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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 쟁점 모두 합헌…위헌 논란 '머쓱'
합헌·위헌 차 크지 않아…김창종 재판관만 "모두 위헌"
2016-07-28 17:52:52 2016-07-28 19:31:42
[뉴스토마토 최기철기자] 헌법재판소가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김영란법)'에 대한 헌법소원심판 청구 사건에서 위헌요소로 지적된 부분에 대해 모두 합헌 결정했다. 태생부터 국회 상정, 통과까지 우여곡절이 많았던 만큼 헌법재판관간 의견이 팽팽히 갈릴 것으로 예상됐다.
 
그러나 뚜껑을 열어본 결과 비교적 무난하게 합의가 된 것으로 나타났다. 4대 쟁점 중 '배우자도 접대나 금품을 받으면 자진 신고해야 한다'는 부분만 재판관 9명 중 5대 4로 근소하게 의견이 갈렸을 뿐이다. 위헌결정 정족수가 6명인 점을 고려하면 이 차이도 크지 않다.
 
이번 사건의 쟁점은 크게 4가지였다. ▲사립학교 교원·언론인 등 민간인을 적용대상에 포함한 점 ▲배우자가 접대나 금품을 받으면 자진 신고하도록 의무를 부과한 점 ▲'부정청탁' 등 정의규정의 모호성 ▲법률 아닌 대통령령으로 경조사비·사례금 등의 상·하한선을 규정하도록 한 점 등이다.
 
이 가운데 국회 상정 시부터 가장 치열한 공방의 대상이 됐던 쟁점이 '사립학교 교원·언론인'을 적용대상으로 포함한다는 규정이었다. 헌재는 7대 2로 합헌으로 봤다.
 
합헌 "사립교원·언론인, 공직자 수준 청렴성 필요"
 
재판부는 "청구인들 주장과 같이 국가권력에 의해 청탁금지법이 남용될 경우 언론의 자유나 사학의 자유가 일시적으로 위축될 소지는 있다"면서도 "이 문제는 취재 관행과 접대 문화의 개선, 의식 개혁이 뒤따라가지 못함에 따른 과도기적인 사실상의 우려에 불과하며, 심판대상조항에 의해 직접적으로 언론의 자유와 사학의 자유가 제한된다고 할 수는 없다"고 판시했다. 이어 "교육과 언론은 국가나 사회 전체에 미치는 영향력이 크고 이들의 부패는 파급효가 매우 커 원상회복이 불가능하거나 매우 어렵기 때문에 공직자에 맞먹는 청렴성과 업무의 불가매수성이 요청된다"며 "입법목적과 침해의 최소성, 법익 균형성 측면에서 따져봐도 합헌"이라고 설명했다.
 
위헌 "여론 떠밀려 대상 포함"
 
그러나 김창종·조용호 재판관은 "심판 대상 조항은 민간영역의 자율적 자정기능을 무시한 채 민간의 자발적 부정부패 척결 의지를 꺾을 수 있고 사립학교 관계자와 언론인을 공직자와 동일하게 취급해야 하는 합리적 기준을 제시하지 못해 적용대상의 자의적 선정이라는 의심이 들게 해 진지한 논의 없이 여론에 떠밀려 졸속으로 입법된 것으로 보인다"며 "침해의 최소성 원칙 등을 위반한다"고 위헌 의견을 냈다.
 
합헌 "배우자 수수=본인 수수"
 
'배우자가 접대나 금품을 받은 경우 자진 신고'하도록 정한 부분도 5대 4로 합헌 결정됐다. 재판부는 "배우자가 수수 금지 금품 등을 받거나 제공의 약속 또는 의사표시를 받았다는 객관적 사실 즉, 배우자를 통해 부적절한 청탁을 시도한 사람이 있다는 것을 고지할 의무를 부과할 뿐"이라며, "청구인들의 양심의 자유를 직접 제한한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또 "배우자의 금품 수수행위는 사실상 사립학교 관계자나 언론인 본인이 수수한 것과 같다"며 "법 조항은 배우자를 처벌하는 것이 아니라 배우자의 위법사실을 알고도 신고의무를 이행하지 않았을 때 처벌하는 것이기 때문에 헌법상 금지된 연좌제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위헌 "국보법상 불고지죄도 본범 처벌"
 
이에 대해 이정미·김이수·김창종·안창호 재판관은 반대했다. 이 재판관 등은 "공직자 등이 배우자 금품 수수 사실을 알면서 신고하지 않은 행위(불고지죄)를 처벌할 필요가 있어도 그 책임이 공직자 등이 직접 금품등을 수수한 것과 동일하다고 보기 어렵다"고 지적하고 "심지어 우리 형사법체계에서는 국가보안법 외에 불고지죄 처벌예가 없고, 국가보안법상 불고지죄도 본범을 처벌하고 있다"며 위헌이라고 주장했다.
 
합헌 "부정청탁, 대법원 해석 많아"
 
'부정청탁' 등 정의규정의 모호성에 대해서는 재판관 7명이 합헌, 2명이 각각 위헌 의견을 냈다. 재판부는 "대법원이 부정청탁의 의미에 관해 많은 판례를 축적하고 있고, 입법과정에서 부정청탁 행위 14개 유형을 구체적으로 열거한 점, 사회상규라는 개념도 형법 20조에서 사용되고 있으며, 대법원이 그 의미에 관해 일관되게 판시해 오고 있는 점에 비춰보면 이 부분이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원칙에 위반된다고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위헌 "공공·민간 동일 잣대 안돼"
 
반면, 김창종·조용호 재판관은 "심판대상 조항이 언론인이나 사립학교 관계자 직무의 성격상 공공성이 인정된다고 해서 공공영역과 민간영역의 본질적인 차이를 무시하고 동일한 잣대를 적용해 청탁금지법 규제대상을 확대하는 입법목적은 그 자체로 정당성이 없다"며 반대했다.
 
합헌 "경조시비 등 법률로 규정 곤란"
 
음식물·경조사비·선물 등에 대한 상한선을 대통령령에서 정하도록 한 규정에 대해서는 5대 4로, '강의 사례금 상한' 등을 대통령령으로 규정하도록 한 부분에 대해서는 8대 1로 합헌 결정됐다. 재판부는 "사립학교 관계자와 언론인이 동일인으로부터 1회 100만 원 또는 매 회계연도 300만 원을 초과하는 금품 등을 수수한 경우에는 법상 직무 관련 여부나 명목에 관계없이 처벌하도록 해 위임과 관련한 죄형법정주의 위배 문제가 없고. 법상 수수가 허용되는 외부강의 등 사례금이나 사교·의례 목적 경조사비·선물·음식물 등 가액은 일률적으로 법률로 규정하기 곤란하기 때문에 사회통념을 반영하고 현실의 변화에 대응해 유연하게 규율할 수 있도록 행정입법에 위임할 필요성이 인정된다"고 설명했다.
 
위헌 "수범자 예측 가능성 없어"
 
이에 대해 이정미·김이수·안창호 재판관은 경조사비 등의 상한선을 법률로 규정하기 어렵지 않다는 점에서, 김창종 재판관은 강의 사례금 상한액 범위가 어느 수준으로 대통령령에 규정될 것인지를 도저히 예측할 수 없다는 점에서 각각 위헌으로 판단했다. 
 
박한철 헌법재판소장과 재판관들이 28일 오후 서울 종로구 재동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 자리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최기철 기자 lawch@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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