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년후견, 무엇이 문제인가)②독일·일본, "성년후견제는 '권리'"
독일, 피후견인이 직접 판사 찾아…"범죄, 차별 충분히 고려해 제도 설계"
일본, 후견인 동의 의무화가 활용도 크게 높여…"후속 법령 정비가 관건"
2016-02-12 12:00:00 2016-02-12 18:04:22
마쓰이 히데키 일본 사법지원센터 이사회 의장은 일본보다도 8년 앞서 성년후견제도를 법제화한 독일을 2012년 방문해 성년후견 소송 7건을 방청하고는 3가지 이유로 놀랐다고 고백했다. 2012년 그가 발표한 <독일 성년후견제 견학>이라는 제목의 보고서에서다.
 
마쓰이 의장이 관찰한 성년후견 소송 7건 중 2건은 알코올 중독자, 나머지 3건은 각각 낭비벽, 정신지체, 우울증을 앓고 있는 피후견인에 대한 것이었으며, 나머지 둘은 후견인 선임을 연장하기 위해 낸 것이었다.
 
그는 무엇보다 "피후견인이 후견인을 선임 받기 위해 직접 판사 사무실로 찾아간다는 점에 놀랐다"고 말했다. 마쓰이 의장은 "처음에는 그들이 직접 판사를 찾아간다는 사실을 몰랐지만, 나중에 그들이 자신의 의지에 따라 법원에 온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며 "독일에서는 성년후견제가 아주 광범위하게 받아들여지는 것 같았다"고 감탄했다.
 
그는 또 판사가 피후견인을 직접 심리하는 점, 판사가 모두에게 아주 친절하다는 점에 놀랐다고 덧붙였다. 일본에서는 가정법원 판사 대신 사법연구원이 피후견인을 심리한다.
 
이처럼 독일에서 성년후견제가 성공적으로 정착된 데 대해 마쓰이 의장은 4가지 이유가 있다고 분석했다.
 
우선 성년후견 프로그램 확대를 위해 독일 정부가 많은 예산을 투입한다는 점이고, 두 번째는 누구나 후견인 신청을 할 수 있다는 점이다. 셋째는 거의 모든 피후견인이 후견인 지정을 받더라도 자신의 행위능력 등에 큰 제약을 받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그는 "독일인들은 후견인제도를 활용하는 것을 마치 그들의 '권리'라고 느끼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일본은 한국보다 13년 앞선 2000년 4월 민법상 성년후견제를 도입했다. 현재는 20만명 정도가 성년후견인의 도움을 받고 있는 것으로 집계된다. 일본 치매노인 인구(약 200만명)대비 10% 수준으로, 한국(0.01%)에 견줘 100배 정도 많다.
 
국제가디언십네트워트(IGN)에 따르면 일본에서 성년후견인의 65%는 피후견인의 가족이며, 나머지는 변호사 등 전문후견인이다. 0.01%에 못 미치는 비율로 일부는 법인을 후견인으로 두고 있다. 한국에서 85% 가량이 가족후견인인 것과 비교해 전문후견인의 활용도가 더 높은 셈이다.
 
일본 최고재판소 자료에 따르면 2014년 일본에서 신청된 성년후견 소송 총 3만4174건 가운데 1만968건이 피후견인의 자녀에 의해 이뤄졌다. 자녀 다음으로는 피후견인이 속한 지자체의 장이 5592건으로 2위를 차지했다. 그 뒤는 형제자매(4616건), 기타 친족(4427건), 본인(3607건)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특히 지자체장이 제기한 소송 건수는 전년(5046건)대비 10.8% 증가하는 등 빠른 증가율을 나타냈다. 서울시 25개 구청 중 한 곳도 노인을 위한 성년후견 업무 담당과를 두고 있지 않는 등 국내에서 지자체에 의한 성년후견 신청이 활발히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과 상반된다.
 
가사소송 전문 이현곤 변호사(46·연수원 29기)는 "일본에서 후견제도가 활성화한 것은 민법이 개정되고도 한참 후의 일"이라면서도 "시간이 지난다고 후견제도가 저절로 정착되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이어 "일본에서 후견수요가 급격하게 늘어난 것은 피후견인을 격리시설에 보낼 때 후견심판과 법원의 허가를 반드시 거치도록 한 영향이 크다"면서 "금융기관에서도 판단능력에 제약을 가진 사람들에 대해서는 예금인출업무를 엄격하게 하기로 방침을 정한 것이 후견수요를 급증하게 했다"고 설명했다.
 
일본에서도 성년후견제가 도입 된지 12년이 지나서야 후견인에 대한 의무 훈련이 법제화했다. 당시 일본에서는 이 법안 시행으로 공공후견인이 많이 늘어날 것이란 기대가 높았다. 앞서 나온 통계치는 이 효과가 실제 나타난 결과로 해석된다. 도입 보다 후속 법령 정비 작업이 정착에 더 중요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선례다.
 
이밖에 한국에서 아직 피후견인과 신청인의 관계 등 성년후견제 관련 통계를 공식적으로 집계 및 공개되지 않고 있는데 반해 일본 최고재판소는 매년 성년후견 소송 현황을 집계해 법원 공식 홈페이지에 공개하고 있다.
 
물론 일본 성년후견제도 아직 개선의 여지가 많다. IGN에 따르면 일본에서는 후견감독인을 의무화하지 않고 있는 점, 후견 기간이 과도하게 긴 점 등에 대한 비판 여론이 높다. 이에 일본 성년후견제 전문가 마코토 아라이 츄오대 법학과 교수도 <요미우리>기고 등을 통해 독일의 선례를 들어 일본의 성년후견제 개선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IGN에 따르면 1992년 성년후견제를 도입한 독일에서는 130만명이 성년후견제도를 활용하고 있다. 이는 치매노인 인구(약 150만명)대비 86.7% 수준이며, 전체 인구(8180만명)와 비교해서도 1.6%다. 통상 후견을 필요로 하는 잠재적 사람은 보통 전체 인구의 1% 가량으로 전해진다.
 
독일에서 성년후견제 활용이 이처럼 높은 이유는 '탄탄한 제도 설계'에 그 답이 숨어 있다.
 
연방법과 민법상 도입된 독일 성년후견제에는 '전적인 후견'의 개념이 없다. 대부분 성년후견인은 피후견인의 치료와 재산관리 등만을 도우며, 후견인 역할을 할 수 있는 기간도 최대 7년으로 제한된다. 기간을 연장하기 위해서는 피후견인의 동의와 법원 심리를 다시 거쳐야 한다.
 
무엇보다 독일에서는 후견인 선임이 무료다. 후견인 신청 소송을 내는 것은 무료이며, 피후견인 대부분은 법원에 관련 비용 일체를 내지 않는다. 피후견인 대신 법무부가 후견인에게 연간 약 1848유로를 활동비로 지급하기 때문이다.
 
IGN 관계자는 보고서를 통해 "독일의 성년후견인제는 판단능력 등의 제약을 받는 사람에 대해 범죄와 차별이 가해진다는 문제를 충분히 인식하고 고안됐다"고 분석했다. 이어 "법원의 성년후견제 심리를 방청하는 것은 모두에게 열려 있으며 법원 뿐 아니라 가정집이나 병원, 피후견인의 집에서 이뤄지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성년후견제 활성화를 위해서는 사회적 인식 개선과 함께 적극적인 홍보 활동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사진은 성년후견제를 홍보하고 있는 일본 최고재판소 홈페이지 모습. 사진/일본 최고재판소 인터넷홈페이지 갈무리
 
방글아 기자 geulah.b@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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