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달영의 스포츠란)스포츠선진화, 꼼꼼한 규정 마련에서부터
악법도 법이지만 악법을 안 만드는 것이 중요
2016-05-09 06:00:00 2016-05-09 06:00:00

'악법도 법이다'란 말이 있다. 불합리하거나 부당한 법이라도 지켜야할 규범이라면 어겨서는 안 된다는 뜻이다. 물론 이 말에 대해선 찬반 양론이 있다. 과거에 입법자가 수범자에 대한 법 강제력의 정당성을 옹호하기 위한 낡은 주장이라는 견해도 있고, 이와 반대로 사법 구제절차와 헌법재판 제도가 있으므로 법질서 유지를 위해서 불합리하거나 부당한 법이라도 우선은 지켜야 한다는 견해도 있다. 어떤 입장을 취하더라도 법은 불합리하거나 부당할 수 있다는 점에 대해선 이론이 없다. 

 

애초에 법을 만들 때 대충 만들거나 잘못 만들면 '악법'이 나오게 된다. 사회적 공론화의 절차를 거치지 않거나 시대의 사정과 여건을 고려하지 않고 그 적용의 결과를 면밀히 검토하지 않으면 그러한 하자 있는 법의 적용에 따른 사회적 불편과 혼란이 일어날 수 있다. 특히 국민에게 어떠한 의무를 부과하거나 행위를 금지하는 법을 만들 때 입법의 논리적 체계와 구조를 잘 헤아리지 못하면 그러한 정당성이 없는 법 적용으로 과잉금지 내지 과잉처벌의 결과를 야기할 수 있다. 그야말로 입법자의 수준이 왜 중요한지 알 수 있다.

 

스포츠에서도 마찬가지다. 스포츠 경기는 본질적으로 경기규칙에 의해 이뤄지기 때문에 경기규칙을 잘 만들어야 한다. 경기규칙에 따라서 경기의 재미가 달라질 수 있고, 효율적 경기 진행 여부가 경기규칙에 달려있다. 경기규칙뿐 아니라 스포츠단체의 구성과 운영에 관한 내부규정을 만들 때도 꼼꼼하게 잘 만들어야 한다. 스포츠단체의 구성과 운영은 사적자치가 적용되는 영역이므로 법적 강행규정과 법원칙에 어긋나지 않는 한 스포츠단체의 자치법규를 존중하는 것이 입법과 사법의 입장이다. 그래서 각국의 스포츠의 선진화 척도는 자치법규를 어떻게 잘 만들었는지에 달려 있다고 볼 수 있다.  

 

수영 박태환 선수의 국가대표선발 제한 논란은 바로 이러한 스포츠 자치법규를 만들고 적용하는 데 있어서 과연 우리는 제대로 하고 있는지를 되돌아보게 한다. 도핑으로 인해 받은 자격정지 징계기간이 만료됐고 국가대표로 선발될 수 있는 기록을 냈음에도 국가대표로 선발하지 않는 것은 해당 선수에겐 징계와 다름없다. 그렇다면 도핑 징계의 모법(국제적으로는 WADA의 반도핑규정, 국내적으로는 KADA의 반도핑규정)에 국가대표선발 제한의 근거가 있어야 하는 것이 원칙이다. 모법에 명시적 근거가 없음에도 국가대표선발규정에서 징계(국가대표선발제한) 조항을 만들어 추가로 징계할 수 없는 것이 '이중처벌 금지' 원칙상 당연한 것이다. 

 

일부에선 일정한 형사처벌을 받은 자는 일정기간 공무원이 될 수 없도록 한 공무원법상 규정도 있지 않냐고 항변한다. 공무원법의 상위법인 헌법이 '모든 국민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따라 공무담임권을 가진다'라고 공무원 임용에 관한 내용(결격사유)을 법률에 위임했기 때문에 공무원법에 공무원 자격에 관한 제약을 둘 수 있는 것이다. 국가대표선발제한은 도핑 징계의 모법뿐 아니라 다른 징계사유에 대한 징계의 모법(스포츠공정위원회규정)에 위임의 근거가 없음에도 국가대표선발규정에서 할 수 있도록 해 문제가 되는 것이다.

 

스포츠선진화의 입법적 측면을 말한다면 바로 합리적이고 타당한 자치법규를 만드는 일이다. 특히 선수나 지도자 등 구성원들의 자격과 활동에 관한 규정을 만들 때에는 더 세심한 검토가 필요하다. 불합리하거나 부당하게 자격이나 활동을 제한 또는 박탈하는 규정은 구성원의 권익을 부당하게 침해할 뿐 아니라 불필요한 사회적 논란과 분쟁을 일으키기 때문이다. 악법도 법이지만 악법을 만들지 않는 것이 중요한 이유다.

 

장달영 변호사·스포츠산업학 석사 dy6921@daum.net

 

 

지난 4월28일 오후 광주 광산구 남부대학교 국제수영장 기자실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는 박태환. 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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