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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예진, '덕혜옹주'로 자신을 뛰어넘다
2016-07-27 18:23:03 2016-07-27 18:23:03
[뉴스토마토 함상범기자] "나라를 빼앗긴 비극의 시대를 살았던 덕혜옹주라는, 나라의 운명처럼 비극처럼 살다 간 여인이 있다는 사실을 한 번쯤 기억해주시고 아파해주셨으면 좋겠다."
 
27일 서울 건대입구 롯데시네마에서 신작 '덕혜옹주' 언론시사회 이후 기자간담회가 끝날 무렵 배우 손예진은 이렇게 말했다. 혼신의 힘으로 조선의 마지막 황녀를 온전히 표현해낸 그는 자신의 심정을 위의 말로 대신했다. 어떤 작품보다도 공들인 듯한 연기를 보인 손예진이기에 진심 어린 말로 다가왔다. 
 
영화 '덕혜옹주' 스틸컷.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덕혜옹주'는 고종이 환갑의 나이에 양귀인으로부터 얻은 딸 덕혜옹주의 일대기를 그린 작품이다. 어린 시절 강제로 일본 유학길에 떠나, 일본 백작과 결혼했지만 이후 병에 걸려 정신병원에 입원했고, 남편과는 이혼했으며 딸도 잃은 인물이다. 해방 이후 귀국하려고 했으나 왕조가 부활하는 것을 겁낸 이승만 정부로 인해 귀국에 실패, 1962년이 되서야 한국 땅을 밟았다.
 
손예진은 기구한 삶을 살아간 덕혜의 인생을 훌륭히 표현한다. 젊은 시절 어머니 양귀인과 생이별하고 그를 그리워하는 모습부터 일본 땅에서 불안하고 초조해하는 얼굴, 귀국에 실패한 후 광기에 사로잡히고, 결국 정신병에 걸려 생기를 잃은 모습까지 조금도 흐트러짐을 용납하지 않는다. 특히 후반부 흐리멍텅한 눈빛과 굽은 등까지 디테일에서도 완벽에 가까운 연기를 펼친다.
 
손예진이 이러한 연기를 펼치기까지에는 숨은 압박과 고민이 많았다고 했다. 그는 "타이틀롤 덕혜옹주이기 때문에 책임져야 했던 부분이 많았던 것도 사실"이라면서 "역사적인 인물이기 때문에 자료들과 사진들을 많이 참고를 했다. 단편적인 일화에 나와 있던 덕혜옹주의 모습들을 통해 어땠을까 상상했다. 많은 자료가 있진 않았지만 다큐멘터리를 보면서 어떻게 이 상황을 견뎠을까, 어떤 마음이었을까 끊임 없이 고민했다"고 말했다.
 
후반부 노역으로 연기한 부분에 대해서는 제대로 설명하지 못했다. 그만큼 역할에 몰입한 모양이다. "어떻게 연기를 했는지 잘 모르겠다. 말로 표현하기 힘들다"고 말한 손예진의 연기는 그야말로 쉽게 설명하기 힘들 정도로 경이롭다. 덕혜옹주 그 자체라는 기분이 들 정도다.
 
그간 손예진은 어떤 장르에서든 자신에게 주어진 역할 이상을 해내온 배우로 꼽힌다. 미모를 갖추고 있으면서도 연기를 잘하는 몇 안 되는 배우 중 하나다. 흥행 면에서도 높은 성적을 거둘 정도로 신뢰감을 갖춘 그다. 이번 '덕혜옹주'의 손예진의 연기는 기존의 훌륭했던 필모그래피를 뛰어넘는 수준이다.
 
이 영화의 연출을 맡은 허진호 감독은 "어떤 순간에는 손예진의 얼굴 자체가 덕혜라는 느낌을 줬다. 정말 훌륭한 배우"라며 치켜세웠다.
 
손예진이 최고의 연기를 펼치는 '덕혜옹주'는 오는 83일 개봉한다.
 
함상범 기자 sbrai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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