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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전문가 칼럼] 핵실험·로켓 발사, 조짐은 여러번 있었다
개성공단 폐쇄, 제재 효과 없고 군사적으로는 오히려 북에 유리
2016-02-14 14:16:31 2016-02-14 14:16:45
북한의 4차 핵실험에 이은 장거리 로켓 및 위성 발사가 개성공단 폐쇄라는 믿기지 않는 결과를 초래했다. 이 과정에서 쉽게 납득되지 않는 것은 인과관계다. 이 조치는 남측에 경제적으로 수십억달러의 막대한 손실을 가져올 것이고, 군사안보적으로도 북한 2군단이 휴전선으로 전진 배치되면서 긴장이 고조될 것이다. 그러나 개성공단 폐쇄로 북한은 연간 1억달러의 인건비를 받지 못하는 것에 그치는 손해를 입는다. 우리의 손실에 비하면 수십배 적고, 군사안보적으로는 북한에 더 유리해 질 것이다.
 
정부가 취한 개성공단 ‘전면중단’ 조치는 무엇을 위한 것일까. 정부는 “개성공단 자금이 북한의 핵과 미사일 개발에 이용”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라고 주장했지만, 남북 교류협력이 없던 1980년대 이전에도 북한은 무기를 개발했고 스커드 미사일을 만들었다. 북한의 행동을 막을 수 있는 실효성 있는 조치라고 보기 어렵다. 결국 “초가삼간 태운다”는 말이 딱 맞다.
 
북한의 장거리 로켓 발사를 전혀 예측하지 못했는지, 대비책은 없었는지, 이렇게 되기까지 정부는 무엇을 했는지도 묻지 않을 수 없다. 4차 핵실험도 광명성 4호 발사도 충분히 예측 가능한 것이었다. 따라서 대비를 했어야 했다. 정부도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고 북한이 착하게 행동하기를 기대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북한의 핵실험은 대개 3년 주기로 벌어졌다. 2013년 3차 핵실험 이후 3년이 경과했고, 이미 2013년 3월 조선노동당 전원회의에서 ‘핵무력 경제건설 병진 노선’도 천명한 바 있다. 지난해 12월 상순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은 평천혁명사적지 현지지도에서 ‘수소탄 보유국’으로 되었다는 발언을 했다. 그로부터 한 달도 지나지 않아 수소탄 실험을 했다. 그런데 우리 정부는 아무런 조짐도 발견하지 못했고 ‘기습적으로’ 했다는 말만 반복했다. 정보기관은 무엇을 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장거리 로켓을 이용한 인공위성 발사 역시 지난해 9월부터 예견되고 있었다. 시기가 언제일지에 대한 전망이 분분했을 뿐, 가능성은 매우 높았다. 김정은은 지난해 5월 새로 건설된 위성관제종합지휘소를 현지지도 하며 “우주개발 사업은 누가 반대한다고 해서 포기할 사업이 아니”라고 했다. 북한은 9월에는 미국의 CNN 기자를 지휘소에 초청해 “위성 발사는 미국에 위협이 되지 않는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10월 당 창건 70주년을 기념해 위성을 발사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해가 바뀌었지만 결국 1월 수소탄 실험이 있었고 기존의 패턴대로라면 장거리 로켓 실험도 곧 이어질 것이라는 예측이 가능했다. 결국 한달여만에 발사가 이루어졌다.
 
이 지경에 이르기까지 우리 정부는 무엇을 했는지 되묻고 싶다. 가시적으로 드러나는 대비 조치는 전혀 없었다. 핵실험 이후에 북한이 가장 싫어한다고 주장하는 대북 확성기 방송을 재개한 것이 전부였다. 다행이라고 한다면 확성기 방송이 우리에게는 직접적 해가 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그러다가 장거리 로켓 발사 이후 정부는 개성공단에 진출한 우리 기업의 조업을 중단시켜버렸다. 우리가 북한보다 수십배의 경제적 손실을 보는 어처구니없는 조치이다. 그런다고 북한이 잘못된 행동을 중단할 리도 만무하다. 결국 우리만 손해 보고, 개성공단 기업과 협력업체 직원과 그 가족들만 고통에 빠지게 되었다. 실로 어이없는 일이 벌어졌다.
 
남측의 전면중단 조치에 북한은 더 강하게 응수했다. 북한은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 성명을 통해 온갖 비난을 퍼부었고, 남측 인원 추방과 자산 몰수조치를 취했다. 15년 넘게 공들여 온 우리의 재산이자 남북관계의 옥동자였던 개성공단의 124개 공장을 결과적으로 송두리째 북한에 넘겨주고 말았다.
 
결국 잘못된 행동을 했던 북한은 1억달러의 임금을 잃어버린 게 아니라 수십억달러 가치의 개성공단을 챙기게 됐다. 이제 북한은 핵실험과 장거리 로켓을 발사하는 데 더 많은 기회를 가지게 되었다. 이런 역설을 왜 만들었는지 한심스럽기 짝이 없다. 북한에 막대한 경제적 이득을 챙겨주고 군사적으로도 유리하게 만든 결과에 대해 누군가는 책임을 져야 할 것이다.
 
진희관 인제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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