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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T·CJ헬로 "최악의 결정" 경악…KT·LGU+는 "M&A 불허 정당" 만족감
유료방송 새판짜기에 후폭풍 예상…딜라이브 매각작업 차질 불가피
2016-07-05 18:12:02 2016-07-05 18:12:02
[뉴스토마토 김진양기자] SK텔레콤(017670)CJ헬로비전(037560)은 인수합병(M&A) 불허 의견을 낸 공정거래위원회의 결정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양사는 '최악', '충격적'이란 단어를 사용해 깊은 유감을 표했다. 유료방송의 발전 기회를 놓칠 수 있다는 우려도 나타냈다. 
 
케이블 업계에서도 위기감이 감지됐다. 공정위의 원칙이 계속 적용될 경우 업계의 자율적 구조조정이 매번 난항을 겪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당장에 시장에 매물로 나와있는 업계 3위 딜라이브의 매각 작업도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다. 반면 합병에 반대 입장을 고수해온 KT(030200)LG유플러스(032640)는 "아직은 입장을 밝힐 단계가 아니다"면서도 내심 만족스러운 모습이다. 
 
공정위가 SK텔레콤의 CJ헬로비전 인수합병에 불허 의견을 냈다. 이에 양사는 모두 당혹스럽다는 입장을 밝혔다. 사진/뉴시스
 
공정위의 판단에 가장 격한 반응을 보인 곳은 CJ헬로비전이다. CJ헬로비전은 5일 입장 자료를 통해 "케이블 업계의 미래를 생각할 때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최악의 결과"라고 평가했다. 한때는 '황금알을 낳는 거위'라고 불렸던 케이블TV산업이 IPTV 등장 이후 '가입자 감소→수익률 악화→투자감소→가입자 감소'의 악순환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업계간 자율 구조조정을 막아 위기를 지연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란 주장이다. 
 
이들은 "이번 결정은 경쟁력을 잃어가는 케이블 산업 내의 선제적이고 자발적 구조조정을 막아 고사위기에 몰아넣는 조치"라며 "선제적·자율적 구조조정으로 더 큰 위기를 막아야 한다는 현 정부의 정책기조와도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CJ헬로비전은 또 "공정위가 말하는 '권역별 시장점유율 합산에 따른 경쟁 제한 판단'은 IPTV 등 전국 사업자 중심으로 재편된 유료 방송 시장 흐름과도 전면적으로 배치된다"며 "넷플릭스, 애플TV, 유튜브 등 글로벌 사업자들의 각축장이 되고 있는 방송통신시장 흐름에서도 매우 구태한 잣대"라고 비판했다. 
 
특히 CJ헬로비전은 공정위가 7개월이나 시간을 끈 것에 대해 강한 불만을 표시했다. 이들은 "영업활동 위축, 투자 홀딩, 사업다변화 기회 상실 등 영업이익과 미래성장성을 모두 잃었다"며 "고용 불안에 시달린 직원들이 다시금 벼랑 끝에 서게 된 상황도 유감스럽다"고 전했다. 
 
SK텔레콤 역시 "매우 충격적인 결과"라는 입장을 밝혔다. 이들은 "인수합병 이후 대규모 콘텐츠, 네트워크 투자 등을 통해 유료방송 시장 도약에 일조코자 했던 계획이 좌절된 것에 대해 깊은 유감을 표한다"며 "심사보고서를 면밀히 검토해 여러가지 후속 대책을 고민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지역성 유지'라는 케이블TV산업의 기본 가치를 유지한다는 전제 아래 합병을 긍정적으로 바라봤던 케이블 업계도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공정위의 결정은 지난해 유료방송 점유율 합산규제를 일원화하기로 한 정부의 정책 일관성을 훼손한 것이며, 권역별 점유율을 따지는 것은 전국서비스를 제공하는 IPTV 사업자보다 상대적으로 영세한 케이블업계를 더 규제하는 모순이라는 설명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공정위의 판단은 오로지 '독점 규제'에만 초점을 맞춘 것"이라며 "산업의 육성은 커녕 발전을 저해하는 결과"라고 말했다. 그는 또 "공정위가 반년 넘게 일을 끌고오며 투자도 안되고 가입자 관리도 안되는 상황을 야기했다"며 "정부의 핑퐁 게임에 사업자만 피해를 봤다"고 꼬집었다. 매각을 앞두고 있는 딜라이브에 대해서도 "같은 잣대를 대입하면 결국은 다 쪼개 팔라는 것 아니냐"며 순탄치 않을 앞날을 우려했다. 
 
SK텔레콤과 CJ헬로비전의 M&A에 줄곧 반대 입장을 보여왔던 KT(030200)LG유플러스(032640)는 상대적으로 신중한 모습이었다. 회사 관계자들은 "M&A가 불허돼야 한다는 기본적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면서도 "공정위가 최종 결론을 내기까지 절차가 남아있는 만큼 향후 상황을 지켜보겠다"고 전했다. 
 
김진양 기자 jinyangkim@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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