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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구 공주로 내려간 정진석 '깊은 고민'
비대위원·혁신위원장 막은 방해한 친박계는 '불만 있는 사람 나가라' 태도 보여
2016-05-18 17:20:59 2016-05-18 17:58:12
[뉴스토마토 최용민기자] 친박계가 혁신위원장과 비상대책위원을 추인하는 전국위원회를 조직적으로 무산시키며 폭발한 새누리당의 내홍이 언제까지 이어질지 정치권의 관심이 쏠린다. 특히 정진석 원내대표가 친박계의 요구에 따라 비대위원과 혁신위원장을 다시 선임할지, 아니면 정면돌파 할지 주목된다.
 
정 원내대표는 장고에 들어갔다. 정 원내대표는 18일 5·18광주민주화운동 기념식 참석을 위해 광주로 향하는 KTX에서 ‘당내 상황과 관련해 어떤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이제 고심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광주를 방문하는 이유에 대해서는 “나 아니면 갈 사람이 없다. 다른 당 대표도 가는데 안 가면 안 된다”며 “위로하는 자리이고 ‘케세라세라'(될 대로 되라) 할 수는 없는 것 아니냐”고 되물었다. 원내대표의 책임을 강조했다는 점에서 원내대표직을 유지하겠다는 뜻을 내비친 것으로도 풀이됐다.
 
당초 기념식을 마치고 서울로 돌아올 예정이던 정 원내대표는 돌연 자신의 지역구인 충남 공주로 발길을 돌렸다. 자신의 선거사무실을 찾는 등 사실상 정치적 칩거에 들어갔다. 정 원내대표는 그 자리에서 “집권 여당에서 상상하지 못한 일이 벌어졌다”며 “큰 충격을 받았다. 상임전국위와 전국위 무산의 의미가 무엇인지 판단이 안 선다”라며 당분간 공주에 머물 계획임을 시사했다.
 
현재 정 원내대표 앞에 놓인 선택지는 크게 두 가지다. 친박계의 요구를 들어주는 것, 아니면 그 요구를 거부하고 정면돌파 하는 것이다. 그러나 정 원내대표 입장에서는 둘 다 어렵다. 그들의 요구를 따른다면 '친박 대리인'일 뿐임을 자처하는 꼴이 된다. 그렇다고 본인의 구상대로 밀어붙이자니 더 큰 계파갈등이 일어날 수 있고 최악의 경우 분당 위기에 몰릴 수 있다.
 
친박계는 비대위원과 혁신위원장을 다시 선임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정 원내대표의 인선은 독단적이었다는 주장이다. 친박계 핵심인 홍문종 의원은 이날 KBS 라디오에 출연해 “비대위원을 다시 구성하는 방법 외에 또 다른 뾰족한 방법이 있을까 생각한다"고 밝혔다. 홍 의원은 김용태 의원이 사퇴한 혁신위원장에 대해서는 "저는 처음부터 끊임없이 외부에서 데려오는 게 맞다고 주장한 사람 중 하나”라며 “계파로부터 좀 자유로운 사람들이 객관성을 담보하고 얘기할 수 있지 않을까 한다"고 주장했다.
 
또 다른 친박인 김태흠 의원은 SBS 라디오에 출연해 “(당이) 리모델링하는 과정 속에서 도저히 생각이 다른 사람이면 그런 (나갈 사람은 나가고 당을 지킬 사람은 지키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며 분당 가능성까지 거론하고 나섰다.
 
비박계 의원들도 친박계에 대한 공세의 고삐를 늦추지 않았다. 김성태 의원은 이날 MBC 라디오에 출연해 “비대위 인선에 대해 다시 번복하면 아무런 원칙이 (없는 것)”이라며 기존 비대위와 혁신위원장 인선을 번복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특히 김용태 의원이 사퇴를 번복하고 혁신위원장을 다시 맡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비박계 의원들은 이날 따로 비공개 모임을 갖고 정 원내대표에게 힘을 실어줘야 한다고 의견을 모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자리에서는 당 지도부가 없는 상태에서 정 원내대표를 흔들어서는 안 되고 흔들려서도 안 된다는 의견이 나온 것으로 알려지면서 친박계와 비박계의 2차 충돌이 예상되고 있다.
 
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18일 오후 충남 공주 자신의 선거사무실에서 생각에 잠겨 있다. 사진/뉴스1
 
최용민 기자 yongmin0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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