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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J vs SPC, '햄버거'로 붙나
성장 한계 '빵집' 대신 출점 제한 없는 '햄버거' 나란히 출사표
2016-07-25 16:52:31 2016-07-25 16:52:31
[뉴스토마토 이광표기자] SPC가 지난주 미국 뉴욕의 명물 '쉐이크쉑 버거' 국내 1호점을 오픈했다. CJ(001040)는 패스트푸드의 대명사 '맥도날드' 인수를 노리고 있다. 베이커리 사업에서 치열한 경쟁 중인 양사가 햄버거 시장에서 다시 한번 대결구도를 형성할 지 관심이 집중된다.  
 
SPC는 쉐이크 쉑 론칭 이전부터 이슈를 일으키며 햄버거 사업에 거는 기대가 크다. 지난 22일 서울 강남구 강남대로에 국내 첫선을 보인 '쉐이크쉑' 1호점에는 오픈 전부터 1500명이 넘는 대기자들이 300m 가까이 줄을 서며 높은 기대감을 입증했다. 33도를 웃도는 폭염 속에서도 쉐이크쉑 버거를 맛보기 위해 3시간을 기다리는 등 매장 앞은 하루 종일 인산인해를 이뤘을 정도다.  
 
6900원(싱글 기준)인 쉑버거에 쉐이크(5900원), 감자튀김(3900원)을 더하면 1만6000원이 넘는 다소 비싼 가격이지만, 항생제와 호르몬제가 들어가지 않은 쇠고기 등 최상급 식재료를 사용한 웰빙 및 뉴욕 문화를 맛볼 수 있고 국내 1호점이라는 호기심이 고객들의 폭발적 관심을 이끌어 냈다는 분석이다.
 
SPC는 쉐이크 쉑 론칭이 다소 정체된 그룹의 성장 엔진에 '윤활유'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룹의 주력 사업인 '빵집'이 포화 상태에 이른 상황에서, 본토 시장인 미국에서 검증받은 쉐이크 쉑은 새로운 돌파구가 될 수 있을 것이란 분석이다.
 
CJ그룹도 햄버거 사업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 지난달 29일 CJ는 국내 맥도날드 매각 주간사인 모건스탠리가 진행한 예비입찰에 인수의향서(LOI)를 제출한 상태다.
 
이번 인수전은 미국 맥도날드 본사가 한국을 비롯한 중국과 홍콩 등 아시아 지역 사업을 기존 직영시스템에서 프랜차이즈로 전환하는 방안을 추진하면서 이뤄졌다. 전국 400여개 매장을 운영 중인 국내 맥도날드의 매각가는 3000억~5000억원 선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CJ그룹 내에서 아직 한국 맥도날드의 인수 주체가 정해지지 않았으나 뚜레쥬르를 비롯해 빕스·투썸플레이스·계절밥상 등 다수의 외식관련 브랜드를 운영하고 있는 CJ푸드빌이 인수 주체로 나설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외식경기 불황과 출점 규제 등 국내 영업환경 악화와 해외사업 부진 등을 겪고 있는 CJ푸드빌로서도 사업 연관성이 높은 맥도날드 인수시 새로운 돌파구가 될 것으로 내심 기대하는 눈치다.
 
정문목 CJ푸드빌 대표도 최근 간담회를 통해 "(한국맥도날드 인수시) 회사가 성장하기 위한 현금조달처가 될 수 있다"며 CJ푸드빌이 갖고 있지 않은 맥도날드의 퀵서비스레스토랑(QSR) 운영 역량에 대해 관심을 보이기도 했다.
 
업계에서는 외식업계의 양대 산맥인 SPC와 CJ 두 기업이 굳이 성장 한계에 직면한 패스트푸드 시장에 진출하려는 배경에 관심을 모으고 있다.
 
실제 햄버거로 대표되는 국내 패스트푸드 시장은 치열한 경쟁 속에서 갈수록 영업이익이 떨어지는 등 수익성 악화에 시달리고 있다. 맥도날드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2억3500만원, KFC는 11억원 수준으로 감소했고, 롯데리아의 영업이익도 개별기준으로 2014년 419억원에서 지난해 134억원으로 67.8%나 급감했다.
 
일각에서는 SPC와 CJ가 이 같은 악조건에도 불구하고 햄버거 시장에 진출하려는 데에는 정부 규제망에 걸려 있는 '골목상권' 이슈에서 자유롭기 때문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SPC의 경우 주력사업인 베이커리 사업의 확장이 어려운 상황이다. 지난해 말 기준 국내 골목 곳곳에 3300여개의 파리바게뜨 매장이 빼곡히 들어서 있는 가운데 정부가 빵집의 출점을 제한하는 조치를 3년 연장해 더 이상의 매장 확대가 어렵게 됐기 때문이다. 
 
CJ가 햄버거 사업에 진출한 배경 역시 SPC와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게 업계의 주된 시각이다. CJ의 주력 외식브랜드인 뚜레쥬르·빕스·투썸플레이스 등도 출점규제에 막혀 매장 확대가 힘든 건 마찬가지다. SPC와 CJ가 출점제한에서 자유로운 패스트푸드 시장을 공략 대상으로 삼았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빵집을 앞세운 베이커리 사업에서 숙명의 라이벌 대결을 펼치고 SPC와 CJ가 햄버거 시장에서도 대결구도를 형성할 경우 패스트푸드 시장도 지각변동이 올 전망이다.
 
실제 SPC의 파리바게뜨와 CJ의 뚜레쥬르가 베이커리 사업을 시작한 뒤 동네 빵집이 아닌 대기업 자본이 시장을 급속도로 잠식해 나간 바 있다.
 
한편 SPC의 쉐이크 쉑 론칭은 허영인 회장의 차남인 허희수 전무가 진두지휘한 것으로 알려져 허 전무의 경영능력의 첫 시험대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특히 라이벌인 CJ가 한국맥도날드를 인수할 경우 사활을 건 자존심 경쟁이 예상된다.
 
업계 관계자는 "외식 경기 침체와 정부의 규제 압박 속에 새로운 성장 동력이 시급한 SPC와 CJ가 햄버거 시장을 유일한 돌파구로 삼은 것으로 보인다"며 "CJ가 한국맥도날드 인수에 성공하느냐가 관건이 되겠지만 축적된 노하우가 있는 만큼 양사 모두 성장의 동력이 될 가능성은 충분해 보인다"고 전망했다.
 
 
 
SPC가 론칭한 쉐이크쉑(왼쪽)과 CJ가 인수를 추진중인 맥도날드 매장. (사진=각사)
 
이광표 기자 pyoyo81@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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