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피투모로우)"은퇴는 또 한번 직업을 바꿀 수 있는 기회입니다"
"재무준비가 은퇴의 만능열쇠 아냐…무엇을 하면서 살 것인지 결정해야"
입력 : 2016-04-27 13:48:01 수정 : 2016-04-27 13:49:15
“은퇴 준비를 할 때 가장 조심해야 할 점은 ‘남의 말만 듣고 따라하는 것’입니다. 은퇴 후 프랜차이즈 가게를 열었다가 장사가 안 돼 접어버리는 이유도 잘 알아보지 않고 남의 말만 듣고 창업했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백만기씨는 금융회사 임원을 지내다 정년을 몇년 앞둔 53세 때 회사를 그만뒀다. 그는 은퇴 이후의 활동과 금융권에서 쌓은 경험 등을 바탕으로 블로그 ‘백만기의 아름다운 은퇴연구소’를 운영해 파워 블로거로 이름을 날리다 올해부터 은퇴자들의 인생 2막을 설계하기 위한 공간으로 ‘아름다운 인생학교’를 열었다.
 
지난 20일 서울 합정동 뉴스토마토 본사에서 열린 '해피투모로우 시즌4' 제1회에 출연한 백씨는 “재무적 준비는 은퇴 후 삶의 질에 큰 영향을 미칠 만큼 중요하지만 재무 준비가 은퇴 후 행복의 만능열쇠는 아니다”라며 “그보다 중요한 것은 은퇴 후 무엇을 하면서 시간을 보내느냐는 것이다. 은퇴 이후 대안문화공간을 만들어 인생의 지혜를 다른 이들과 공유하고 나눠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인생학교 설립의 배경을 밝혔다.
 
인생학교에서는 퇴직 전, 전문직에 종사했던 사람 등이 강사가 돼 회원들을 대상으로 무료 강의를 진행한다. 회원들은 수업료 대신 월 회비 1만원을 내면 기타교실·요들교실·우쿨렐레·몸 펴기·중국어·시사경제·투자학 등 모든 강좌를 들을 수 있다. 회원들이 내는 회비는 강좌 운영 시 소모품 등을 구입하는 데 사용되고 강좌는 강사들의 재능기부로 이뤄진다. 
 
이곳의 가장 큰 특징은 학교에 등록한 사람들은 자신이 가지고 있는 지식을 다른 사람에게 가르쳐주고 자신은 또 다른 사람에게 배울 수 있다는 것. 배움과 가르침이 일방적으로 구분되는 것이 아니라 강사와 학생이 함께 수업을 만들어가면서 서로 배우는 ‘투웨이 시스템(Two-Way System)’을 표방한다.
 
은퇴후 8만 시간, '인생이 바뀐다'
 
백 씨는 “은퇴는 일에서 손을 놓는 것이 아니라 직업을 바꿀 수 있는 또 한번의 기회“라며 “누구나 그러겠지만 젊은 시절 저 역시 정신없이 일하다 보니 문득 40세가 됐다. ‘언제까지 이 일을 하며 살 것인가?’라는 생각이 꼬리를 물면서 은퇴 후 남는 시간들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했다”고 말문을 열었다. 
 
보건복지부가 선정한  ‘8만 시간 디자인 공모전’에서 에세이 부문 대상을 수상한 백씨. 백 씨는 금융기관에 종사하던 40대부터 은퇴 후 시간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이렇게 일만 하다가 생을 마쳐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는 백 씨는 40세부터 50세까지의 10년을 은퇴를 위한 준비기간으로 삼았다. 그리고 이 기간을 통해 남은 인생에서 이루고 싶은 꿈을 서서히 구체화시켜 나갔다. 우선, 재정적 자립을 위해 돈을 모아야겠다고 생각해 불필요한 경비 지출을 줄이고, 검소한 생활을 하며 열심히 저축했다. 
 
이어 인문학 책을 두루 섭렵하기 시작했다. 나보다 먼저 인생을 살았던 사람들의 삶을 추적해 인생의 롤 모델을 정하고 싶었다는 그는 “펜실바니아 대학교수를 역임한 ‘스코트니어링’과 죽음의 5단계 설을 제기한 정신과 전문의 ‘엘리자베스 퀴블러 로스’ 박사를 알게된 것도 그 때”라고 설명했다. 스코트니어링은 하루 반나절은 일을 하고 나머지 반나절은 명상과 독서를 하며, 100세가 되던 해 스스로 곡기를 끊고 세상을 떠난 인물이다. 정신과 전문의 로스 박사는 호스피스운동을 선도하며, 평생 죽어가는 사람을 위해 삶을 헌신한 인물이다. 
 
백 씨는 “나이가 들수록 남들이 원하는 걸 자신이 원하는 것으로 착각하고 사는 경우가 많다”며 “임종의 순간에 남들이 원했던 삶을 살았더라면 그것보다 더 억울한 일이 어디 있겠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곰곰이 나를 되돌아보며 이 둘을 롤 모델로 정하고, 미래의 모습을 그리며 구체적인 계획을 세워나갔다”고 말했다. 
 
"은퇴란 일에서 손을 놓는게 아니다"
 
40세부터 50세까지의 10년을 은퇴를 위한 준비기간으로 삼았다는 백만기 씨는 남은 인생에서 이루고 싶은 꿈을 서서히 구체화시켜 나갔다. 그 속에서 서로 가르치고, 배우는 학교인 ‘U3A(시니어대학)’의 꿈을 갖게 됐다.  
 
또 부부가 같은 취미활동을 했으면 하는 바람에 아내와 사물놀이를 3년간 배웠다. 이웃에 살던 지인이 음악을 함께 연주하자는 말에 콘트라베이스 레슨도 받았다. 이후 그와 함께 밴드를 결성해 지금까지 10여 년간 정기적으로 연주활동을 하고 있다. 그런가 하면 틈틈이 국립암센터에서 호스피스 교육을 받으며 큰 깨달음도 얻었다. 
 
그는 “사람들은 대부분 돈을 많이 벌어 큰 집으로 이사를 가고 높은 지위에 오르는 것을 원한다. 하지만 죽음을 앞둔 사람들이 간절히 원하는 것은 하루라도 더 살아내고픈 소박한 희망이었다. 가족과 함께 하고, 이웃을 도울 수 있는 그런 소박한 삶을 그토록 간절히 원한다”고 말했다. 그런 경험을 하는동안 그는 “은퇴란 일에서 손을 놓는 게 아니라, 그런 일을 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된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그 길로 직장을 그만 두고 한동안 미술관과 도서관을 다니며, 평소 하고 싶었던 미술공부를 했다. 아울러 내가 살고 있는 지역사회에 기여하고 싶다는 생각에 지역 라디오 방송인 분당 FM에서 진행자로도 활약했다. 평범한 사람들의 입을 통해 진솔한 이야기를 듣는 프로그램은 평범한 진행자와 결부되면서 사람들을 감동시키기 충분했다. 
 
시각장애인들을 위해 책 읽어주는 프로그램을 담당하기도 했던 그는 틈틈이 점자도서관을 찾아 시각장애인을 위한 도서 낭독 봉사도 하고 있다. 이처럼 백 씨는 자신이 살고 있는 지역사회 활동에 참여하며, 자신의 은퇴 준비의 기틀을 잡아나갔다. 
 
백만기 씨는 시니어들이 서로 가르치고 배우는 모습을 상상해보는 것만 해도 벌써부터 행복하다며 힘찬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아름다운은퇴연구소장 백만기씨가 지난 20일 서울 합정동 뉴스토마토 본사에서 개최된 '해피투모로우 시즌4'에 출연해 은퇴이후 어떻게 하면 아름다운 삶을 보낼 수 있을까라는 주제로 특강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박민호 기자
 
박민호 기자 dducksoi@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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