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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달리는 일본·중국…한국은 '걸음마'
정부 주도에 민간 참여까지 활발…일본은 현장 적용 등 실사례까지
2016-03-27 16:21:15 2016-03-27 16:24:29
 
[뉴스토마토 박현준기자] 인공지능(AI) 시대를 맞아 한··일 3국 지형이 초반부터 엇갈리고 있다. 일본과 중국이 미래 산업계를 좌우할 AI 경쟁력 확보에 적극 나서고 있는 반면 한국은 걸음마 수준이라는 지적이다. 특히 일본은 구체적 적용 사례 등 산업현장에서 큰 진전을 보이고 있다. 
 
27일 코트라에 따르면 일본은 향후 10년간 1000억엔(약 1조350억원)을 투자해 문부과학성·경제산업성·총무성의 산하 5개 기구에서 AI 연구개발에 나설 계획이다. 또 5개 연구기관의 상위 기관으로 전략센터를 설치해 연구주제와 예산 배분을 결정하고 기업 공동연구의 창구 역할을 담당할 예정이다.
 
일본의 이러한 움직임은 AI 분야 최대강국인 미국에 대한 추격 의지에서 비롯됐다. 코트라 관계자는 “일본은 전기·기계와 자동차 산업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다는 판단 아래 자국의 산업 경쟁력이 빠르게 축소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기업들도 적극적이다. 마이크로 컨트롤러 제조기업인 르네사스 일렉트로닉스는 반도체 생산공장에 AI를 적용해 불량품 검출률을 6배 늘렸다. 반도체 불량품을 검출하는 것은 과정이 복잡해 자동화하기 어렵지만 AI는 이미지로 불량품의 모습을 학습해 불량품을 골라낸다. 회사 측은 “공정에서 불량품을 걸러내면 후공정에서 불필요한 가공을 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비용을 크게 절감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동통신사인 소프트뱅크는 4월부터 휴대폰 판매에 AI를 적용해 재고를 20% 줄인다는 계획이다. 과거 판매량과 매장의 크기·위치·계절 등을 고려해 AI가 일일 판매량을 예측하고 주문량을 제안하면 매장 관리자가 주문량을 결정하는 방식이다. 소프트뱅크는 일부 매장에 이미 AI를 적용해 재고를 10~20% 감소시키는 등 성과를 내고 있다. 
 
중국은 동북 지방인 선양 일대에 2018년까지 40억위안(약 7200억원)을 투자해 AI 로봇 산업단지를 조성키로 했다. 자국 기업뿐만 아니라 독일 등 해외 기업들까지 입주시켜 AI 경쟁력 확보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업체 알리바바도 가세한다.
 
마윈 알리바바 회장은 최근 홍콩에서 열린 청년창업 독려 강연회에서 “AI를 기반으로 한 로봇은 향후 20년간 큰 기회를 제공할 것”이라며 대규모 투자계획을 밝혔다. 시장조사기관 아이리서치에 따르면 중국의 AI시장 규모는 지난해 12억위안(약 2150억원)에서 오는 2020년 91억위안(1조6300억원)으로 커질 전망이다. 
 
반면 한국은 IT강국이란 명성에 걸맞지 않게 AI에서는 아직 걸음마 단계다. 정부는 이세돌과 구글의 알파고 대국을 보고 부랴부랴 2020년까지 AI 관련 분야에 1조원을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삼성전자·LG전자·SK텔레콤·KT·네이버 등이 참여하는 지능정보기술 연구소도 설립할 계획이다.
 
하지만 아직 해외에 비해 AI가 적용된 사례가 거의 없는 데다, 관련 전문가도 턱없이 부족하다. 정보통신기술진흥센터에 따르면 AI 소프트웨어 기술 분야에서 한국은 미국에 약 2년 뒤진 것으로 나타났다. 일본과 유럽은 각각 0.9년 뒤졌으며, 중국도 불과 2.3년 뒤쳐진 것으로 추산됐다.  
 
박현준 기자 pama8@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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