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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묵하는 정진석…새누리 혼란 장기화하나
친박·비박 모두 강경한 태도…'소신대로 할 수밖에' 관측 나와
2016-05-23 15:58:39 2016-05-23 16:07:24
[뉴스토마토 최용민기자] 당 운영에 대한 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의 고민이 길어지면서 내부 혼란과 무기력이 장기화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혁신 의지가 없는 친박계와 구심점 없는 비박계 사이에서 정 원내대표의 리더십이 시험대에 올랐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정 원내대표는 지난 20일 ‘원내대표단-중진의원 연석회의’ 이후 23일까지 나흘간 당 운영 방안에 대해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장고를 거듭하고 있다. 정 원내대표는 이날 경남 거제시 대우조선해양을 찾아 ‘민생현장방문’ 회의를 열었고, 곧이어 김해 봉하마을로 가 노무현 전 대통령 7주기 추도식에 참석했다.
 
그의 입은 좀처럼 열리지 않았다. 기자들은 현안에 대해 질문을 계속 던졌지만 대답을 들을 수 없었다. 정 원내대표를 수행하던 민경욱 원내대변인은 기자들에게 “오늘은 민생으로 가자”며 정치 현안 질문을 자제해 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추도식이 끝난 후 '업무 부담 때문에 비대위원장을 겸직하지 말아야 한다는 말이 있다'는 집요한 질문에 "좋은 분 찾아보다가 안 되면 도리없지"라고 짧게 답했을 뿐이었다.
 
정 원내대표의 표정도 시종일관 굳어 있었다. 대우조선해양 방문 때는 물론 노 전 대통령 추도식에서도 연사들의 발언에 별다른 제스처 없이 묵묵히 지켜보기만 했다. 현재 자신이 처한 상황이 복잡하고 해결책을 찾지 못해 고민이 깊다는 점이 얼굴에 그대로 묻어났다.
 
그가 고심을 거듭하는 이유는 물론 뾰족한 해법이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친박계의 요구를 수용하기도 힘들고, 그렇다고 그대로 밀고 나가기도 힘들다. 친박계의 요구를 받아들이는 순간 자신은 허수아비 원내대표가 될 것이고, 거부하면 계파 갈등은 극에 달할 것이다.
 
친박계와 비박계 모두 만족할 수 있는 타협점을 찾기는 쉽지 않다. 친박계는 정 원내대표가 비대위원장을 맡지 말고 외부 인사를 영입해 비대위를 구성하라고 압박한다. 그러나 비박계는 그런 친박계에 대해 혁신은 안중에도 없고 당권만 바라보고 있다고 비판하고 있다. 양측의 태도는 모두 강경하다.
 
결국은 정 원내대표가 소신을 발휘해 결정할 수밖에 없고 그래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현실정치와 소신정치 사이에서 계파 모두 만족할 수 있는 결론을 내릴 수 없다면 소신정치라도 펼치는 게 '남는 장사'라는 지적이다.
 
비박계는 물론이고 중도 성향 의원들 사이에서도 당 내분에 대한 불만이 최고조에 이른 상태다. 언론을 통해 어느 계파에도 이름이 오르지 않은 한 의원은 이날 통화에서 “당선자 총회에서 뽑아 놓은 원내대표를 그렇게 흔들어서는 안된다. 당이 더 떨어질 곳이 없다고 생각했는데 더 나락으로 떨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23일 경남 거제시 아주동에 위치한 대우조선해양을 돌아보고 있다. 사진/뉴시스
 
최용민 기자 yongmin0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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