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떠난 자리에 돈 냄새가 진동한다더라. 고유한 공간의 색이 검은색으로 칠해지고, 문화는 사라진다더라. ‘젠트리피케이션’이다. 흔히 젠트리피케이션은 자본 침투 때문이라고들 한다. 자본이 들어와서 문화를 만든 사람들을 내쫓고, 대형 프렌차이즈 상점들과 고급 레스토랑들이 장소의 독특함을 지운다. ‘요기가 표현 갤러리’ 이한주 대표는 말한다.
“더 근본적으로 생각해 봐요.”
외투를 입기엔 조금 쌀쌀하지만, 햇살이 맑은 3월, 합정역 요기가 표현 갤러리에서 이 대표를 만났다. 갤러리에 전시가 있어 개인 작업실로 자리를 옮겼다. 차를 타고 이동하면서 이 대표는 “여기도 참 많이 변했어요. 저기 저 열쇠 집만 그대로고 나머진 다 바뀌었어요.” 라며 씁쓸하게 웃었다.
요기가 표현갤러리 내부. 사진/바람아시아
‘요기가 표현 갤러리’ 간단하게 소개해 주시겠어요?
10년 동안 합정동에서 갤러리라는 이름으로 있었어요. 그 전에는 연남에 있었고 이제 망원으로 이사 가요. 월세가 올라서 그렇죠. 전시 대관해서 먹고살 마음은 없었어요. 처음엔 그냥 제 작업실이었어요. 그때 월세가 70만 원이었는데 아는 형님이 갤러리에서 대관도 하고 공연도 하고 그래 봐 하다 보니까 갤러리로 소문이 난 거죠. 갤러리에 관한 정보는 다른 인터뷰 많아요.
저는 ‘쫓겨남’에 대해 얘기하려고 온 거니까요.
요기가 표현갤러리 이한주 대표. 사진/바람아시아
‘젠트리피케이션’이라고 많이 얘기하더라고요. 초기 홍대 문화를 만들었던 청년 예술가들은 지금 어떻게 되었나요?
없어지진 않았어요. 표면에 잘 안 보여서 그런 거지. 생활인이 된 분들도 있고 다른 곳으로 가신 분들도 있죠. 젠트리피케이션이 거대 악이 들어와서 그러는게 절대 아니에요. 서로의 이해관계와 서로의 뜻하는 바나 이런 것들이 야금야금 틀어져서 오는 거예요. 젠트리피케이션의 끝물은 프랜차이즈 간판이 들어오는 거에요. 그리고 화장품가게가 들어오면 끝난다고 하더라고요. 그 이상으로 임대료를 감당할 수 있는 게 들어올 수가 없어요. (홍대는 그럼 끝난 건가요?) 끝났죠. 지금은 또 문어발식으로 뭔가를 하잖아요. 문화예술을 키워보겠다고. 자본이 들어와 있으니까 문화를 서비스 차원으로 제공하는 거죠. 근데 자생적으로는 못 하는 거고…. 인디 문화가 프랜차이즈가 되는 거죠. 상상마당이 지금 그렇게 하고 있고요
악순환이 반복되는 거 같아요. 장소를 일궈내면 쫓겨나고…. 뭐가 제일 큰 문제점이라고 생각하세요?
사실 가장 큰 피해를 보는 사람들은 쫓겨난 사람들이나 건물주가 아니라 그 지역에 원래 살고 있던 사람들이에요. 철물점, 세탁소가 카페랑 술집으로 바뀌는 거잖아요. 생활공간이 무너지는 거죠. 외부인들을 위한 공간이 만들어지는 건데 그들은 장소에 대한 애착이 없죠. 서로 관계 맺을 필요가 없게 되는 거예요. 장사하는 사람들도 마찬가지이죠. 조건만 맞으면 충분히 떠날 수 있어요. 그래서 쫓겨나고 떠나고 다시 들어오고…. 점점 연결, 유착, 관계는 흐려지죠.
주민들 간의 움직임이나 건물주와의 소통은 있나요?
전혀 없어요. 사실 80년대 홍대에선 건물주들이 서로 합의를 했어요. 프랑스 같은 예쁜 골목을 만들어보자. 네온사인 말고 담쟁이덩굴을 심고, 벽돌은 빨간색으로 해서 예쁘게 좀 꾸며보자 이렇게 합의를 한 거죠. 근데 그중 하나가 압구정처럼 반짝이는 유리건물에 네온사인을 들여놓은 거죠. 어차피 자기 건물이니까 그렇게 서서히 바뀌는 거에요. 자본이 나쁜 게 아니라 사람들의 소통이 흐트러지는 게 나쁜 거에요
홍대나 합정동에서 가장 부족했던 것이 서로 간의 관계가 흐려지고, 소통이 부족했다는 점이라는 것인가요?
그렇죠. 같이 있긴 있어도 여기 주민이 아닌 사람들이 많은 거죠. 같이 모여 있을 뿐이지 이익 때문에 흩어지는 관계가 되어 버렸어요. 근데 그것을 뭔가 탓을 해야 하니까 건물주, 자본 이렇게 공공의 적을 만들어 버린 거죠. 건물주도 사람이에요. 누가 세입자를 일부러 괴롭히고 쫓아내고 그러겠어요. 건물주가 안 판다고 하면 안 파는 거예요. 사람들이랑 유대감이 없으면 ‘40만 원 받으세요? 500만 원 받게 해 줄게요.’ 하면 솔깃하죠. 그런데 세입자랑 친하면 ‘안 돼 500만 원에 내 사촌을 팔순 없어’ 이러는 거죠. 근데 이것을 법적으로, 숫자로 엮으려고 하면 한계가 있어요. 임대차보호법(최소 5년 동안 세입자가 법적으로 보호를 받을 수 있는 법)이 있지만 누가 5년만 있을 생각하고 들어오겠어요. 다 감정문제에요 어떤 관계, 유대관계가 있는지부터 시작해야죠. 법적으로 풀려고 하면 결국에는 틀어져요.
그럼 현실적으로 지금 필요한 것이 유대감이라는 말씀이신데 어떤 것을 할 수 있을까요?
4, 5년 전에 street H라는 잡지를 만드신 대표분에게 제안해 보려고 한 게 있어요. 홍대 앞 공간에 대해 발행한 지역신문인데, 일단은 실태조사를 하는 거죠. 건물주들 면담을 하는데 인간 베이스의 조사를 하는 거예요. 건물에 대한 얘기가 아니라 개인적인 이야기들요. 축구를 했다느니 뭐 이런 것들이죠. 그러다가 나중에 어떤 장사 하고 싶으셨냐고 물어보고, 거기에 맞는 세입자를 매칭시켜 주는 거죠. ‘아 나도 카페 하고 싶었는데, 그럼 보증금 주지 마! 내가 투자해줄게.’ 이런 식으로 세입자와 공동체가 되는 거죠.
홍대에서 대낮에 슬리퍼 끌고 난닝구 입고 술 취한 사람들은 건물주일 확률이 높아요. 건물주 폐인인 거죠. 돈은 많은데 일은 없고…. 그래서 건물을 파는 거죠. 다른 곳이랑 다를 바가 없잖아요. 예를 들어 이 컵을 누가 ‘저 이거 진짜 필요해요 100만원 드릴게요’라고 했을 때 나한테 별 의미가 없는 거면 그냥 팔아버리죠. 근데 이게 첫사랑이 준거고 의미가 있는 거면 쉽게 안 팔죠. 팔 이유가 없죠. 다 이유에서 시작되는 거예요.
그래서 건물주와 세입자 간 그리고 주민들 간의 연대감이나 스토리가 있으면 좋은 거죠. 프랑스 같은 경우에도 몇 대째 이어지는 가게들 있잖아요. 건물주가 왜 그러겠어요. ‘내가 돈 얼마에 우리 아버지 친구를 팔순 없지.’ 이렇게 되는 거에요.
필요한 건 제도나 정책이 아니라 관계를 회복시키려는 운동이에요. 사람들 의식 말이에요.
작업실엔 고소한 커피 향이 감돌았다. 이 대표는 원두를 선물 받았다며 직접 커피를 내렸다. 10년 만에 합정을 떠나지만 아쉽진 않다고 했다. ‘복덕방 노인’은 사라지고 ‘부동산 아저씨’가 마을을 디자인한다. 부동산은 마을을 디자인할 때 사람을 고려하지 않는다. 조건만 맞으면 소음에 예민한 할머니 옆집에 클럽을 내준다. 이웃사촌은 옛말인가 보다.
**이 기사는 <지속가능 청년협동조합 바람>의 대학생 기자단 <지속가능사회를 위한 젊은 기업가들(YeSS)>에서 산출하였습니다. 뉴스토마토 <Young & Trend>섹션과 YeSS의 웹진 <지속가능 바람>(www.baram.asia)에 함께 게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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