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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가습기살균제 피해자들 '개인정보' 유출 피해
환경산업기술원 용역 조사원이 750여명 정보 빼돌린 듯
검찰도 최근 불법 인지하고 본격 수사 착수 전망
2016-05-23 13:40:00 2016-05-23 18:16:03
[뉴스토마토 이우찬·정해훈·최기철기자] 정부 산하기관이 관리 중인 가습기 살균제 피해 신고자들의 개인정보가 불법 유출된 것으로 확인됐다. 가족의 사망 등으로 수년간 정신적·육체적으로 고통 받고 있는 피해자들이 공공기관의 허술한 정보관리 때문에 또 한 번 울고 있다.
 
23일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들과 신고자들, 한국환경산업기술원(이하 기술원) 등에 따르면 복수의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와 신고자들이 본인의 개인정보가 불법 유출된 것을 확인하고 지난달 초 기술원 측에 이의를 제기했다.
 
이들은 지난해 12월까지 실시된 3차 피해접수자들로, 같은 시기 피해접수자는 총 752명이다. 개인정보 유출피해자 중 명시적으로 이의를 신청한 사람은 4명이지만 3차 피해접수 신청자들 전원의 명단이 유출됐다는 것이 피해자들의 주장이다.
 
또 피해자들에 따르면 169명이 신청한 2차 접수자 가운데서도 개인정보 유출 피해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피해자 규모는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2차 접수는 2014년 7월부터 지난해 4월까지 이뤄졌다. 
 
옥시·애경 가습기 피해 신고자인 A(49)씨는 지난해 11월 기술원에 3차 피해접수를 신청하면서 성명·주민등록번호·전화번호·주소·이메일 등 개인정보를 제공했다. 환경조사 등 피해실태 점검을 위해서는 조사원이 피해신청 접수자를 방문조사해야 하기 때문이다. A씨는 기술원에 개인정보를 제공하는데 동의했을 뿐 다른 곳에는 정보를 제공한다고 동의한 적이 없었다. A씨는 지난 3월 기술원 측 조사원의 방문을 받았다.
 
그런데 한 달 쯤 지나 A씨가 회원으로 가입하거나 주소 등 개인정보를 일체 알려주지 않은 단체로부터 이메일과 우편물을 받았다. A씨는 기술원측에만 제공한 정보가 유출된 것으로 보고 지난 4월 초 기술원에 전화해 개인정보가 유출된 것을 확인하고 이의를 제기했다.
 
다른 옥시 피해자 신고자 B(40)씨도 같은 피해를 겪었다. 2년 전 휴대폰 번호를 바꾼 B씨는 종전에 알던 다른 피해자들과도 연락을 끊고 지내다가 3차 피해자 접수신청을 하면서 기술원에만 개인정보를 제공했다. 그러나 B씨 역시 A씨에게 이메일과 우편물을 보낸 동일 단체 관계자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개인정보 유출 피해자들과 기술원 측 얘기를 종합하면, 기술원은 3차 피해조사를 서울아산병원에 위탁했고 그 산하 세부 파트에서 피해신청 접수자들에 대한 방문 조사를 실시했다. 이 과정에서 조사 연구원 중 1명이 피해자들의 전화번호·주소·이메일 등 개인정보를 빼낸 것으로 파악됐다.
 
기술원 관계자는 그러나 "아산병원 피해조사 책임자와 세부 파트장을 통해 확인한 결과 유출자로 지목된 조사연구원이 의혹을 부인했다"고 해명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자문 변호사들로부터 자문을 받은 결과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등으로 고소·고발할 의무가 없다는 자문을 받았다"며 "재발방지 차원에서 유출자로 지목된 조사연구원을 배제하고 개인정보보호법 준수를 촉구하는 공문을 보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개인정보 유출 피해자들은 "개인정보를 제공한 곳은 기술원 한 곳 뿐이고 여타 단체나 모임에 개인정보를 제공한 적이 없다"고 반박했다.
 
한편, 검찰 역시 최근 이 사건에 대해 인지를 한 것으로 알려져 조만간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개인정보 유출 사건'에 대한 본격적인 수사가 시작 될 것으로 보인다.
 
가습기 피해자 한 유가족이 지난 2일 오전 서울 여의도 콘래드 호텔에서 옥시 주최로 열린 기자회견에서 호소문을 읽던 중 눈물을 흘리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우찬·정해훈·최기철 기자 iamrainshin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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