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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말 한 마디에 '파견법' 명분 찾는 고용부
경기도 안산 뿌리산업 업체 노동자들과 간담회
수정 가능성 시사에도 야권·노동계 반대 완강
2016-01-15 16:19:50 2016-01-15 16:19:50
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이 15일 현장 간담회를 시작으로 파견법 개정안 처리를 위한 명분 쌓기에 나섰다.
 
이 장관은 이날 오전 경기도 안산에 위치한 자동차부품 제조업체 오토젠을 방문해 뿌리산업 현장에서 근무하는 노동자들의 의견을 청취했다. 이날 간담회는 파견법 개정안에 대한 정부의 입장을 노동자들에게 설명하고 이와 관련한 현장 노동자들의 의견을 듣고자 마련됐다.
 
파견법 개정안은 박근혜 대통령이 기간제법 개정안을 포기하면서 절충안으로 내놓은 노동 4법의 핵심이자 경영계의 오랜 숙원 법안이다. 하지만 야권과 노동계는 파견법 개정안을 ‘비정규직 양산법’으로 표현하며 입법을 거부하고 있다.
 
파견법 개정안을 둘러싼 가장 큰 논란거리는 간접고용을 활용한 악용 가능성이다. 개정안대로라면 뿌리산업에 해당하지 않는 조선소 등 대규모 제조업체는 직접생산공정에 파견노동자를 사용할 수 없다. 하지만 이들 업체가 뿌리산업에 속하는 중견·중소기업과 사내하도급 또는 용역계약을 체결하는 형태로 공정을 맡긴다면 일감을 받은 업체는 파견노동자를 사용할 수 있다. 결과적으로는 대기업이 직접생산공정에 합법적으로 파견노동자를 투입할 길이 열린다.
 
개정안에서 허용되는 뿌리산업은 용접·소성가공·주조·금형·열처리·표면처리 등 6개 업종으로, 법안이 원안대로 처리된다면 주된 수혜대상은 조선·자동차 등 제조업 대기업이 된다.
 
정부도 뒤늦게 이 같은 문제점을 인식하고 사내하도급업체에 파견노동자 사용을 제한할 수도 있다는 입장을 보였으나 이는 파견법 쟁점의 일부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원회에 따르면 개정안이 처리될 경우 830만명의 노동자가 파견 허용대상에 포함되는데, 법이 악용될 때에는 기존 정규직마저 비정규직으로 내몰릴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같은 이유로 야권과 노동계는 ‘파견 확대’ 자체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이런 상황을 감안하면 이 장관의 행보와 관계없이 개정안의 근본적인 내용이 수정되지 않는 한 법안 처리는 지연될 공산이 크다. 실제 고용부는 지난해 장·차관 차원에서 수차례 기간제노동자들을 만나고 이 과정에서 수렴한 우호적 여론을 내세워 기간제법 개정안 처리를 촉구했으나 결과적으로는 노동계의 반발만 초래했다. 같은 맥락에서 현 정국의 키를 쥔 더불어민주당과 한국노총을 설득하지 않고는 개정안의 1월 임시국회 내 처리도 어려울 것으로 관측된다.
 
한편 이 장관은 이날 간담회에서 “파견법은 일자리를 찾거나 실직 중인 중장년층에게 일자리 기회를 주는 동시에 중소기업의 구인난 등 어려운 경영여건 극복을 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국회에 대해서도 “기간제법을 양보할 정도로 나머지 4개 법안 처리는 절박하며 이제는 국회가 응답할 차례”라고 압박했다.
 
세종=김지영 기자 jiyeong8506@etomato.com
 
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이 15일 오전 경기도 안산에 위치한 자동차부품 제조업체 오토젠을 방문해 현장 노동자들에게 파견법 개정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고용노동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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