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현재 경제와 외교·안보에서 위기를 겪고 있다. 경제위기는 탈출구 없는 경기침체에서 비롯된다. 외교위기는 미국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사드’ 논란에서 나타났듯 미·중 경쟁 속에서 한국 외교가 방향을 상실하며 비롯됐다.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대해 ‘최종적·불가역 합의’를 해준 것도 국민들에게는 외교위기로 비친다. 안보위기란 북한의 핵실험과 장거리로켓 발사 이후 불안해지는 정세에서 비롯된다.
박근혜 대통령은 안보위기를 야기한 북한을 질책하면서 경제위기를 안보위기로 대체하려는 듯이 보였다. ‘분단체제’에서는 위기의 원인을 북한에서 찾아 북한의 책임을 추궁하는 것이 항상 잘 먹혔다. 하지만 이번에는 경제위기의 정도가 심각하기 때문인지 정부는 경제위기에 대해 모호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정부의 말만 들으면 경제가 위기인지 아닌지 알기 힘들다. 국민들이 불안감을 가장 크게 느끼는 것은 경제위기이기 때문에 정부는 경제위기는 아니라고 둘러댔다. 선거를 앞두고 있기 때문에 서둘러 불안감을 진화시킬 필요가 있었을 것이다.
한·미 키리졸브 및 독수리 훈련 과정에서 북한은 핵무기의 소형화와 대기권 재진입 기술 확보를 입증하고자 했다. 물론 북한은 핵무기 소형화와 재진입 기술을 완벽하게 보유하지는 못했다. 짝퉁기술일 뿐이다. 북한은 자신들의 억제능력을 과시하고 키리졸브·독수리 훈련에 맞서기 위해 핵능력 수준을 공개한 것이다. 북한이 군사기밀에 해당하는, 완성되지도 않은 무기체계를 완성품이라고 공개한 것은 고육책에 가깝다. 하지만 북한의 핵능력이 고도화되고 있는 것만은 분명하다. 이명박·박근혜 정부 8년간 북한 핵문제를 방치한 결과다.
북한 핵능력은 새로운 단계로 진입하고 있다. 2017년 출범할 미국의 새 정부가 북한의 핵능력을 방치할 수 없는 임계점을 향해 나가고 있다. 미국도 더 이상 무시정책으로 일관할 수 없다는 것을 시사하고 있다. 지난 17일 미국 상원 군사위원회에서 조셉 던포드 합참의장은 북한이 미국 본토의 안전을 위협하는 3대 수단으로 핵무기, 탄도미사일, 사이버 능력을 꼽았다. 북한의 핵무기와 탄도미사일 프로그램이 미국 본토의 안전을 위협하는 요소라고 지적한 점이 주목된다. 미 본토의 안전에 대한 북한의 위협이 임계점에 이르기 전에 미국은 새로운 대북정책을 구상할 것이다. 오바마 현 정부가 중국과 북한이 제기하는 평화협정에 대해 단호히 거부하지 않는 것도 그런 조짐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박근혜 정부의 정책에는 북한의 위협에 핏대를 올리는 반응만 있을 뿐 치밀한 분석과 근원적 처방이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총선을 앞둔 북풍몰이의 기운만 짙어지고 있을 뿐이다. 여권은 그동안 북풍몰이라는 전가의 보도에 힘입어 선거에서 수혜를 보았다. 북풍몰이는 보수세력이 수구세력에 포섭되는 ‘수구-보수 동맹’을 탄생시킨다. 흔히 말하는 ‘보수층의 결집’이란 이 동맹을 말한다.
그런가하면 최근 야권은 안보위기와 외교위기를 외면한 채 경제위기에 대한 비판에만 몰입하고 있다. 안보·외교위기가 경제위기를 가속화한다는 점을 부각시키지 않는 것이다. 야권이 외교·안보 이슈를 피하거나 북풍에 대처하지 못하는 것은 이유가 있다. 안보 이슈는 수구-보수동맹에 유리하기 때문이다. 안보문제에 대한 TV 토론을 보면 대체로 진보진영의 논객들이 수구 측에게 밀리는 경향을 보인다. 수구 논객들은 북한의 잘못을 통렬하게 비판한다. 이에 비해 진보 논객들은 북한 비판은 절제하고 대화와 협상의 방안을 제시한다. 이러한 토론 구도는 시청자들에게 진보세력들이 밀리는 양상으로 받아들이게 된다. 안보 이슈를 생산하거나 소비하는 언론이나 NGO, 학계 등도 수구세력이 압도적인 우위에 있다. 이렇다 보니 야당은 안보 이슈를 부각시키면 손해만 본다는 트라우마가 강하다.
야권이 경제 이슈를 부각한다 해도, 햇볕정책을 부정한다고 해도, 그것은 외교·안보위기와 북풍을 극복하는 선거전략이 될 수 없다. 대안은 간단하다. 역대 선거에서 북풍이 불었다는 역사적 사실을 인식하고, 현 안보위기가 북풍으로 활용되어서는 안 된다는 각오를 하는 것이 우선 필요하다. 이를 바탕으로 남북관계, 대중외교, 대일외교를 잘못해 경제위기 속에서 경제를 파탄시키고 있는 현 정부의 실정을 비판해야 한다.
김창수 코리아연구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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