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주훈 카이스트(KAIST) 경영대학 초빙교수에 따르면 중국정부는 지난 5일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에서 13차 5개년계획(2016~2020)을 확정하고, 계획기간 중 1인당 국내총생산(GDP)을 2010년 대비 2배 수준으로 늘린다는 목표 하에 중점 정책과제를 발표했다.
중국정부는 이번 중기계획에서 올해 경제성장률 목표치를 6.5~7%, 신규고용창출 1000만명 이상 등을 잡고 있다. 이중 경제성장률 목표치는 국제통화기금(IMF)의 전망치 6.3%는 물론 중국 국내 및 해외 연구기관들의 전망치 6.3~6.8%보다 다소 높은 수준으로 평가된다.
이처럼 중국정부가 목표 경제성장률을 일반의 예상치보다 다소 높게 잡은 것은 현 시진핑 정부가 중국의 당면한 양대 정책과제인 안정적 성장세 유지와 질적성장 체제로의 전환을 위해 이른바 ‘공급측면 개혁’을 병행 추진하되 안정적 성장세 유지에 좀 더 무게를 실은 것으로 풀이된다.
또 중국정부는 이러한 경제성장률 목표치와 관련해 금년 중 소비자물가 상승률 3% 내외(2015년 실적치는 1.4%), 총통화 증가율은 13% 내외(전년 증가율 12%)로 책정한 것도 실물경제 성장을 뒷받침하기 위해 비교적 유연한 통화정책 기조를 취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해석된다.
중국 인민은행이 전인대 중기계획이 확정·발표되기 직전인 3월1일 대형은행들의 지급준비율(지준율)을 종래 17.5%에서 17%로 0.5%포인트 인하해 시중 유동성 공급을 늘린 것도 이러한 맥락에서 이해된다.
중국의 2016년 주요 경제목표치와 관련해 특히 눈길을 끄는 것은 금년 중 재정적자의 대 GDP 비율을 3.0%로 전년 실적치인 2.4% 보다 높여 잡은 것이다. 이는 내수산업 진작을 위한 철도 등 인프라 건설, 도시화와 농촌현대화 추진, 빈곤층과 산업 구조조정 과정에서의 탈락자 지원 등을 위해 재정지출 여력 확보에 주요 목적이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아울러 전인대의 정부업무보고 내용에는 ▲합당한 수준의 경제성장 유지 ▲공급측면 개혁의 지속적 추진 ▲도시화 및 ‘일대일로’ 계획 추진 등을 통한 국내 수요 증대 ▲대외 개방과 협력 증대 등이 주요정책과제로 포함됐다.
중국의 금년 경제성장목표치 6.5~7%는 과거에 비하면 중속성장을 의미하지만 세계 전체 및 여타 국가들의 성장 전망치와 비교한다면 결코 낮은 수준이 아니다. 이제 관심은 제조업 과잉설비 해소 및 한계기업 정리와 같은 당면한 구조조정 과제를 안고 있는 중국정부가 과연 자체 설정한 성장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 것인가에 집중되고 있다.
현재 중국은 서비스산업의 비중이 제조업의 비중을 넘어서는 빠른 산업구조 변화에 직면해 있고 이러한 변화가 중국의 6% 대 중속성장 달성에 상당 부분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서비스산업 비중 증대로 부문별 수요항목에서 내수가 비교적 높은 성장을 지속하면서, 감소세를 보이고 있는 수출을 보충해 주고 있고 중국 도시지역 중심으로 신규취업 증가에도 기여하고 있다.
따라서 이러한 중국의 산업구조 변화와 정부 당국의 다소 완화적인 통화정책과 재정지출 증대를 통한 수요진작정책들이 뒷받침한다면 대외수출 부진에도 불구하고 소비와 투자 증대를 통해 올해 6% 선의 중속성장은 충분히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중국경제가 안정적 성장에 치중한 나머지 내부의 구조적 문제 해결을 위한 ‘공급측면 구조개혁’에 가시적인 성과를 내지 못하고 해외투자자들로부터 신뢰를 잃을 경우 국제금융시장의 불안이 다시 고조될 수 있다.
특히 중국 위안화는 국제결제은행(BIS)이 발표하고 있는 실질실효환율지수에 의하면 2010년 100.0에서 작년 4·4분기 평균 130.0으로 약 30% 정도 고평가돼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중국경제의 취약점이 드러날 경우 국제투기세력들의 위안화에 대한 투기공격이 재개될 가능성도 크다.
물론 중국 외환당국은 투기세력들의 환투기 공격을 좌시하지 않겠다고 경고하고 있고, 필요시 자본통제조치 도입 가능성까지 언급하고 있다. 그러나 실제 이러한 사태가 재발할 경우 국제 금융시장은 다시 한번 격랑에 휩싸일 것으로 예상된다.
작년 말 한·중 자유무역협정(FTA)이 국회 비준을 거쳐 발효됨으로써 한국의 대 중국 무역환경에도 새로운 전기가 마련됐다. 한국의 중국 수출은 최근 감소세를 지속하면서 부진을 면하지 못하고 있지만 이러한 중국 무역환경의 변화와 중국경제가 당면한 경제구조 변화 등을 감안해 긴 안목으로 중국시장 진출 전략을 모색해 나갈 필요가 있어 보인다.
국가미래연구원
중국 연례 최대 정치행사인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가 3월5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개막했다. 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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