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플)도시광산으로 자연환경 보호와 일자리 창출 ‘에코시티서울’
수십조원 시장잠재력 가진 도시광산, 한국 아직도 갈길 멀어
사회적기업 성공 위해선 “남이 안하는 사업 도전하고 자신만의 노하우 살려야”
입력 : 2016-06-30 15:38:29 수정 : 2016-06-30 15:38:29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각종 전자제품들은 기술 혁신 속도와 신제품 등장이 빨라지면서 그 수명이 점점 단축되고 있다. 구입한지 1~2년 만에 교체되는 스마트폰이 대표적이다. 이렇게 수명이 다한 전자제품들에게 새로운 가치를 부여하는 것이 바로 ‘도시광산’이다. 1980년대 일본 토호쿠대학 선광제련연구소의 난조 미치오 교수진에 의해 최초로 사용된 개념인 도시광산은 일상에서 배출되는 생활·산업 폐기물에 함유된 금속을 회수해 산업원료로 재활용하는 산업을 지칭한다. 2011년 사회적기업으로 인증받은 ‘에코시티서울’은 바로 이 도시광산을 통해 회사의 수익창출은 물론 자연환경 보호와 일자리 만들기라는 여러 가지 목표를 동시에 추구하고 있다. 환경운동연합 사무총장 출신으로 환경운동에 잔뼈가 굵은 지운근 대표이사는 “도시광산 사업은 환경보호는 물론 일자리 창출도 가능한 친환경 산업으로 국가의 미래를 위해서라도 앞으로 계속 발전해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뉴스토마토 이성휘기자] 에코시티서울의 시작은 2000년대 초반 중국 광동성 구이유 마을의 실태를 고발한 한 편의 다큐멘터리가 계기가 됐다. 구이유 마을은 폐전자제품 재처리과정의 세계적인 중심지로, 전 세계에서 시간당 4000톤이 넘는 폐전자제품이 유입되고 지역 전체 주민의 80%에 달하는 약 10만 명의 노동자가 재처리공정에서 일하고 있었다.
 
다큐멘터리에서 주민들은 소량의 금속물질을 얻기 위해 폐전자제품을 별다른 안전장비 없이 손으로 부수고, 연탄불에 녹여 분해했다. 금속물질을 얻은 뒤 남은 폐기물은 아무렇지 않게 소각됐다. 그 결과 지역 환경은 납과 수은 등 중금속에 오염됐고, 주민들도 중금속 중독으로 각종 병마에 시달리며 고통받았다.
 
지운근 에코시티서울 대표이사가 폐가전제품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뉴스토마토
 
지운근 대표는 “그 마을에 보내진 폐전자제품 상당수가 한국과 미국 등 선진국에서 수출이나 기부라는 이름으로 보내진 것이었다”며 “생산자와 사용자가 일정 책임을 져야하지 않겠나. 지역에서 만들어진 폐기물은 바로 그 지역에서 처리해야 한다는 생각에 몇몇 환경단체들이 서울시에 폐금속자원 재활용센터를 만들자고 제안했다”고 말했다.
 
단체들의 건의를 수용한 서울시는 2009년 말 성동구에 총 연면적 2774㎡ 규모의 SR센터(Seoul Resource Center)를 설립한다. 이를 위탁운영하기 위해 (사)한국전자산업협의회, (사)재활용대안기업연합회, (주)SK가스 등이 힘을 모아 사회적 기업 ‘에코시티 서울’을 만들면서 본격적인 활동이 시작됐다.
 
SR센터에는 서울시내 각 구청과 시 산하기관, 삼성과 LG 등 기업에서 수거된 폐소형가전, 폐휴대폰, 폐OA기기 등이 모인다. 각 구청은 가정에서 배출된 폐전자제품을 지역의 집하·선별장에서 분류해 운반하고, 기업과 공공기관의 물품은 SR센터가 직접 회수한다.
 
SR센터에 모인 폐전자제품들은 수작업으로 분해돼 ▲고철 ▲비철(구리·알루미늄 등) ▲플라스틱 ▲PVC 기판 등 재질별로 분류된다. 분류된 제품들은 공개입찰을 통해 2차 공정 업체에 판매되고, 이후 제련 등 일련의 공정을 거쳐 기업이나 생산업체에서 원자재로 판매돼 재활용된다.
 
지 대표는 “서울시에서 폐기되는 전자제품이 1년에 약 1만톤인데 그중 약 20%인 2000톤 가량을 처리하고 있다”며 “연매출은 15억원에서 20억원 사이”라고 설명했다.
 
황금 알 낳는 ‘도시광산’…앞서가는 선진국, 갈길 먼 한국
 
인터뷰를 진행하면서 지 대표는 “도시광산은 자연환경보호와 취약계층 일자리 창출이 가능하면서 수익 창출이 가능한 사업”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채광이나 벌목 등 일반적으로 자원채취를 위해서는 자연을 파괴해야 한다. 그 과정에서 소모되는 에너지와 자원도 많다. 그러나 폐전자제품에서 자원을 추출하면 환경파괴를 그만큼 줄일 수 있을뿐더러 효율은 더 좋다. 가령 금광석 1톤에서 5g의 금을 채취할 수 있는데 폐휴대폰 1톤에서 400g, 폐전자제품 1톤에서 20g을 채취할 수 있다.
 
또 폐전자제품은 납, 카드뮴, 비소 등 유해물질이 포함돼 있어 잘못 폐기할 경우 치명적인 환경오염을 발생시킬 수 있지만, 도시광산이라는 통제된 곳에서 모아 처리할 경우 환경오염 위험도를 최소화 할 수 있다.
 
취약계층을 위한 일자리 창출 효과도 크다. 폐전자제품을 모으고, 분류하며 해체하는 작업은 많은 단순 노동력이 필요하다. 그래서 장애인과 노인 등 노동생산력이 상대적으로 부족한 사회 일자리취약계층에게 적합한 일을 제공할 수 있다.
 
여기에 천연자원이 부족한 한국은 TV, 휴대폰, 배터리 등을 생산하는데 소요되는 희귀금속 대부분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실정이다. 도시광산을 통해 자원을 확보할 경우 ‘수입대체효과’가 발생, 국가 경제에 상당한 도움이 된다.
 
서울 각지에서 보내져 SR센터에 쌓여있는 폐전자제품들의 모습이다. 사진/뉴스토마토
 
일본과 독일 등 해외 선진국에서는 이러한 점에 주목해 도시광산 산업을 전략적으로 성장시키고 있다. 일본은 지난 2008년 신경제성장전략으로 도시광산 분야를 채택했고, 현재 자국내 관련시장이 약 7조엔(약 79조원)이 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2007년부터 도시광산 육성원칙을 밝힌 독일도 이미 2010년 850억 유로(약 110조) 규모로 시장이 성장했고, 2020년에는 자동차 산업 규모를 넘어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한국도 수십조원 규모의 시장 잠재력이 있다는 평가지만 갈 길은 멀다. 지난 1992년부터 생산업체에 폐기물 재활용 비용을 예치하고 재활용 실적에 따라 이를 환급하는 ‘폐기물 예치금 제도’를 운영했고, 2003년부터는 생산업체에 일정량 이상의 재활용 의무를 부여한 ‘생산자책임재활용제도’(Extended Producer Responsibility, EPR)를 실시하면서 폐기물 회수 부분에서는 성과를 거두고 있다. 그러나 회수된 폐기물에서 희귀금속을 추출하는 기술의 수준이 떨어져 큰 상업적 이익을 얻고 있지 못한다는 평가다.
 
위기에 빠진 에코시티서울 “그래도 사업은 계속된다”
 
장래성이 밝은 사업으로 보이지만 최근 에코시티서울의 경영 상황은 그다지 좋지 않다. 우선 국제 원자재가격 폭락 사태에 직격탄을 맞았다.
 
지 대표는 “2010년대 초반 국제 원자재가격이 폭등했을 때는 물건이 없었다”며 “‘돈이된다’는 이야기에 고물상이나 길거리에서 수집하는 분들이 일차적으로 모터나 금속류 등을 수집해서 가져갔고, 센터에 들어오는 양은 적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지금은 센터에 들어오는 물건이 많아졌다. 돈이 안 되기 때문이다”라며 “같은 무게의 고철보다 종이가 더 비싸다는 언론보도도 최근 있지만, 그 만큼 금속 원자재의 단가가 떨어졌다”고 쓴웃음을 지었다.
 
에코시티서울이 ‘일자리 창출형’ 사회적기업으로 시작한 것도 경영상황을 악화시키고 있는 이유 중 하나다.
 
지 대표는 “폐기물을 처리하는 방식은 크게 기계를 이용해 파쇄하는 방식과 수작업으로 하는 방식이 있다”며 “수익성과 경영효율성을 따지면 기계를 이용한 방식이 맞지만, 우리는 처음부터 일자리 창출이 중요한 목표였기에 수작업 방식으로 갔다”고 말했다.
 
에코시티서울의 직원수는 50~60명 사이를 유지하고 있다. 그 가운데 사회적 취약계층의 비율은 70%를 넘는다. 초봉은 최저임금을 간신히 넘는 수준이지만, 3~4년차가 되면 160만원 수준까지 올라간다. 창업 초기부터 함께한 장기근속자 수도 상당하다.
 
제대로 영업이익이 나오지 않으면서 그동안 꾸준히 해온 사회기부를 올해는 엄두도 못 내고 있다. 설립이후 에코시티서울은 지난해까지 인건비와 운영비를 제외한 나머지 수익금 약 10억원 가량을 저소득가정, 조손가정 지원과 장학금 등으로 사회에 환원해왔다.
 
에코시티서울 직원들이 작업장에서 폐전자제품을 분해하고 있다. 사진/뉴스토마토
 
힘든 상황이 이어지고 있지만 지 대표는 “도시광산은 국가와 사회에 꼭 필요한 사업”이라며 흔들림없이 추진할 뜻을 밝혔다.
 
우선 SR센터를 모델로 하는 자원순환센터의 전국 확장이다. 현재 서울과 울산에 센터가 만들어져있고, 올해 9월 부산에서 신규개소할 예정이다. 지 대표는 “전국 각 지자체와 협력해 우리 사업 모델을 확산시키려고 한다”고 의욕을 보였다.
 
금속추출 기술 고도화에도 노력한다. 정부 출연 연구기관 등에 용역을 줘 새로운 추출방법을 연구중으로, 특히 전기장판 재활용 연구는 내후년 결과가 나올 예정이다. 지 대표는 “폐전기장판은 그동안 재활용되지 않아 소각되거나 매립됐는데, 이번 기술 개발로 새로운 시장이 열린 셈”이라고 기대했다.
 
인터뷰를 마무리하면서 지 대표에게 사회적기업이 성공하는데 필요한 방법을 물었다. 그는 “사업 모델을 잘 잡아야 한다. 자신의 노하우를 잘 살릴 수 있는 분야에 진출해야 한다”고 충고했다.
 
지 대표는 “사회적기업은 자본금이 적고 근로자의 노동생산성도 상대적으로 떨어진다”며 “시장에서 전망이 밝은 분야, 일반 기업이 잘하고 있는 분야에 사회적기업이 들어가는 것은 어렵고 성공할 가능성도 낮다”고 말했다.
 
그럼 ‘도시광산’ 분야는 어떨까. 지 대표는 “처음 들어올 때 어느 정도 비전과 자신감이 있었지만 막상 해보니까 쉽지는 않다”고 웃었다.
 
이성휘 기자 noirciel@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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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성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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