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플)대학교수·기업대표·국가CTO…박희재 청년희망재단 이사장의 사는 법
촉망받던 젊은 공학자, 외환위기에 창업 “내가 1달러라도 벌어야지”
“창업해 일자리 만들고 세금 내는 것이 애국이다”
입력 : 2016-07-21 13:50:03 수정 : 2016-07-21 13:55:11
박희재 청년희망재단 이사장은 다양한 직함을 가지고 있다. 서울대학교 공과대학 기계항공공학부 교수, 코스닥 상장사인 에스엔유(SNU) 프리시젼의 대표, 국가 최고기술책임자(CTO)로 불리는 산업통상자원부 연구·개발(R&D)전략기획단장(차관급) 등이다. 단순히 이름만 올려놓은 것도, 명예직도 아니다. 그는 현재 서울대에서 석·박사 과정 학생들을 지도하고 있으며, 에스엔유는 지난해 700억원 매출과 28억원의 영업이익을 일궈냈다. 또 지난 3년간 한 해 3조5000억원 규모의 국가 R&D 예산을 관할하며, 국내 중소·중견기업의 ‘글로벌 전문기업화’를 꾀했다. 일인다역의 박 이사장은 “업무들 간에 서로 시너지 효과가 있었다”, “유연하게 시간을 배분하면 된다”고 쉽게 이야기했다. 과연 그럴까. 20일 서울 광화문에 위치한 청년희망재단에서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뉴스토마토 이성휘기자] 박희재 청년희망재단 이사장은 1961년 경기 김포 출생으로 밀양박씨 사간공파 13대 종손이다. 농부이자 한학자였던 부친의 영향으로 한글보다 천자문을 먼저 배웠던 그는 학창시절 수학과 물리학의 매력에 빠졌고, 서울 우신고를 거쳐 서울대 기계설계학과에 입학한다.
 
박희재 청년희망재단 이사장이 서울 광화문에 위치한 재단 사무실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청년희망재단
 
서울대 학사와 석사과정을 마치고, 1986년 국비유학생에 선발돼 영국 맨체스터 공대에서 기계공학 박사학위를 받는다. 1991년 귀국해 만 30세의 나이로 포항공대 강단에 섰고, 2년 후에는 모교인 서울대로 돌아간다. 젊은 천재 공학자로, 누구나 부러워할 만한 엘리트 코스를 밟았다.
 
그런 박 이사장을 사업가의 길로 이끈 것은 1997년 외환위기였다. 그는 “연구실에서 연구만 할 것이 아니라 내가 가진 기술로 1달러라도 벌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국가와 국민이 마련해준 달러로 국비유학을 다녀왔으니 그에 보답해야 한다는 생각이 컸다”고 회고했다.
 
박 이사장은 1998년 2월, ‘기술보국(技術報國, 기술로 국가에 보답한다)’을 기치로 5평 남짓한 교내 실험실에서 대학원 제자 4명과 에스엔유 프리시젼을 창업한다. 창업자금 5000만원은 퇴직금을 담보로 잡고 동료 교수들의 도움을 받아 겨우 마련했다.
 
첫 제품으로 공작기계의 정밀도를 측정하는 센서를 개발했지만 실적이 없는 회사에 시장은 큰 관심을 가지지 않았다. 박 이사장은 자신이 영업사원이 돼 해외를 뛰어다녔다. 천신만고 끝에 창업 1년 만에 첫 수출에 성공한다. 그는 “첫 수출 대금 1만달러가 통장에 들어오자 바로 1달러를 인출해 액자로 만들었다. 그게 저와 회사의 보물 1호”라고 말했다. 1달러 표구 액자는 지금도 박 이사장의 사무실에 걸려 있다.
 
2002년 비접촉식 3차원 나노형상 측정장비(PSIS)의 세계 최초 개발에 성공하면서 에스엔유는 급성장한다. 대형 액정표시장치(LCD) 패널 불량률을 크게 낮춰주는 이 장비로 세계 LCD 검사장비 시장을 사실상 독점했다. 2003년 78억원이었던 매출은 10년 만인 2013년 1013억원을 달성한다. 매출의 80% 이상이 수출에서 나온다.
 
꾸준한 연구개발로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력을 유지하고 있고, 사업영역도 LCD 검사장비에서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태양광 관련 장비 등으로 확장했다. 업계가 에스엔유를 ‘작지만 강한 글로벌 강소기업’으로 평가하는 이유다.
 
충청남도 아산에 위치한 에스엔유 프리시젼 본사 전경이다. 사진/청년희망재단
 
“R&D, 학자 중심에서 기업 중심으로 가야…답은 현장에 있다!”
 
박 이사장의 다양한 직함 중 하나가 산업통상자원부 R&D전략기획단장이다. 대한민국의 R&D 정책을 이끄는 컨트롤타워로, 국가 최고기술책임자(CTO)로도 불린다. 3억원의 연봉이 보장된 자리였지만, 그는 ‘국가에 봉사할 수 있는 기회’라며 2013년 4월 취임한 이래 3년간 무보수로 일했다.
 
특히 그는 국가경제의 재도약을 위해서는 국내 중소·중견기업을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히든챔피언’으로 육성하는 것이 필수적이라고 판단했고, 그를 위한 관련 R&D 정책 정비에 주력했다. 현직 대학교수로 기업과의 다양한 산학협력을 진행하고, 기업 운영자 입장에서 꾸준히 R&D에 투자한 경험도 도움이 됐다.
 
3년의 임기를 마쳤지만 아직 후임자가 정해지지 않아 직을 유지하고 있는 박 이사장에게 그간의 소감을 물었다. 그는 “많이 고치려고 노력했고, 일부 성과도 거뒀지만, 아직도 아쉬운 점이 많다”며 크게 3가지를 거론했다.
 
우선 국가 R&D 사업 체계가 사용자인 기업이 아닌, 공급자인 학자와 연구소 중심으로 돌아가고 있는 점이다. 그는 “정부가 수십조원의 예산을 R&D에 투자하고 있지만 상당수의 연구결과가 시장에 나오지 못하고 논문으로만 남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현장에 답이 있는데, 학자들은 연구소에 앉아 SCI(과학기술논문인용색인)급 논문 작성에만 더 신경을 쓰고 있다”고 지적했다. 박 이사장은 “영국과 독일 등 해외에서는 학자들에게 ‘당신이 연구하는 기술이 과연 기업에 도움이 되는가’라고 묻고, 학자들도 기업(현장)에 도움이 되는 기술을 연구한다”며 “유럽에 세계적 경쟁력을 갖춘 강소기업이 많은 이유”라고 설명했다.
 
두 번째는 예산의 비효율적 사용이다. 정부 부처 간, 업종 간 칸막이로 R&D 투자의 중복이 심하고, 행정 처리과정도 복잡하다는 것이 박 이사장의 평가다. 그는 “국가가 지원하는 예산의 규모는 큰데, 그 내역을 들여다보면 부처별로 분산돼 제대로 된 효과를 발휘하지 못한다”며 “이미 실효성이 떨어진 사업인데 해당 부서가 ‘우리 사업과 우리 예산’이라는 이유로 끝까지 가지고 가려는 경우도 많다”고 비판했다. 박 이사장은 “외국의 경우 기업이 연구가 필요하면 언제든 정부에 신청하고, 정부는 그것을 적극 수용하고 돕는다”며 “그런데 우리는 1년에 1번 과제를 공고하고 기업이 직접 수백개의 공고를 들여다봐 자신에 맞는 것을 찾아야 한다. 그걸 놓치면 1년을 기다려야 하는데, 그 사이 시장의 변화나 흐름을 놓치게 된다”고 아쉬워했다.
 
마지막으로 복잡한 관리 규정이다.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 태운다’는 속담처럼 정부 부처의 과도한 통제가 기업의 자율성을 죽이고 있다는 지적이다. 박 이사장은 “0.1%의 부정도 잡겠다며 전화번호부 크기의 두꺼운 매뉴얼을 만들었지만, 그게 기업을 옴짝달싹하지 못하게 한다”며 “기업 R&D는 그 특성상 시장 움직임에 맞춰 유연성이 필요한데, 각종 규정이 그것을 불가능하게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나라 중소기업의 83%가 단 1달러도 수출경험이 없다”며 “이들을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히든챔피언으로 육성하기 위해서는 R&D 역량 확충이 시급하다. 기업 R&D는 민간이 주도할 수 있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박희재 청년희망재단 이사장이 청년 구직자들을 대상으로 특강을 하고 있는 모습이다. 사진/청년희망재단
 
“4가지 직함 중 고르라면 기업 대표…창업에 나서라!"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쳤고, 기업인으로 일자리를 만들며 수출에 앞장섰으며, 차관급 대우를 받으면서 국가 정책에도 관여해온 그가 최근 맡은 일은 청년희망재단의 이사장이다. 민간재단이지만 박근혜 대통령이 1호 펀드 기부자로 참여해 언론의 요주의 대상이다.
 
“내 이름인 희재는 '희'망'재'단의 약자”라고 너스레를 떤 박 이사장은 지난 5월23일 이사장으로 취임한 이후 지역을 거점으로 한 산학협력플랫폼 구축과 확산에 큰 관심을 두고 있다. 플랫폼 구축으로 청년실업 해소와 기업의 R&D 역량 확충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는다는 복안이다.
 
구체적으로 기업이 원하는 연구과제를 지역 대학에 제시하면 해당 대학은 기업과 교수, 학생들 간 팀을 구성해 과제를 수행하는 방식이다. 과제를 마치면 기업은 R&D 연구성과를 얻고, 대학은 실무경험을 갖춘 교수와 학생을 얻는다. 박 이사장은 “중소기업은 대기업과 달리 바로 쓸 수 있는 인재가 필요하다. 플랫폼을 구성하면 기업 입장에서 훈련된 지역 인재를 쉽게 확보할 수 있다”며 “대학 측도 취업을 위해 별도의 실무교육을 받을 필요가 없어진다”고 설명했다.
 
기업과 구직자 간 ‘미스매칭’ 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온리원(Only-One)기업 채용박람회’도 박 이사장이 향후 주력할 사업 중 하나다. 각 분야에서 글로벌 경쟁력을 가진 중소·중견기업이 참여하며, 하루에 1개 기업 채용과정이 진행된다. 기업은 약 2주간 자사 정보를 희망재단 홈페이지(http://yhf.kr/)에 올리고, 입사 희망자들은 서류전형 절차 없이 곧바로 1차 면접을 치를 수 있다. 면접 후 전문 컨설턴트가 피드백을 통해 면접 실력 향상을 돕고, 취업 후 3개월간 ‘직장안착 관리 서비스’도 제공한다.
 
박 이사장은 “가진 능력은 훌륭하지만 서류전형부터 탈락해 기회가 없다고 괴로워하는 청년들이 많다”며 “회사 입장에서는 의욕 있는 청년들을 확보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앞으로 보다 많은 기업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적극 나서겠다”고 말했다.
 
인터뷰를 마무리하면서 그에게 서울대 교수, 에스엔유 대표, R&D전략기획단장, 청년희망재단 이사장이라는 4가지 직함 가운데 꼭 하나만 선택해야 한다면 무엇을 꼽겠냐고 물었다. 청년희망재단에서 진행된 인터뷰였기에 내심 재단 이사장이라는 답변을 예상했지만, 그는 에스엔유 대표직을 선택했다.
 
박 이사장은 “기업을 창업해 일자리를 만들고 국가에 세금을 내는 것이 애국”이라며 “그동안 기술개발과 수출로 많은 상을 받았지만, 개인적으로 모범 납세자상을 받았던 것이 가장 기뻤다”고 말했다. 그는 “처음 창업할 때는 직원이 4명이었지만 지금은 300여명이 근무하고 있다. 회사와의 거래로 먹고사는 협력사들도 많이 늘었다”며 “그들과 그들 가족의 삶이 우리 회사에 달려있다. 그런 회사를 제대로 운영하는 것이 중요하지 않겠느냐”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박 이사장은 사회의 젊은 엘리트들이 열정을 갖고 창업에 나서길 희망했다. 그는 “창업은 분명 힘들지만, 국가 발전과 일자리 창출 등을 위해 누군가는 꼭 해야 하는 일”이라며 “유능하고 실력이 있는 젊은 엘리트들이 적극 창업에 나서줘야 한다. 우리사회도 그런 창업가들을 인정하고 응원해주는 풍토가 만들어졌으면 한다”고 바랐다.
 
이성휘 기자 noirciel@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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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성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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