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플)"아파트 비리 근절, 입대위-관리업체-주택관리사 삼각 견제가 핵심"
노병용 한국주택관리협회 회장
"주택 공급 시대에서 유지·관리 시대로 패러다임 전환해야"
입력 : 2016-04-12 08:00:00 수정 : 2016-04-12 08:00:00
[뉴스토마토 최승근기자]  "사회적으로 논란이 되고 있는 아파트 비리 근절을 위해서는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와 주택관리업체 그리고 해당 단지를 관리하는 주택관리사(관리소장)의 삼각 견제 기능이 가장 중요합니다. 세 주체 간 힘의 균형이 맞지 않으면 감시와 견제의 기능이 사라져 비리가 발생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됩니다."
 
지난 2월 한국주택관리협회 제13대 협회장으로 선출된 노병용 회장은 아파트 비리 근절대책에 대해 이같이 강조했다.
 
노 회장은 한양대학교 건축공학과와 일본 게이오기주쿠대학교대학원 경영관리연구과 석사를 마치고 1984년부터 2001년까지 삼성물산 주택부문에 재직했다. 이후 2001년 9월 주택관리업체 우리관리 대표를 맡아 지금까지 활동하고 있으며, 지난달 제13대 한국주택관리협회 회장에 취임했다.
 
노 회장은 "공급횡령 등 아파트 관련 비리는 세 주체간 힘의 균형이 맞지 않아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며 "세 주체 중 입주자대표회의(입대위)의 입김이 세다 보니 제대로 된 감시와 견제 기능이 발휘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국내 대부분의 아파트 단지는 겉으로는 위탁관리를 표방하고 있지만 사실상 자치관리의 형태로 운영되고 있다. 이러다 보니 관리직원 선발부터 급여지급까지 입대위에 의해 직접 이뤄지고 있어 단지 관리소장이 입대위의 비리에 대해 제대로 제동을 걸기 힘들다는 것이다.
 
이에 노 회장은 앞으로 임기동안 잘못된 위탁관리제도를 바로잡고 주택관리업계가 신뢰받는 산업의 한 축으로 인정받을 수 있도록 이미지를 개선하는 데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지난달 정식 취임이후 협회 이사회 구성으로 바쁜 시간을 보내고 있는 노 회장을 만나 아파트 비리 근절대책과 공동주택 관리업계의 현안에 대해 들어봤다.
 
 
노병용 한국주택관리협회 회장. 사진/우리관리.
 
 - 최근 공동주택 관리와 아파트 대표단 비리에 대해 국민들의 불신이 높아지고 있다. 아파트 비리가 발생하는 근본적인 문제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 우선 아파트 비리가 예전만큼 심각한 수준이 아니라는 얘기를 하고 싶다. 사회 전반에서 일어나고 있는 비리에 비해서는 평균 이하라고 생각한다. 아파트 비리에만 모든 관심이 모아져 있다보니 관리업을 어떻게 발전시켜 나가야 할까라는 이야기는 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아 아쉬운 마음이다.
지난달 국무조정실 정부합동 부패척결추진단에서 전국 아파트 20%가 회계감사에서 부적합하다는 발표를 한 적이 있다. 제목만 보면 전국 아파트 5곳 중 1곳에서 비리가 발생한다는 이야기로 들린다. 하지만 실상을 알고 보면 전혀 다르다. 부적합 사유 절반 가량이 현금흐름표 미작성으로 나왔다. 현금흐름표 작성은 IMF 이후 영리법인의 흑자도산을 막기 위해 도입된 기업회계 원칙 중 하나다. 주로 돈의 입출금을 관리해야 하는 아파트 회계와는 맞지 않는 부분이지만 법에서 정한 아파트 관리규약에 있다는 이유로 지켜야 하는 상황이다. 공인회계사도 5년차 이상은 돼야 현금흐름표를 제대로 작성할 수 있다고 하는데 아파트 관리소에 있는 경리직원이 이런 부분까지 감당하기에는 전문성이 부족하다. 현실에 맞는 법제도를 도입해 불필요한 불안감을 해소해야 한다.
아파트 비리 근절을 위해서는 잘못된 위탁관리제도를 바로 잡는 일도 중요하다. 국내 대부분 아파트는 관리업체에 위탁관리수수료만 지급할 뿐 실질적인 관리는 입대위에서 하고 있다. 사실상 자치관리의 형태로 봐야 한다. 관리소장의 월급부터 단지 내 용역, 자재 발주 등에 입대위가 모두 관여하고 있어 입대위의 힘이 막강하다. 입대위가 부적절한 행동을 해도 관리업체나 관리소장이 이를 제지할 힘이 없다. 입대위와 관리업체, 관리소장 세 주체의 감시와 견제가 적절히 이뤄져야 하는데 힘이 한쪽으로 쏠리다보니 제대로 된 감시 기능을 발휘할 수 없는 구조다.
 
- 실생활에서 아파트 비리 근절을 위해 주민들이 할 수 일이 있다면.
 
▲ 입주자 대표단을 잘 구성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즉 제대로 된 동대표를 선출하는 일이다. 하지만 아파트 입주자 대표단이 비리를 저지른다는 내용이 언론을 통해 부각되면서 정작 선량한 주민들이 동대표로 나서기를 꺼려하고 있다. 동대표라는 직함이 봉사하고 희생해야 하는 부분이 많은 일인데 비리를 저지른다는 오해를 받기 싫어 피하는 것이다. 이러다 보니 어떤 목적을 가지고 동대표를 하려는 사람들만 늘게 된다.
또 한 가지는 단지 내 상주하고 있는 주택관리사의 고용이 보장돼야 한다는 것이다. 입대위의 부적절한 행동에 대해 소신껏 얘기할 수 있도록 고용안정성이 강화돼야 한다. 쓴소리를 했다가는 직업을 잃게 되는 경우가 많다보니 관리소장들도 알면서 눈감고 넘어가는 경우가 많다.
 
-아파트 관련 비리를 척결하고 국내 주택관리업 육성을 위해 정부나 지자체에서 지원해야 할 점이 있다면.
 
▲ 앞서 얘기한 아파트 관리업에 대한 법제도 개선도 필요하지만 가장 중요한 점은 아파트 관리업을 산업분야의 한 분야로 인정하는 것이다. 건설과 공급이 시대는 지나갔다. 이제는 어떻게 유지하고 관리하느냐가 더 중요해졌다. 국토교통부 주택건설공급과에서 일부 관리업무를 담당하고 있는데 주택관리과 등을 신설해 관리업을 전문영역으로 인정해야 한다. 현재는 담당 부처가 없는 데다 공무원도 주기적으로 바뀌다보니 관리업에 대해 관심이 적은 것이 사실이다.
이와 함께 주택관리협회의 법정단체 지정이 시급하다. 대한주택관리사협회, 한국주택임대관리업협회는 주택관리협회에 비해 역사도 짧고 규모도 작지만 이미 법정단체로 지정됐다. 지난 1990년 설립된 한국주택관리협회는 500여 주택관리업 등록사업자 가운데 147개사를 회원사로 두고 있다. 현재 약 10만명의 종업원을 직접 고용하고 있으며 국내 위탁관리 중인 아파트의 90% 이상을 협회 회원사에서 관리하고 있다.
우리 협회가 법정단체 지정이 되면 회원사 교육을 의무화 할 수 있고 자체 징벌을 통해 정화작용도 가능하다.
아울러 신규 고용창출과 위탁관리 활성화에 따른 부가세, 법인세 증대로 국가수익도 늘어나게 될 것이다.
일본의 경우 주택관리협회와 같은 기능을 하는 맨션관리업협회에 전체 2214개 주택관리업체 중 377개 회사(17.0%)가 협회에 가입하고 있으며 이들이 전체 맨션 중 91.6%를 관리하고 있다. 1979년 건설성 장관으로부터 법적단체로 지정됐다.
 
- 앞으로 3년간 협회를 이끌게 됐는데 임기 동안 꼭 이루고 싶은 점이 있다면.
 
▲ 아무리 훌륭한 사람도 해적선을 타고 있으면 다른 사람들은 해적이라고 한다. 반대로 아무리 나쁜 사람이라 하더라도 멋진 유람선을 타고 있으면 멋있는 신사로 보인다고 한다. 우리 업계를 바라보는 국민들의 시각이 그렇다.
임기 동안 우리나라 공동주택 관리를 바라보는 국민의 시각이 보다 밝고 긍정적으로 개선되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다. 지난달 취임사에서도 회원사들에게 우리끼리 질시하고 경쟁하기보다는 협력하고, 더 나아가서는 주택관리사들과도 같은 배를 탄 입장에서 협력해서 우리를 바라보는 시각을 긍정적으로 바꾸는데 같이 노력해달라고 당부했다. 주택관리업이 신뢰받는 산업의 한 영역으로 발전할 수 있도록 법제도의 미비점은 보완하고 법정단체로 지정될 수 있도록 국토부에 지속적으로 건의할 것이다.
 
노병용 한국주택관리협회 회장이 지난해 9월 주택관리업계 관계자들과 일본의 대규모 공동주택 수선공사 현장을 방문해 일본 관계자로부터 설명을 듣고 있다. 사진/우리관리.

 
최승근 기자 painap@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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