립하기 때문에 돈을 부담하는 주민들이 병원 운영에 관여를 해야 하고 이를 보장해야 한다. 성남시의료원에서는 이를 가능하게 하도록 정책적 방향을 제시하겠다. 정관에서부터 시민들이 참여하는 운영위원회를 못 박았고, 이렇게 정관으로 정한 곳은 우리 밖에 없다. 이밖에도 시민들이 참여해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것들을 끊임없이 만들어나갈 것이다.
 
적자가 현실화 될 경우 대책은 있나.
 
어차피 공공기관이라면 적자는 당연히 보장해야 한다. 100% 예산만으로 움직이는 공공기관이 한 두 군데가 아니다. 제가 있었던 인천의료원의 경우에도 90%를 벌어서 쓰고 10%를 보전해주는데 이 적자가 많다고 하더라. 성남시의료원은 이러한 적자 10%를 더 줄일 수 있다. 지방의료원 법률에도 시설 장비 이외에도 운영비를 보전해줄 수 있는 근거가 명확히 있다. 보건복지부에서도 ‘착한 적자’를 보전할 수 있는 용역을 진행 중으로 곧 결과가 나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렇게 착한 적자를 빼면 4% 정도만이 불량한 적자에 해당하고 이는 경영 효율화를 통해 불합리한 부분을 개선해 바꿀 수 있다. 특히 성남시의료원은 지리적 취약함을 극복한 첫 케이스에 해당하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적자 해소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재정 지원은 공공병원의 공공적 활동을 확대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 만큼 거꾸로 공공적 역할을 기대한다면 재정 지원을 많이 하는 것이 중요하다. 성남문화재단에도 많은 돈이 매년 들어가지만, 문화활동을 하는데 이를 적자라고 표현하는 사람은 없다. 구도심 50만 인구의 건강 안전망을 만들고 지키는데 있어 그 정도 돈을 쓴다면 큰 문제는 아니라고 본다.
그것이 시민들의 소득을 간접적으로 늘려주는 것이고 안정적인 직업활동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기 때문에 다른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
 
‘적정진료’를 강조해왔다. 무슨 뜻인가.
 
적정진료라는 말이 나온 것도 결국 경제적 요인이다. 돈을 많이 지불할 능력이 있는 사람에게는 필요 이상의 과잉진료로 돈을 많이 받으려 할 것이고, 거꾸로 돈을 지불할 능력이 없는 사람에게는 꼭 해야될 검사와 치료도 하지 않는 과소진료를 할 것이다. 과잉진료와 과소진료를 배제하고 철저히 의사윤리에만 입각해 필요한 검사와 처치만을 하자는 것이 적정진료의 개념이다.
문제는 환자한테 들어오는 수입에만 의존해서 병원을 운영하다보면 당연히 과잉진료의 유혹에 빠지게 될 것이고 돈을 지급 못하는 사람에 대해서는 진료를 거부하는 일이 벌어진다.
결국은 공공성을 잃어버리는 민간 주도 병원의 한계라고 볼 수 있다. 심지어 공공병원조차도 경영 수익에만 의존하는 구조를 정부가 계속 강조하면서 과잉진료의 유혹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의사는 당연히 의료인으로서 적정진료를 하는 것이 맞고, 특히나 공공병원은 적정진료를 하는 것이 당연함에도 현실은 그렇지 않다.
우리나라 30대 갑상선암 환자가 급증하거나 척추전문병원의 상당수가 필요 없는 수술을 하는 부분은 과잉진료라고 볼 수 있다. 반대로 노숙자들은 갈 데가 없어 병원 응급실 앞에서 얼어죽는 일이 실제로 벌어지고 있다. 의료는 사람이 살아가는데 필수적인 것이기 때문에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주어져야 하며, 특히 돈이 없어서 죽는 사람은 막아야 한다.
적정진료는 공공병원의 굉장히 중요한 미션으로, 공공병원이 해야할 일 중 가장 첫번째로 꼽을 수 있다. 대부분의 공공병원들이 말로는 그렇게 하면서도 잘 안 되는 이유가 운영수입을 환자에게만 의존하기 때문이다.
이상적인 적정진료를 하려면 환자의 돈에 개의치 않고, 환자 질병과 상태에만 집중해야 하는데 우선 성남시의료원부터라도 제대로 해보자는 생각이다.
 
외래 최소화 등은 기존 병원과 경영방식이 다르다.
 
우리나라 의료의 문제를 꼽으라면 하나가 공공인프라가 부족하다는 것과 또 하나는 의료전달체계가 망가진 것이다. 의료전달체계가 망가졌다는 것은 조그마한 개인 의원부터 대형 상급병원까지 환자 한 명을 두고 경쟁한다는 얘기다. 예를 들면 맹장이나 치질 환자들의 대부분은 대학병원까지 가지 않고 개인 의원에서 충분히 치료가 가능하다. 고혈압이나 당뇨병 같은 단순한 만성질환의 경우 낮은 단계의 의원에서 관리하다 문제가 생기면 즉각 큰 병원에 가서 검사를 하고 치료를 받는 시스템이 굉장히 중요한데 우리나라에서는 다 깨졌다. 예전에는 이를 법으로 강제하고 다른 지역 병원 가는 것이 제한됐지만, 현재는 모두 풀린 상태다.
대학병원들은 외래환자가 몇천명이 넘었다고 잔치를 하는 현실인데 미국 같은 경우 대학병원들은 아예 거의 외래를 안 본다. 동네 로컬병원에서 먼저 보고 입원할 케이스만 대학병원 등에서 최소한만 보고 경과에 따라 다시 돌려보내는 것이 일반적이다. 치질 수술을 받았을 때 현대아산병원에서 진료받는 것과 인천의료원에서 진료받는 것은 3배 정도 비용이 차이날 것이다. 결국엔 보건의료비가 증가하는 것이고 나라 전체로 봤을 때도 비용이 증가하는 것이기 때문에 밑에서 할 수 있는 것은 밑에서 하자는 생각이다.
성남시의료원 같은 지방의료원은 2차병원으로 밑으로는 지역 의원, 위로는 대학병원을 모두 파트너로 두고 있는 지역거점병원이다. 아주 희귀한 난치질환은 상급병원으로 보내지만 흔한 질환은 2차 병원에서 맡는데, 외래 환자를 받기 시작하면 1차 병원과의 협력관계가 깨진다.
공공병원으로 자기 역할을 하려면 모범적으로 의료전달체계를 보여줄 의무가 있다. 문제는 병원의 수입 3분의 1 이상이 외래에서 나오고, 이익으로 따졌을 때 입원에서 손해보고 외래에서 과잉진료로 수익을 올리는 시스템이다. 성남시의료원이 이를 제대로 운영하고자 했을 때 상당한 적자가 발생하는 것이 뻔한데, 이는 공익적 적자로 성남시와 복지부의 지원이 필요하다. 지역 의원들과의 협력관계가 중요하다고 여기고 유기적인 연관을 위해 고심하고 있으며, 성남시와 복지부도 관심이 많은 만큼 모범적인 틀을 만들도록 노력하겠다.
 
우수 의료진 확보가 급선무일 것 같다.
 
우수 의료진이라는 것도 시장이 만든 허구다. 유명 대학병원 교수가 밑에 있는 사람을 시켜 수술을 하다가 들통이 나기도 했다. 우수 의료진이라면 지역주민들이 믿고 따를 수 있는 믿음직한 의사가 바로 우수 의료진이다. 보통 심장하면 어느 대학병원 누구, 이런 경우에는 대부분 마케팅의 결과일 뿐이다. 실제 헌신적인 의사는 유명 대학병원 출신 같은 것보다 제대로 된 공공병원을 만드는데 의견을 함께하는 의사들을 모아야 한다. 여러 가지 한계는 있겠지만, 분당 대형병원이나 서울 대학병원들과 협약을 맺어 인적교류하고 공동연구 등을 한다면 좋은 분들이 올 거다.
다행히 성남은 지리적으로 강남과 가까워서 의사들이 선호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스타 의사를 모셔오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의사다운 의사를 모셔오기 위해 노력 중이다. 보수 같은 경우에도 의사는 개방된 전문가이기 때문에 공공 목적이라는 이유로 낮은 페이를 제시하면 안 된다. 지역주민들이 최고의 서비스를 받으려면 최고의 대우와 복지, 명예가 뒤따라야 한다. 싼 값에 부려먹을 생각은 없으며, 지방의료원 중 최고 수준에 대우를 해드리기 위해서 고심하고 있다.
 
조승연 성남시의료원 원장이 1일 성남시의료원 조감도를 설명하고 있다.사진/박용준기자
조승연 성남시의료원 원장과 이재명 성남시장 등이 지난 5월10일 열린 성남시의료원 법인 창립 이사회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사진/성남시의료원
 
박용준 기자 yjunsay@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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