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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대통령, 국회연설 기회 삼아 쟁점법안 통과 촉구
노동4법·서비스업법 등 열거…야당 “한반도 위기 앞에 부적절한 요구”
더민주 김종인 대표와 만나 개성공단·사드 문제로 신경전도
2016-02-16 15:51:41 2016-02-16 15:52:39
박근혜 대통령은 16일 국회 연설에서 북한의 장거리 로켓 발사와 개성공단 중단 등을 거론하며 '국민 통합'을 강조하는 한편 북한인권법 등 쟁점 법안의 조속한 국회 처리도 강력히 촉구했다. 박 대통령의 쟁점 법안 처리 촉구에 대해 야 3당이 일제히 적절하지 않다는 논평을 쏟아낸 가운데 이번 연설이 향후 여론의 향배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 쏠린다.
 
박 대통령은 이날 국회에서 가진 ‘국정에 관한 국회 연설’에서 “북한이 언제 어떻게 무모한 도발을 감행할지 모르고 테러 등 다양한 형태의 위험에 국민들의 안전이 노출되어 있다”며 “우리 국민들의 생명과 안전을 위해 테러방지법과 북한 주민들에 대한 인권 유린을 막기 위한 북한인권법을 하루 속히 통과시켜 주시길 부탁한다”고 말했다.
 
또 박 대통령은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에 대해 “어디에도 보건·의료의 공공성을 훼손할 수 있는 조항은 없다”며 지나친 억측이고 기우에 불과하다고 항변했다. 그러면서 “서비스산업 육성은 우리에게 선택이 아닌 생존의 문제다. 우리 경제의 재도약과 청년의 미래가 여기에 달려 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노동개혁은 일자리 개혁”이라며 노동관련 4법 통과도 촉구했다.
 
박 대통령이 예산안 통과를 위한 시정연설이 아닌 국정과 관련해 국회에서 연설을 한 것은 취임 후 처음이다. 박 대통령은 국회 연설이라는 형식으로 현재의 상황을 국민들에게 직접 호소하는 방식을 취함으로써 여론에 영향을 미치려 한다는 평가가 나온다.
 
박 대통령의 연설이 있은 후 새누리당 지도부는 발 빠르게 움직였다. 박 대통령의 국정연설 직후 비공개 최고위원회의를 소집했고 곧 바로 정의화 국회의장을 찾아가 쟁점 법안 처리를 압박했다. 박 대통령이 직접 국회를 찾아 법안 처리를 당부한 만큼 집권 여당으로서 가만히 있을 수는 없었던 것이다.
 
그러나 대통령의 이례적인 국회 연설과 그를 발판으로 한 여당의 움직임이 여론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최근 20대 총선을 앞두고 진박(진실한 친박) 마케팅 등으로 여론이 곱지 않은 상황에서 자칫 행정부가 입법부인 국회를 압박하는 모습으로 비춰질 수 있기 때문이다.
 
야 3당은 일제히 적절치 못하다는 논평을 쏟아냈다. 김성수 더민주 대변인은 이날 서면브리핑을 내고 “엄중한 시국에 국회에서 논의되고 있는 법의 통과를 촉구한 점은 적절치 못하다”고 비판했다. 김희경 국민의당 대변인은 논평에서 “대통령이 한반도 위기 앞에서 ‘떡 본 김에 제사지낸다’는 생각으로 논란이 있는 입법을 들고 나온 것이야말로 정쟁을 유발하는 것”이라며 “대통령은 입법부를 존중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창민 정의당 대변인도 “북핵 위기 상황을 국내 현안으로 연결시키는 논리의 비약 역시 상상을 뛰어 넘는다”며 “대통령의 관심법안 처리 촉구 등 정치공세는 국민을 우롱하는 처사”라고 비판했다.
 
박 대통령과 김종인 더민주 비상대책위 대표는 이날 연설에 앞서 2년 만에 만난 자리에서 ‘개성공단 폐쇄’와 ‘한반도 사드 배치’를 놓고 신경전을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 여야 대변인들에 따르면 김 대표가 환담장에 박 대통령이 들어오자 가장 먼저 악수를 하며 “안녕하십니까. 오래간만입니다”라고 인사를 청했고, 박 대통령은 “시간이 흐르는 것이 무섭다. 북한이 핵무기 실험을 계속해서 핵무기를 고도화 한다면 큰 일”이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더민주 김종인 대표는 박 대통령에게 “긴박한 (한반도) 상황에 대해 대통령이 국민들께 잘 알렸으면 좋겠다”며 “그렇게 갑작스럽게 결정한 데 대해 좀 소상한 설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자 박 대통령은 “그래서 오늘 제가 국회에 왔어요”라고 답했다.
 
김 대표는 이어 사드 배치 문제에 대한 중국의 반발을 우려하며 “중국과의 외교는 내면적 협상이 중요하다”고 당부했다. 박 대통령은 이에 “맞다. 한국은 선도적으로 나설 필요가 있다”며 “중국과 러시아 등과도 늘 협의해 가고 있다”고 말했다.
 
최용민 기자 yongmin03@etomato.com
 
박근혜 대통령이 16일 오전 국회에서 개성공단 중단 등과 관련해 국정 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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