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 기자
'향군 비리' 조남풍 전 회장 징역 1년6개월(종합)
법원 "매관매직과 유사한 범행 저질러 죄질 매우 불량"
2016-06-02 15:55:27 2016-06-02 15:55:27
[뉴스토마토 신지하기자] 지난해 재향군인회장 선거에서 10억원 상당의 금품을 살포하고 인사청탁 명목으로 수억원을 챙긴 혐의로 구속기소된 조남풍(78) 전 회장이 실형을 선고받았다.
 
2일 서울중앙지법 형사21부(재판장 김도형)는 배임수재·업무방해 혐의 등으로 기소된 조 전 회장에게 징역 1년6개월에 추징금 6000만원을 선고했다.
 
조 전 회장에게 인사청탁 명목으로 금품을 건넨 이모(65)씨와 박모(70)씨는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각각 선고 받았다. 박씨는 조 전 회장에게서 돌려받은 5000만원 추징도 명령받았다.
 
회사 자금 9억8000만원을 빼돌려 선거자금을 제공한 조모(51)씨는 징역 1년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았다. 반면, 향군과 중국제대군인회와의 관광사업과 관련해 금품을 제공한 조모(70)씨는 무죄를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조 전 회장이 인사청탁 대가로 수억원을 받은 혐의를 유죄로 인정했다.
 
재판부는 "향군은 민간단체와 달리 투명성과 청렴성이 요구된다"며 "조 전 회장은 향군의 회장으로서 산하 업체의 대표자 임명에 관한 인사청탁 대가로 큰 액수를 주고받는 이른바 '매관매직'과 유사한 범행을 저질러 죄질이 매우 불량하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그러나 조 전 회장이 선거 과정에서 대의원들에게 금품을 살포한 혐의는 무죄로 판단했다.
 
앞서 검찰은 조 전 회장이 당시 민간인 신분이었다는 점에서 공직선거법이 아닌 업무방해 혐의를 적용해 기소했다. 조 전 회장이 입후보 등록 당시 불법 행위를 하지 않겠다는 서약서를 제출해 향군 선거관리위원들의 공정한 선거관리 업무를 방해했다는 이유다.
 
하지만 재판부는 조 전 회장의 금품 전달이 당사자 사이에서 은밀하게 이뤄져 쉽게 적발되기 어려웠다는 점에 주목해 업무방해 혐의를 무죄로 봤다. 조 전 회장이 적극적으로 선관위의 착각 또는 오인 행위를 일으켜 자신의 불법 행위를 달성하려 했다고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금품 선거를 초래한 조 전 회장의 책임이 크고 비난 가능성도 매우 분명하지만 업무방해죄로 처벌할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또 조 전 회장이 향군과 중국제대군인회와의 관광교류 사업과 관련해 특혜를 주는 대가로 돈을 받았다는 혐의도 유죄로 인정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당시 중국제대군인회 관광사업이 기존에 향군에서 추진하고 있던 게 아니었다"면서 "조 전 회장이 신임 회장에 취임한 후 스스로 구상해 일부 직원에게 검토를 지시하고 있던 사업 아이템에 불과했다"고 밝혔다.
 
또 "조 전 회장은 중국제대군인회와 연결고리가 없었다"며 "사업 추진을 위해 중국에서 영향력 있는 인사와의 접촉을 위해 그와 혈연관계인 조씨에게 먼저 요청한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이후 사업 추진 진행 과정을 보더라도 조씨가 주도적으로 추진한 것으로 보기 어렵다"며 "조씨가 조 전 회장의 선거자금을 대신 변제한 것도 정황상 사업 편의를 위한 부정한 청탁이나 대가에서 이뤄진 것으로 보긴 어렵다"고 덧붙였다.
 
이날 선고 직후 향군정상화모임은 "향군 회장 선거과정에서 조 전 회장의 금품 살포 행위가 무죄로 인정된 것을 유감으로 생각한다"며 "지난해 낙선했다가 재출마해 역시 금품 살포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는 나머지 후보들에게도 면죄부를 주는 꼴"이라며 비판했다.
 
조 전 회장은 지난해 3~4월 서울지역 대의원 19명에게 1인당 500만원씩 제공하는 등 전국 대의원 200여명에게 10억원 상당의 금품을 건넨 혐의(업무방해)로 지난해 12월 구속기소됐다.
 
그해 4월과 5월 사이 향군상조회 대표이사로 임명해 달라는 청탁을 받고 이씨와 박씨에게서 총 1억1000만원을 챙기고 향군과 중국제대군인회와의 관광교류 사업이 추진되던 9월 조씨의 사업 편의를 제공하는 대가로 또 다른 조씨에게 갚아야 할 선거자금 채무 중 일부인 4억원을 대신 변제케 한 혐의(배임수재)도 있다.
 
재향군인회(향군) 회장 선거 때 수억대의 금품을 살포하고 회장에 당선 뒤 산하 업체 대표 인사 과정에서 매관매직한 혐의를 받고 있는 조남풍 전 향군 회장이 검찰 조사를 마친 지난해 11월13일 오후 서울 서초구 중앙지방검찰청을 나서고 있다. 사진 / 뉴시스
 
신지하 기자 sinnim1@etomato.com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지난 뉴스레터 보기 구독하기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