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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주도 크라우드펀딩, 약발 다했나?
2~4월에 비해 5월 실적 급감…특히 일반투자자 감소 우려
2016-05-24 06:00:00 2016-05-24 07:54:11
[뉴스토마토 김재홍기자] 정부가 창업기업 활성화를 위해 야심차게 추진한 증권형 크라우드펀딩이 시행 4개월째를 맞이했다. 그동안 상승 추세를 보였던 크라우드펀딩 실적이 이달 들어 큰 폭의 하락세를 보이면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일각에서는 정부가 주도하면서 초기 반응을 이끌어냈지만 결국 한계를 보인 것이라는 지적도 제기된다. 
 
24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23일까지 35개 업체가 55억6500만원 규모의 투자유치에 성공했다. 다만 실적추세를 살펴보면 2월 1억1800만원에서 3월 11억8700만원, 4월 32억2000만원으로 상승세를 보이다가 이달은 23일 현재 10억4000만원 수준에 머물렀다. 
 
다수의 투자자를 대상으로 십시일반 자금을 모으는 크라우드펀딩의 개념을 고려하면 일반투자자의 투자감소는 특히 우려되는 부분이다. 4~5월 한달 간 전문투자자 투자금액은 19억원에서 10억원으로 절반 가까이 감소했지만 일반투자자는 10억8000만원에서 8600만원으로 급감했다. 투자자수를 봐도 같은 기간 전문투자자는 74명에서 16명으로 줄어든데 비해 일반투자자는 733명에서 78명으로 감소 폭이 훨씬 컸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이 이달초 크라우드펀딩 출범 100일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는 모습. 사진/뉴스1
 
이에 대해 업계에서는 다양한 분석을 내놓으면서도 정부가 일방적으로 크라우드펀딩을 주도해 온 한계가 드러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A 중개업체 관계자는 “당초 증권형 크라우드펀딩 제도 도입에 대한 논의가 지지부진 했는데 지난해부터 금융당국이 갑자기 도입 속도를 냈다”며 “시행 시점이 올해 1월25일로 결정되면서 업체들이 이를 맞추기 위해 급하게 준비할 수밖에 없다 보니 크라우드펀딩에 대한 인지도 향상이나 바람직한 투자문화 전파 등에 신경 쓸 여력이 없었다”고 말했다.
 
또한 이 관계자는 “당국이 크라우드펀딩 활성화를 위해 중소기업 특화 증권사 선정 과정에서 크라우드펀딩 관련 분야를 정성평가 항목에 넣었다”며 “일부 증권사의 경우 중기 특화 선정에만 관심이 있어 선정 이후 크라우드펀딩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거나 전문성 확보에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덧붙였다. 
 
B 중개업체 관계자는 “현재 일반투자자는 동일 기업에 200만원, 연간 총 투자한도는 500만원에 불과해 적극적으로 펀딩에 참여한 일반투자자들은 사실상 올해 추가 펀딩이 불가능해졌다”며 “또한 보호예수 기간이 있다 보니 수익을 실현하기까지 시간이 소요되면서 투자매력이 감소한 부분도 있다”고 지적했다.
 
최근 벤처기업에 대한 투자 위축이 영향을 미쳤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C 중개업체 관계자는 “다른 중개업체의 경우를 봐도 투자를 받고 싶어 하는 기업들은 많지만 정작 투자자풀(Pool)은 감소했다”며 “크라우드펀딩은 물론 전반적인 벤처 생태계에 대한 투자심리가 위축되는 추세도 무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박주영 금융위원회 투자연금팀장은 “예탁결제원 크라우드넷 통계는 투자유치가 성공하고 증권이 발행돼야 실적으로 포함된다”며 “2~3주 정도 시간차가 발생하기 때문에 실적을 비교할 때 이 점을 감안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박 팀장은 “현재 업계의 의견을 수렴하고 있으며, 시간을 두고 개선에 나설 예정”이라고 말했다. 
 
김재홍 기자 maroniever@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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