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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적 하락 신라면세점, 하반기 앞두고 '고민'
김포공항 철수에 매출 하락 전망…싱가포르 등 해외사업도 부진 '이중고'
2016-06-13 06:00:00 2016-06-13 06:00:00
[뉴스토마토 이성수기자] 호텔신라(008770)의 면세점 사업이 김포공항점 철수에 이어 해외점포의 부진으로 하반기 위기에 놓였다. 지난해 초 사업권을 따낸 인천국제공항 역시 높은 임대료로 적자폭이 점차 커지고 있다. 회사 측은 손실이 지속되는 김포공항점 철수는 사업성이 좋지 않아 운영 연장을 포기한 것이고, 해외점포 역시 실적이 호전되며 흑자전환을 예상하고 있다.
 
1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호텔신라는 현재 운영 중인 김포국제공항 면세점(DF1, 화장품·향수) 매장을 올 하반기 중 롯데면세점에 넘겨주게 된다.
 
김포공항 면세점 입찰에 참여하지 않아 운영권 연장에 실패한 호텔신라는 3개월 안에 김포공항 사업장을 철수해야 하는 처지다. 업계에 따르면 신라면세점 김포공항점의 지난해 매출은 823억원 규모다. 800억원이 넘는 매출액이 증발되는 셈이다.
 
지난해 3기 사업자 선정이 완료된 인천국제공항 면세점의 실적도 상황은 좋지 않다.
 
업계에 따르면 신라면세점의 지난해 인천공항점 매출은 7803억원으로 전년(8990억원) 대비 13.2% 감소했다. 연간 2688억원에 달하는 높은 임대료에 영업이익은 꿈도 못 꾼다. 업계는 신라면세점 인천공항점이 매월 25억~40억원 규모의 적자를 기록하고 있는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올해 상황도 마찬가지다.
 
호텔신라의 올 1분기도 연결 기준 국내 면세사업 영업이익이 35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무려 39.7%나 내려앉았는데, 업계는 가장 큰 원인으로 오픈 초기 실적이 저조했던 인천공항을 꼽고 있다. 인천공항점의 1분기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28% 감소했기 때문이다.
 
여기에 해외사업도 개선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호텔신라가 2013년 1월부터 운영 중인 싱가포르 창이국제공항 면세점도 실적이 날로 악화되고 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호텔신라의 싱가포르 법인 Shilla Travel Retail Pte. Ltd.은 지난해 무려 601억3490만원의 당기손실을 기록했다. 2014년 900억원대였던 매출은 지난해 4275억원으로 3.75배 성장했지만, 당기손실액은 오히려 210억원 불어났다. 부채도 1422억원으로 전년 대비 38.2% 늘었다. 완전자본잠식 상태에 빠진지 오래다.
 
이에 따라 호텔신라는 완전자본잠식 상태에 빠진 싱가포르 법인에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증자를 실시했다. 호텔신라는 싱가포르 법인의 주식 1억299만주를 지난 8일 890억4533만원에 취득했다고 지난 3일 공시했다. 이번 증자를 통해 호텔신라 싱가포르 법인은 기존 1억 싱가포르달러 상당의 차입금 전액을 상환하게 된다.
 
호텔신라 측은 정식 면세점의 구색을 갖춘 것은 지난해부터였기 때문에 적자는 당연하다는 입장이다.
 
싱가포르 창이공항점의 경우 오픈 초기에는 일부 브랜드 매장만 소규모로 운영해왔고 정식 면세점의 구색을 갖춘 것은 지난해부터였기 때문에 공항면세점 사업 초기 투자비용 지출이 많아 적자폭을 키웠으며, 증자도 이에 따른 조치라는 해명이다.
 
호텔신라 관계자는 "2014년까지는 10평 내외의 '보테가 베네타'와 '프라다' 브랜드 매장만을 운영했고, 당시 말레이시아 항공기 사고 여파로 지난해 싱가포르 관광객이 감소했던 영향을 받았다"고 말했다.
 
이어 "시계와 화장품·향수 등의 MD를 갖춰 오픈한 것은 지난해 2월이고, 3터미널에 듀플렉스 매장을 오픈한 것이 지난해 10월"이라며 "실질적인 완전한 면세점 구색을 갖춘지 만 1년도 되지 않은 시점이지만 올해 높은 매출을 올리고 있어 이르면 올해 하반기 부터는 일부 점포를 중심으로 월 단위 흑자전환을 예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공항점 역시 높은 임대료로 수익을 내기 어려운 구조이기 때문에 오히려 이번 김포공항점 철수로 적자폭을 줄여 사업성을 높일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다.
 
이 관계자는 "김포공항의 경우 향후 관광객에 비해 구매력이 낮은 비즈니스 고객 비중이 높은데다 공항 측의 향후 노선 확대 계획이 없어 이용객이 증가하지 않을 전망이지만 임대료는 오히려 인상됐기 때문에 사업성이 낮다고 판단해 철수를 결정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공항면세점은 시내면세점하고 상호 상충되는 경향이 있다"며 "해외 출국 예정 내국인과 외국인 등 면세점 이용 고객은 정해져있는데, 최근 고객들이 시내면세점과 인터넷면세점에서 이미 대부분의 쇼핑을 마치기 때문에 공항면세점의 실적이 좋지 못하다"고 덧붙였다.
 
호텔신라가 2013년 1월부터 운영 중인 싱가포르 창이국제공항 면세점의 모습. (사진제공=호텔신라)
 
이성수 기자 ohmytru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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