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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플)"지구와 사람을 사랑하는 윤리적 패션 꿈꾼다"
SK와이번스 그린유니폼 탄생 결실…온라인 플랫폼으로 진일보
"모두가 행복한 윤리적 패션 생태계 구축이 목표입니다"
2016-02-11 16:24:38 2016-02-18 16:35:17
'오르그닷'은 윤리적 패션을 지향하는 사회적기업이다. 지속가능한 패션을 꿈꾸며 지난 2009년 3월 출범했다. 2011년 고용노동부로부터 사회적기업 인증을 받았다. 2009년 하반기 무표백·무형광 면으로 만든 티셔츠, 가방, 앞치마 등으로 'Evil White' 캠페인을 펼치며 친환경 제품의 대중화에 나섰고, 이듬해에는 프로야구단이 입고 경기를 한 그린유니폼 등 친환경 기능성 라인(재생폴리에스터)으로 사업을 확장했다. 2011년 말에는 AFM이라는 젊은 감성의 캐주얼 브랜드도 론칭했다. 오르그닷은 윤리적 패션의 확산을 위해 기존 사업의 안정화와 더불어 또 한 번의 혁신을 준비 중이다. 패션 산업의 윤리적 생태계를 구축하기 위해 신진 디자이너와 국내 영세공장의 일감을 연결해주는 패션 플랫폼 사업의 추진이다. 지구와 사람을 행복하게 하는 패션과 그 환경을 만드는 김방호 대표를 만나봤다.
 
청년들 6명이 국내 패션업계의 비윤리적인 생태계를 바꾸겠다는 뜻을 모아 사회적기업 '오르그닷'을 세웠다. 그 중심에는 2007년 자신의 삶을 살겠다며 남들이 부러워하던 국내의 굵직한 포털회사를 뛰쳐나온 김방호 대표가 있다. 그는 전공과 아무런 연관이 없는 패션사업에 뛰어들면서 윤리적 패션을 추구한다며 친환경 소재를 가슴과 머리에 품었다. 그리고 생산자에게 정당한 임금을 지불하고 환경 위험을 최소화하는 '윤리적 패션'을 외쳤다. 
 
김방호 오르그닷 대표(사진)는 "오염을 최소화하고 몸에 좋은 옷을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에서 시작했지만 친환경 옷은 원가가 높은 데다, 수요도 많지 않아 쉽지만은 않은 상황"이라며 "꾸준히 친환경 소재 연구와 제품 개발을 진행해 안정적인 수익을 창출해 내면서 적정한 마진이 생산자들에게 돌아가게 하는 것이 목표"라는 소신을 밝혔다.
 
 
친환경 유니폼으로 매출에 날개 
 
사업 초기 친환경 패션 사업, 청년 작가들을 위한 갤러리, 친환경·공정무역 편집샵, 에코웨딩 등 다양한 사업에 열정을 쏟았다. 하지만 사업분야가 다소 생소한 탓에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했다. 이후 역량을 B2B(기업간거래)사업에 집중키로 하고, 친환경 단체복과 소품 개발에 집중했다.
 
김 대표는 "친환경 마케팅을 위한 친환경 소재 단체복 수요가 의외로 많다는 점에 착안해 기업시장에 뛰어들었다"고 설명했다.
 
그렇게 탄생한 것이 프로야구 구단 SK와이번스의 그린 유니폼이다. 페트병을 재활용한 재생 폴리에스터 소재로 만든 제품으로, 프로구단의 실전 경기에 재생 소재로 만든 유니폼이 적용된 최초의 사례다. 선수들의 경기력과 구단의 친환경 이미지에 영향이 없도록 디자인과 제작에 심혈을 기울였다.
 
이를 기반으로 삼성전자, 교보생명, 구글코리아, 메리츠화재 등 친환경 마케팅 행사를 벌이는 기업에 친환경 단체복을 공급, 매출을 올리고 있다. 환경단체에서도 꾸준히 오르그닷을 찾고 있다. 오르그닷은 이를 통해 연매출 10억원대 진입이라는 성과도 올렸다. 
 
B2B시장은 오르그닷의 의류를 생산하는 공장에 안정적인 일감을 제공하는 차원에서도 적합했다. 김 대표는 "생소한 친환경 마케팅으로 B2C 시장에 주안점을 두기 보다는 꾸준한 수요가 발생하는 B2B에 주력하게 됐다"며 "안정적으로 수익을 올릴 수 있는 점이 매력적"이라고 말했다. 
 
천연 면 원단으로 제작된 SK와이번스 그린봉사대 반팔피케셔츠. 사진/오르그닷

B2C로 보폭 확대…AFM으로 친환경 감성 알린다
 
오르그닷은 매출구조가 안정화되자 B2C 영역으로 발을 넓혔다. 일반 소비자에게까지 윤리적 패션문화를 확산시킨다는 게 김 대표의 복안이다. 이를 위해 2011년 말에는 'AFM'이라는 젊은 감성의 캐주얼 브랜드를 론칭했다. 단체에서 일반 소비자로 사업 대상을 확장하게 된 것이다.
 
인터넷을 기반으로 판매되고 있는 AFM 제품들은 젊은 남성들 사이에서 인기를 얻고 있다. 김 대표는 "다양한 컬러나 소재를 쓰기 힘든 친환경 의류의 특성을 감안해 블랙이나 그레이 계열의 도시적인 이미지를 강조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처음부터 친환경 가치를 홍보하지는 않는다"며 "품질과 디자인에 끌려 의류를 구매한 뒤 나중에 '내가 입은 옷의 브랜드가 이런 사회적 가치를 추구하는구나'라고 알아주셨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오르그닷의 B2C 브랜드 'AFM'. 사진/오르그닷
 
디자이너스앤메이커스…디자이너와 봉제공장 '징검다리'
 
김 대표는 또 한 번의 혁신을 추진하고 있다. 패션 산업의 안정적인 생태계를 만들기 위해 온라인 플랫폼 '디자이너스앤메이커스' 사업을 진행 중이다.
 
디자이너스앤메이커스는 패션 디자이너와 생산공장을 연결해주는 온라인 플랫폼이다. 의류 생산을 위해 필수적으로 필요한 봉제공장, 샘플실, 나염공장 등 의류 관련 공장에 대한 양질의 정보를 디자이너에게 제공한다. 봉제공장이 밀집한 서울은 물론, 전국에 산재해 있는 400여개의 공장 데이터베이스(DB)를 바탕으로 공장 위치를 비롯해 실사를 통해 확인한 생산품목, 복종, 보유장비, 포트폴리오, 최소생산수량 등을 사진과 동영상으로 서비스한다.
 
지난해 하반기 본격적으로 문을 연 이후 현재까지 300개 봉제회사와 4000명의 디자이너들이 디자이너스앤메이커스의 가족이 됐다.
 
디자이너스앤메이커스 생산자(봉제공장) 목록. 사진/오르그닷
 
김 대표가 의류 제작 환경에 관심을 쏟은 것은 봉제공장의 노동환경이 여전히 80년대 말에 머물러 있다는 현실적 한계였다. 20·30대 젊은이들은 찾아볼 수 없고, 40·50대가 주력이다. 20년 이상의 숙련된 봉제사가 월 200만원이 채 안 되는 저임금에 시달릴 뿐만 아니라 디자이너들은 해마다 만명 단위로 쏟아지는 공급과잉 속에 노출돼 있다. 때문에 이들이 원활한 소통을 할 수 있는 플랫폼의 필요성이 절실하다.
 
김 대표는 "사회적기업으로서 환경과 노동, 지속가능성을 고민할 수밖에 없었다"며 "음지에 있는 봉제산업을 양지로 끌어올리고 싶었다"고 말했다. 
 
특히 신진 디자이너의 경쟁력도 강화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김 대표는 "신진 디자이너가 갖고 있는 경쟁력은 상품 기획력인데, 현실에서는 기획을 해도 생산과 판매에서 가로막히게 된다"며 "봉제업계 정보가 공개되어 있지 않아 신진 디자이너가 접근하기 어렵기 때문에 발생하는 현상"이라고 설명했다. 
 
신진 디자이너가 자본과 마케팅, 유통 능력이 부족한 탓에 다품종 소량생산을 할 수밖에 없었던 리스크도 극복될 수 있을 것으로 점쳐진다. 김 대표는 "대기업 패션회사처럼 같은 디자인을 대량 생산하면 마진도 많이 남고 상품가격도 저렴해지지만 신진 디자이너는 소량생산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며 "하지만 플랫폼을 활용해 여러 디자이너가 한번에 주문하면 대량생산 체제도 가능해진다"고 말했다.
 
그는 "이처럼 디자이너와 공급자가 원하는 부분을 적절하게 연결해 건전한 패션 생태계를 만드는 게 이 사업의 궁극적인 목적"이라고 강조했다.
 
연매출 1000억 목표…지속 가능한 기업 만들 것
 
김 대표의 목표는 '환경'과 '고용안정'의 두 가지 가치를 잡을 수 있는 기업을 만드는 것이다. 윤리적 패션 생태계를 구축하는 것은 이를 위한 출발점이다.
 
김 대표는 "친환경 소재를 확산시키고 의류·패션산업 종사자들을 행복하게 해주자는 일념으로 한걸음씩 걸어가고 있다"며 "궁극적으로 소비자와 디자이너, 제품 생산자가 모두 행복한 윤리적 패션 생태계를 구축하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친환경 의류를 만드는 것은 이를 위한 워밍업"이라는 게 그의 부연이다.  
 
현재 10억원대 매출을 5년 안에 1000억원대로 높이겠다는 당찬 포부도 내비쳤다. 지속가능한 사회적기업을 위해 수익 창출은 당연하다는 것이 김 대표의 지론이다. 1000억원은 전체 캐주얼 시장 규모(10조원)의 1%에 해당하는 규모다. 연간 1000억원의 매출을 올리면 벤치마킹하는 기업들이 늘어나 패션 생태계의 변화를 이끌어 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작은 나비의 몸짓이 확대돼 지구 반대편에서 태풍이 될 수 있다는 확고한 신념이 기반이다.
 
김 대표는 "지속가능성과 수익성이 사회적 가치와 맞물렸을 때 진정한 가치가 나타나는 것"이라며 "공존·공생하는 사회를 만드는 데 일조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지은 기자 jieune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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