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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윤경 "야만적인 서민금융시장, 바로잡아야"
(연쇄인터뷰-20대국회 당선자의 각오)이것만은 꼭!
"서민 대상 마구잡이 대출로 인한 부실채권 소각문제, 세금 안 든다"
2016-05-10 15:51:27 2016-05-10 15:51:27
[뉴스토마토 최한영기자] 20대 총선에서 비례대표로 국회에 입성한 더불어민주당 제윤경 당선자는 재무상담과 경제교육 등을 하는 사회적기업 '에듀머니', 부실채권을 매입해 채무자들의 빚을 탕감·조정해주는 시민단체 '주빌리은행' 등을 설립·운영하며 서민금융 문제에 천착해 왔다. 제 당선자는 9일 <뉴스토마토>와의 인터뷰에서 서민들이 빚에서 고통받는 문제의 원인으로 ‘금융권에서 서민들에게 돈을 함부로 빌려주는 점’을 지목했다. 누구나 쉽게 돈을 빌릴 수 있도록 해놓고, 회수가 어려워지면 헐값에 추심 기관에 ‘땡처리’하는 구조를 바꿔야 한다는 것이다.

 

연체채권 소각 과정에서 세금이 투입되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는 제 당선자는 “오해다. 세금이 한푼도 들어가지 않는 것”이라며 적극적으로 설명했다. 오랜 기간 지방자치단체와 대부업체를 돌며 현장경험을 쌓아온 그의 답변에는 막힘이 없었다. 그는 서민금융문제 외에도 골목상권을 살리거나 주거약자를 보호하는 문제 등에 대해서도 관심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불로소득에 대한 사회적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는 말로 인터뷰를 마무리했다.

 

- 주빌리은행에서 경험한 서민금융 피해사례를 소개한다면.

 

한 추심업체가 20년 전 500만원 빚에 대한 부실채권을 들고와 1800만원을 내놓으라고 요구한 경우도 있었다. 차량담보 대출이었다. 선진국에서는 차량담보대출은 차를 가져가면 끝난다. 우리는 차를 가져가서 원래 중고차 가격보다 형편없는 가격에 판다. 그래놓고는 원금은 남겨두고 비용과 이자를 먼저 제한다. 그 경우에도 700만원짜리 차량을 500만원에 팔고는 이런저런 비용을 제한 후 200만원을 남겨 20년 후 1800만원을 요구한 것이다. 인심 쓰듯이 1000만원만 갚으라고 했다는 말을 듣고는 “갚지 말고, 갚겠다는 말도 하지 말라”고 해놓고 우리가 전화해 협상을 해줬다. 말 같지도 않은 소리를 하냐며 100만원으로 끝냈다. 지금도 이런 일들이 많다.

 

- 서민들을 상대로 한 대출구조에 문제가 있다는 말인가.

 

불법 사금융 업체들은 빚 돌려막기의 보루다. 사실 카드빚이나 대부업 대출이 없으면 사금융으로 안 갈 분들이 많다. 카드대출을 쉽게 해주니 사람들이 복지기관을 안 가고 카드사에 간다. 그러면서 빚이 시작된다. 못 갚으면 독촉받다가 대부업체를 찾아가 다시 빚을 진다. 오히려 카드사와 대부업에서의 과잉대출이 사금융 시장을 키운다고 생각한다.

 

대안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복지를 확대하면 된다. 이러면 또 ‘복지확대는 돈이 안드냐’고 하는데, 지금 연체자들이 복지 사각지대로 다 숨어 들어서 이 사람들을 발굴하는데 돈이 많이 든다. 복지담당 공무원을 만나려다가 되려 추심원을 만나게 생겼으니 숨는 것이다. 그것이 많은 사회적 비용을 양산하고 있고 발굴 비용을 만들어냈다. 필요한 사람에게 복지정책이 정확하게 전달되게 하기 위해서라도 사람들을 금융시장으로 내몰아 사금융이 팽창하도록 해서는 안된다.

 

빚 문제에 대해 한마디 더하겠다. 가계부채 문제를 정부가 발표하는 규모로만 놓고 보면 안 된다. 가계부채가 1200조원이라고 하는데 부실채권으로 분류되어 대부업체에 넘기고 상각처리 하는 것은 얼마인지 조사도 안 된다. 규모 파악도 못하고 있는, 관리도 안되는 채권으로 인해 오랜기간 고통을 겪는 사람들이 많다. 1200조원에 들어있지 않는 빚 때문에 사람들이 죽는 것이다. 이런 부분에 대한 전수조사를 해야 한다. 채권이력제를 주장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렇게 특수채권으로 던져버리고 부실을 관리하는 것이 건전성 관리인가. 황당한 말이다. 금융기관의 건전성 관리는 '신중한 대출'이 전제되어야 한다. 지금처럼 막 빌려주고 막 털어내는 것이 건전성 관리인지 생각해봐야 한다.

 

- 금융위원회의 의견은.

 

관계자들과 만나 대화를 나눴는데 ‘일부 건전성 관리를 보완할 필요성이 있어보인다’면서도 유보적인 반응을 보였다. 그 분들에게 “지금과 같이 부실채권을 처리하는 것은 채무자 보호는 둘째 치고 금융사의 건전성에도 문제가 있다. 이렇게 관리하는 것은 눈 가리고 아웅하는 것이다. 상각 처리 하는데 있어서 엄격한 기준이 있어야 한다”는 말을 하고 있다.

 

- ‘1000만원 이하 10년 이상 연체 채권 즉시 일괄 소각’, ‘소멸시효 완성 채권의 매각·추심 금지’ 등 더민주 총선 공약을 두고 일부에서 ‘도덕적 해이’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정상적인 금융시장에서 채무자의 도덕적 해이를 말해야 한다. 지금의 금융시장은 지극히 비정상적인, 약간 야만적인 시장이다. 노예시장과 같은 구조다. 금융소비자로서 한때는 중요한 고객이자 예금자였고 은행의 주주보다 높은 지위를 갖고 있을 소비자를 쉽게 채권을 팔아치우는 방법으로 노예화 하는 것이 정당한가. 도덕적 잣대를 그 부분에 엄격하게 들이대는 것이 중요하다. 공약을 발표할 때도 시장의 야만성을 폭로하고 국민들이 알아야 한다는 심정으로 했다. 시장을 있는 그대로 오픈하고 국민들의 반응을 한번 보자. 앞으로도 계속 알릴 생각이다.

 

- 부실채권을 소각하는 것과 관련해 국민세금이 드는 문제 아니냐는 지적이 있다.

 

세금으로 할 생각이 없다. 세금이 하나도 안든다. 국민행복기금이 채권을 280만건 이상 가지고 있는데 이를 확보하는데 국민행복기금도 세금 한 푼도 안 썼다. 저는 (국민행복기금이) 갖고 있는 것을 털라고 했지 국민세금으로 대신 갚아주라고 한 적이 없다. 대신 갚아주는 운동을 한 적도 없다. 주빌리은행의 경우에도 부실채권 1500억원을 매입하는 비용 1억원이 필요했던 것이다.

 

(매입 과정과 관련해) 신용회복기금은 세금이 아니라 은행들이 금융위기 당시 사고를 내고 해서 공적자금이 투입된 이후 참여정부에서 조성한 기금이다. 국민들이 낸 돈을 은행들이 갚은 것이다. 그 기금을 운영하면서 수익이 발생했고, 그렇게 형성된 기금을 가지고 국민행복기금 채권을 샀다. 또 국민행복기금 채권 280만건 중 178만건은 매입하는데 한 푼도 안 들었다. 그걸 털면 되는 것이다. 이미 버려진 채권 아닌가.

 

- 관심 상임위는 정무위인가.

 

그렇다. 가계부채 문제 때문에 국회에 들어온 것인데 다른 곳에 가면 이상하지 않을까.(웃음) 

 

- 서민금융문제 외에도 관심을 갖는 주제는.

 

지역상인 문제 등에도 관심을 갖고 있다. 에듀머니 할 때 금융소비자 외에도 일반적인 소비자운동을 했다. 지역 골목시장 등에서 제값을 주고 물건을 사는 상생하는 소비를 해야 하고 이게 소비자에게도 이롭다는 말을 했다. 이것이 소비의 질을 높이는 방법이기도 하다.

 

대형마트에서 할인제품을 대량으로 구매하는 것은 소비의 질을 낮춘다. 집은 잡동사니로 쌓이고 제품을 구매하는 과정이 가격에 의해 충동적으로 이뤄지기 때문에 돈은 썼는데 만족감은 낮아진다. 이와 관련해 유통기업의 과잉 공급 문제도 있다. 상가세입자의 임대차 문제나 청년 등 주거 약자 문제도 관심사다. 이런 것을 통틀어 불로소득에 대한 사회적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는 말을 한다. 그래야 사회가 타락하지 않는다. 중학생 꿈이 건물주인 사회가 되어버리면 모두가 공멸한다. 

 
◇ 제윤경 당선자 약력
 
주빌리은행 상임이사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후보 공동선대위원장
에듀머니 대표
 
더불어민주당 제윤경 당선자가 지난 9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인터뷰 후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뉴스토마토
 
최한영 기자 visionchy@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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