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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사 부실 눈감은 국책은행 전 수장들 '면죄부'
감사원, 기재부·금융위 인사자료 통보했지만 현직 유지 이상 무
공직 진출 어렵다지만…민간 금융사 행보는 자유로워
2016-06-16 15:14:23 2016-06-16 18:30:47
[뉴스토마토 이종용기자] 감사원이 홍기택 전 산업은행 회장과 김용환 전 수출입은행장을 각각 대우조선해양과 성동조선해양에 대한 경영 관리 태만으로 인사조치 하도록 정부에 요구했으나 금융권에서는 이들 수장들이 사실상 면죄부를 받은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감사 결과가 금융위원회를 포함한 인사혁신처에 전달돼 앞으로 공직자 심사에 활용된다고 한다. 하지만 현재 맡고 있는 직에서 물러나야 할 필요가 없으며, 앞으로 민간 부문의 금융권 행보는 사실상 막을 수 있는 장치가 없다.
 
16일 금융권에 따르면 감사원은 전날 산업은행이 대우조선해양의 재무상태를 제대로 점검하지 않아 기업회생을 위한 '골든타임'을 놓쳤다는 감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를 바탕으로 감사원은 홍기택 전 산은 회장 등 3명의 전·현직 임원에 대한 감사 결과를 인사자료로 활용하도록 금융위원회와 인사혁신처에 통보했다. 김용환 전 수출입은행장 등 2명의 수출입은행 전·현직 임원에 대한 감사 결과도 기획재정부에 통보했다.
 
언급된 이들 경영진 5명은 홍 전 회장과 김 전 행장을 비롯해 수출입은행 전무이사(전 기업금융본부장), 산업은행 수석부행장, 산업은행 구조조정부문장이다. 인사자료 통보는 승진할 때 누락하거나 상훈을 줄 때 배제하거나 제재할때 가중하는데 사용하라는 것이다.
 
이에 따라 자격 논란이 일 수는 있으나 현직 유지에는 이상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 홍 전 산은 회장은 올해 3월 임기를 마치고 현재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부총재로 있으며, '김 전 행장은 3년 임기를 마친 후 1년 2개월 만인 작년 4월 농협금융 회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직무정지 등 중징계를 받은 것이 아니어서 금융권 행보는 이상이 없다는 것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투자 실패 등 경영상의 관리 잘못으로 중징계를 받으면 모를까 자격 논란을 있을 수 있지만 현직을 유지하는데 이상이 없다"고 말했다.
 
지난 2009년 황영기 전 KB금융(105560)지주 회장(현 금융투자협회장)이 우리은행(000030)장 재직시절에 판매된 파생상품의 손실과 관련해 금융위원회로부터 '직무정지 3개월 상당'의 중징계를 받고 중도 사퇴한 바 있다. 3년여가 지난 뒤에야 황 전 회장은 직무정지 관련 소송에서 승소했다.
 
특히 홍 전 회장의 경우 국제사회에서 한국의 신인도 하락 등을 고려하면 AIIB 부총재직에서 내려올 수 없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김용환 회장 역시 역시 자격논란은 있지만 현직을 유지하는 데 법적으로 이상이 없다.
 
금융당국이나 금융권에서도 이들 수장들의 공직 진출은 앞으로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금융위 관계자는 "홍 전 회장이나 김 전 행장의 비위내용은 정부에서 공직후보자 등의 관리에 쓰일 것"이라고 말했다. 기재부 장관이나 금융위원장이 대통령에 제청하는 자리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하지만 정성 평가의 성격이 강해 반영이 되는지 확인이 어렵다는 지적도 있다.
 
다만 금융당국 관계자는 "민간 부문의 행보까지 제재할 수 있다는 것은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정부 지분이 없는 민감 금융사의 고위직 이동으로는 이사회 결정 사안이기 때문에 왈가왈부할 수 없다는 것이다.
 
금융공공기관 고위직이 정치색이 강하기 때문에 기재부나 금융위 등 정부가 엄정히 판단할지도 의문이다. 산업은행 회장은 금융위원장이 대통령에 제청하며, 수출입은행장은 기재부 장관의 제청으로 대통령이 임명한다.
 
일례로 홍 전 회장은 2013년 초 박근혜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출신으로 구조조정 관련 전문성이 없는데도 산은 회장으로 임명됐다. 김용환 전 행장은 대표적인 관피아로 꼽힌다. 23회 행정고시에 합격해 금융위와 금감원 등 요직을 두루 경험했다.
 
이종용 기자 yong@etomato.com
 
◇왼쪽부터 홍기택 전 산업은행 회장, 김용환 전 수출입은행장. 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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