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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온 탕자' 이형종의 눈물보다 값진 홈런포
'초고교급 투수'에서 방황 후 타자 복귀
11일 생애 첫 홈런으로 '부활포' 신고
2016-05-12 15:59:38 2016-05-12 15:59:38
[뉴스토마토 임정혁기자] '돌아온 탕자' 이형종(27·LG)이 프로 통산 최초의 홈런포를 쏘아 올리며 기나긴 방황에 마침표를 찍었다.
 
이형종은 지난 11일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삼성과 경기에서 6회말 조현근의 공을 받아쳐 프로 데뷔 1호 홈런을 신고했다. 좌측 담장 105m를 넘긴 3점짜리 곡사포는 그간의 마음고생을 조금이나마 털어내는 뜻깊은 홈런이었다. 베이스를 도는 동안 기쁨을 감추지 못한 이형종은 덕아웃으로 돌아와 '손등 키스' 세리머니를 하며 자축했다.
 
한때 '눈물의 왕자'로 불렸던 '투수' 이형종은 이날 홈런으로 성공적인 타자 변신의 주춧돌을 놨다. 그와 동시에 이형종은 과거 LG 유니폼을 벗어 던지고 방황했던 시간을 씻어낼 기회를 잡았다.
 
이형종은 서울고 재학시절 150km의 공을 던지며 일찌감치 초고교급 선수로 꼽혔다. 프로야구에서도 성공 가도를 달릴 선수로 집중 관심을 받으며 "가진 재능이 풍부한 선수"로 불렸다. 고교 3학년이던 2007년 광주일고와의 대통령배 고교야구 결승전에서 9회 끝내기 안타를 맞은 뒤 마운드에서 무릎 꿇고 펑펑 우는 것으로 더 많은 유명세를 얻기도 했다. 미디어와 팬들은 이런 이형종에게 '눈물의 왕자'라는 별명을 붙여주는 동시에 프로 야구에서의 활약 여부에 각별한 관심을 보였다.
 
그를 주목한 건 LG였다. 이형종이 보여준 구위에 감탄한 LG는 2008년에 계약금 4억3000만원을 지급하며 그를 영입했다. 파격적인 계약 조건이었다. 하지만 LG 입단 후 이형종은 오른쪽 팔꿈치 부상이 터지며 경기를 제대로 소화하지 못한 채 재활과 수술만 반복하는 힘겨운 시간을 보냈다.
 
2010년에서야 1군 무대를 처음 밟아 5월 롯데전에서 첫 선발승을 따냈지만 그게 전부였다. 재활 과정에서 구단과 마찰을 빚고 적응에 어려움을 겪는 등 이형종은 야구 외적인 이유로 상승세를 이어가지 못했다. 심지어 훈련 도중 팀을 이탈하는 기행을 저질러 LG는 2010년 8월 이형종을 임의 탈퇴 처리했다. 그 과정에서 이형종은 힘든 심정을 자신의 SNS에 털어놓으며 당시 지휘봉을 잡고 있던 박종훈 감독을 비판하는 글을 써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최고 유망주' 평가를 내던진 이형종은 프로 골프 선수로의 변신을 꾀했다. 그러나 이 또한 '타수 부족'으로 세미 프로 문턱을 넘지 못했다. 이후 이형종이 호프집을 비롯한 몇 가지 아르바이트를 전전하며 겨우 생계를 이어가고 있다는 소문도 돌았다. 이때부터 LG에서 근무했던 트레이너가 이형종의 구단 복귀를 추진했으며 달라진 마음가짐을 눈여겨본 LG도 2013년 그의 임의 탈퇴 신분을 해제하며 기회를 줬다. 다만 과거 부상 이력을 고려해 더는 투수로 마운드에 오르지 않고 타자로 변신한다는 조건이 붙었다.
 
다시 LG로 돌아온 이형종은 지난해까지 2년간 2군 무대(퓨처스리그)에서 타자 변신을 위해 구슬땀을 흘렸다. 그러다 올 시즌 양상문 감독의 호출을 받아 1군 타석에서 감을 익히는 중이다. 아직은 주전과 후보를 오가며 33타수(10안타)에 타율 0.303를 기록한 '미완성 타자'다. 그러나 추락과 방황을 경험한 후 변화의 신호를 보이고 있는 만큼 앞으로의 행보에 많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형종은 "고교 이후 첫 홈런이었는데 생각보다 빨리 나왔다. 베이스를 도는 동안 아드레날린이 터져 나오는 줄 알았다"고 소감을 밝혔다.
 
임정혁 기자 komsy@etomato.com
 
◇LG의 이형종. 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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