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세계경제는 한치 앞도 내다보기 어려운 불확실성을 보여주고 있다. 특히 거대 경제권으로 부상한 중국경제의 향방은 세계경제의 진로를 가늠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중국경제는 한국경제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더욱 주목된다. 김동원 고려대 경제학과 초빙교수가 세계경제의 불안한 전망을 분석하고 김주훈 카이스트(KAIST) 초빙교수가 중국의 중속성장 가능성과 영향에 대해 짚어본다. [편집자주]
지금 미국 워싱턴의 경제전문가들 사이에는 “세계경제 위기가 다시 올 것인가?”하는 논제를 두고 뜨거운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여기에 지난 3월8일에는 두개의 주목할 만한 통계가 발표돼 논쟁을 더욱 뜨겁게 하고 있다.
중국정부는 2월 수출증가율(전년동월비)이 25.4% 급감했다고 발표했다. 이 수치는 2009년 5월의 26.4% 이래 6년9개월 만에 최대 감소율일 뿐만 아니라 시장의 예상을 크게 뛰어 넘는 수치로, 중국경제의 경착륙 가능성과 더불어 2009년과 같은 세계 무역 급감 양상이 일어날 가능성에 대한 우려를 가져오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도 3월 경기예고지표(CLI)를 발표했다. 이미 ‘성장세 약화’ 상태에 들어간 영국과 미국 외에도 캐나다와 일본이 ‘안정적 성장’에서 ‘성장세 약화’로 전환했고, 독일도 ‘성장세 약화’에 근접하고 있다는 비관적인 전망을 발표했다.
세계경제 위기 가능성에 대해 국제통화기금(IMF)의 데이비드 립턴 수석부총재도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립턴 부총재는 8일 전미실물경제협회(NABE) 연례회의 강연에서 “세계경제가 궤도 이탈 위험의 기로에 놓여 있다”며 “세계경제의 불확실성이 증대해 IMF의 최근 예측조차도 더 이상 적용이 어려운 상황이 되었으며, 세계경제의 하향위험이 전례 없이 팽배해 있다”고 지적했다.
반면 미국 재무부 고위관리는 “세계경제의 불확실성이 높은 것은 사실이지만 위기는 아니며, 위기 대응을 고려하는 것도 타당하지 않다”고 언급했다. 전 IMF 수석이코노미스트인 올리버 브랜차드는 “2008년과 같은 또 하나의 세계경제 위기가 일어날 가능성은 상상도 할 수 없다. 우려는 과장되어 있다”고 언급했다.
세계경제 위기 재발 가능성에 대한 논란은 경제학자들의 논쟁 차원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의 금리 정책 결정에 영향을 미치는 동시에 국제 금융자본의 투자정책 결정에도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 이미 IMF는 작년 세계경제의 높은 불확실성을 근거로 미 연준에 금리 인상을 연기하도록 공개적으로 요구해 왔으며, 유럽중앙은행(ECB)에 대해서는 경기진작 정책을 촉구해 왔다.
과연 2016년 세계경제는 2009년의 재판이 될 것인가? 2009년의 세계경제 위기는 2008년과 같은 세계 금융위기가 아니라 금융위기의 여파로 인한 각국의 급격한 총수요 감퇴가 초래한 무역절벽 위기였다. 중국의 2월 수출 감소율 25.4%는 지난 2009년 5월 26.4%의 ‘데자뷰’(기시감)를 느끼게 하는데 부족함이 없다.
세계 무역 감소 여부는 신흥국의 수입 변동에 달려 있다. 그러나 달러 강세와 국제원자재 가격 하락 및 세계수요 감퇴 등으로 신흥국들의 경상수지는 2014년 1580억달러 흑자에서 2015년 239억달러 적자로 전환했다. 또 IMF는 신흥국 그룹의 경상수지 적자규모가 2016년 576억달러로 대폭 확대될 것으로 예측했다. 신흥국들의 수입 확대 여력이 2015년보다 2016년에 더욱 위축되는 것이 불가피하다는 점을 시사한 것이다.
국제원자재 가격들은 다행히 2016년 들어 1월의 하락세로부터 반전해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이 회복세가 지속된다 하더라도 신흥국들은 수입 확대 여력을 회복하는데 시간이 필요하고, 세계시장의 초과공급 상태 하에서 신흥국들이 빠른 회복세를 보일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이러한 상황을 정리해 보면 세계경제는 IMF가 작년 10월과 올해 1월 발표했던 전망의 예측치보다 악화된 흐름으로 진행되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IMF는 금년 1월 수정 전망에서 2016년 세계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3.6%에서 3.4%로 0.2% 포인트 하향 수정했고, 오는 4월과 7월에도 상당 폭의 추가 하향 수정이 예상된다.
논란의 핵심은 이러한 세계경제의 궤도 이탈 조짐이 2009년과 같은 ‘세계경제 위기’의 재판이라고 우려할 만큼 심각한지 여부에 있다. IMF와 OECD는 상당히 심각한 우려를 표명하고 있는 것이 분명하다. 또 2009년과 같은 세계경제 위기는 오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상당한 수준의 무역 감소 현상이 발생할 가능성은 높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한국의 경우 한국무역협회는 작년 11월 수출이 2015년 감소세에서 2016년에는 2.3% 증가세로 전환할 것으로 전망했고, 올해 2월 발표한 수출기업 조사에서도 낙관적인 전망을 보인 바 있다. 한국은행이 금년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3% 대로 예측하는 근거도 수출 호전 전망에 있다.
그러나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2016년 세계경제가 2009년과 같은 위기 상황까지는 악화되지 않는다고 해도 세계 무역은 예상 이상 악화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IMF 조차도 불과 두달 전 자신이 발표한 전망에 대해 쓸모가 없다고 토로할 만큼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에서 한국경제가 여전히 수출에 대해 낙관적인 전망을 유지해도 좋을까.
그런 차원에서 수출 호전에 근거한 3% 성장론을 고수해도 좋을지 의문이다. 만약 우려하는 바와 같이 세계 무역이 크게 위축된다면 한국경제의 흐름은 과연 어떻게 변할 것인가.
한국의 수출은 작년 1월부터 올해 2월까지 14개월 연속 감소세를 지속하고 있고, 올 1월에는 -18%로 6년여 만에 최대 감소폭을 보였다. 정부 당국자들은 세계경제 위기론에 동의하지 않거나, 또 인정하고 싶진 않겠지만 2009년 위기 당시 0.7% 경제성장률이라는 뼈아픈 경험을 직시하는 용기가 필요해 보인다.
국가미래연구원
산업통상자원부가 2월 수출(잠정)이 364억1700만 달러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12.2% 감소했다고 밝힌 3월1일 오후, 인천광역시 중구 인천항이 한적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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