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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과 소리’ 품은 스카이 IM-100…“호불호 강한 스타일로 밀어붙였죠”
2016-07-20 16:45:10 2016-07-20 18:13:46
[뉴스토마토 박현준기자] 일부 직원들이 회사를 떠났거나 휴직 중이던 지난해 6월. 서울 상암동 팬택 사옥에 상품기획실 직원 3명이 모였다. 상품기획실장과 상품기획팀장, 디자인팀장은 회사를 일으킬 새로운 스마트폰의 기획을 위해 머리를 맞댔다. 차별화에 골몰한 그들은 ‘빛과 소리’를 새로운 스마트폰의 대주제로 잡았다.
 
빛과 소리에 집중한 끝에 7개의 견본이 나왔다. 그중 후면에 휠키를 장착한 견본이 눈에 들어왔다. 후면의 휠키를 누르거나 돌리면 벨소리나 음악·동영상의 소리를 조절하고 사진촬영까지 가능하게 해 편의성을 더하자는 의도였다. 디자인과 각종 기능들을 다듬어 1차 모델이 나왔다. 이동통신사 측에 보여줬지만 반응은 우려로 가득찼다. 시장에 주로 나오는 제품들과 달리 "너무 각이 졌다"는 것이 이유였다. 
 
김영걸 팬택 상품기획실장(왼쪽)과 문상원 상품기획팀장이 서울 상암동 팬택 사옥에서 '스카이 IM-100'과 '스톤'을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박현준 기자
 
“호불호가 강한 디자인일수록 이득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이미 포화된 시장에 재진입하는 만큼 우리 색깔대로 가기로 굳게 마음을 먹었죠.”
 
지난 19일 팬택 사옥에서 만난 김영걸 상품기획실장과 문상원 상품기획팀장은 ‘팬택만의 색깔’을 강조했다. 국내 스마트폰 시장에 재진입하는 팬택에게 차별화는 지상 과제였다. 소비자들은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삼성전자(005930)의 갤럭시 시리즈와 애플 아이폰의 디자인과 기능에 익숙해졌다. 이를 흔들고, 깨야 했다. 스카이 피처폰 시절 독특한 디자인과 콘셉트로 사랑받았던 것처럼 ‘우리만의 색깔대로 재진입한다’는 신념은 흔들리지 않았다. 
 
그렇게 탄생한 스카이 IM-100. 퀄컴의 최신 오디오 코덱 칩을 장착하고 무손실 음원(24bit/192kHz)까지 재생할 수 있도록 ‘소리’에 힘을 쏟았지만 무언가 부족했다. 아쉬움을 채워준 것이 블루투스 스피커 겸 무선충전기 ‘스톤’이다. 개발 당시 ‘알파’로 불렸던 스톤에는 빛과 소리를 보완하기 위해 램프와 블루투스 기능이 들어갔다. 스마트폰과 연결되거나 음악이 재생되면 스톤은 다양한 색깔의 빛을 낸다.
 
사용자와의 소통 기능으로 추가된 것이 ‘웰컴 라이팅’ 기능이다. 웰컴 라이팅은 외출 후 집으로 들어가 IM-100이 가까워지면 스톤이 이를 감지하고 램프 불빛을 밝혀 사용자를 반겨준다. 케이블을 연결하는 번거로움을 없앤 무선충전 기능이 더해지면서 현재의 스톤이 완성됐다.
 
스톤이 빛을 내고 음악을 들려주면서 하루를 시작하고, 귀가하면 웰컴 라이팅 기능으로 사용자를 반겨준다. 잠자리에 들 때는 설정시간에 불빛이 줄어들고 음악의 볼륨이 서서히 줄어들면서 꺼진다. 문 팀장은 “스마트폰의 스펙보다 IM-100과 스톤이 함께한 일상을 이야기 형식으로 다시 선보였더니 이통사도 우리의 의도에 대해 공감했다”고 말했다. 
 
팬택 '스카이 IM-100'의 버튼 설정 화면(왼쪽)과 화면끄기, 화면캡처 버튼이 홈버튼이 있는 하단에 추가된 모습. 사진/팬택
  
지난달 30일 출시된 IM-100은 초도물량 3만대가 모두 판매됐다. 초반 돌풍에 대해 김 실장은 “전반적인 디자인과 스톤에 대한 반응이 예상보다 더 좋다”며 “곳곳에 편의성을 고려한 기능들이 숨어있어 찾는 재미도 쏠쏠하다”고 말했다. IM-100은 소프트키인 홈키 부분에 화면 끄기와 캡처 기능이 담긴 버튼도 추가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스마트폰의 화면을 끄려면 옆면의 전원키를 살짝 눌러야 하고, 화면 캡처를 하려면 홈키와 볼륨 조절키를 동시에 눌러야 하는 불편함을 덜었다. 
 
1년여 간의 개발 기간이 순탄치만은 않았다. 지난 4월 구조조정을 겪으며 IM-100 개발 프로젝트와 관련된 인력 외 나머지 직원들은 회사를 떠났다. 김 실장은 “오랫동안 함께 했던 동료들과 헤어지면서 어떤 제품보다 절박함을 갖고 개발에 매진했다”며 “IM-100이 좋은 반응을 얻고 있는 것도 회사를 위해 희생한 동료들 덕분”이라고 말했다. 문 팀장은 “회사를 떠난 동료들이 다시 돌아올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남은 사람들의 의무”라고 강조했다. 
 
상품기획실은 옛 동료들을 위한 ‘의무’를 다하기 위해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IM-100과 스톤의 기능 업그레이드와 후속작 기획을 동시에 펼쳐야 한다. 우선 스톤의 웰컴 라이팅 기능에 음성기능을 추가할 계획이다. 김 실장은 “6개월에 한 모델씩 내놓는다는 계획대로 진행하기 위해 전 직원들이 힘을 쏟고 있다”고 말했다. 
 
박현준 기자 pama8@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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