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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파구 없는 노동개혁, 입법도 지침도 안갯속
야권·노동계, '기간제법 제외' 박 대통령 제안 거부
"파견대상 허용 확대는 일자리 확대와 무관"
2016-01-14 14:19:53 2016-01-14 14:20:00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13일 신년기자회견에서 노동개혁 5법 중 기간제법을 제외한 4법 처리를 제안했으나 야권과 노동계의 반응은 냉담하다. 오히려 박 대통령이 나서서 파견법 강행 의지를 재확인함에 따라 노동개혁 입법을 둘러싼 갈등은 더욱 격화할 것으로 관측된다.
 
야권과 노동계는 그간 기간제법과 파견법을 ‘비정규직 양산법’으로 묶어 두 법안을 제외한 3개 법안 우선 논의를 주장해왔다. 기간제법 개정안은 비정규직 사용기간을, 파견법 개정안은 파견 허용대상 업종을 각각 확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박 대통령의 이번 중재안은 경영계의 숙원 법안인 파견법 개정안의 19대 국회 내 처리를 위한 고육지책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박 대통령의 기자회견 직후 한국노총은 “파견법을 받아들이라는 것은 사내하청 불법파견에 면죄부를 주는 것으로, 불법파견 문제를 해결해달라는 재계의 요구를 대통령이 나서서 해결하겠다는 의지를 표현한 것”이라며 “파견대상 허용 확대는 일자리 확대와 무관하며, 직접고용 관계를 간접고용으로 전환시키는 회전문 효과만 발생시킨다. 일자리 창출과 무관하고 일자리의 질을 떨어뜨리는 사용자 책임 회피법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반발했다.
 
이목희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도 14일 당 정책조정회의에서 “55세 이상의 노동자, 고소득 전문직, 뿌리산업을 합치면 노동자의 숫자가 830만명”라며 “830만명의 노동자에게 파견의 장을 열어주는 정부의 배포가 참으로 놀랍다. 정말 상상도 못하는 법을 만들어 온 것이다. 이 파견법에 반의반의 내용을 가진 법도 이 지구상에 존재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더불어민주당은 박 대통령의 기자회견에 앞선 12일에도 같은 내용의 새누리당 제안을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야권과 노동계가 모두 박 대통령의 중재안을 거부함에 따라 이달 임시국회 중 노동개혁 법안 처리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고용노동부는 당장 파견노동자들과 현장간담회 일장을 잡으며 ‘명분 쌓기’에 돌입했지만 지난해 기간제법 논의 때와 마찬가지로 간담회 결과가 입법에 반영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특히 박 대통령이 ‘식물국회’라는 표현까지 사용하며 국회를 맹비난한 탓에 여야 관계도 얼어붙은 상황이다.
 
양대 지침을 둘러싼 상황도 입법과 크게 다르지 않다. 지침의 경우 정부가 독단적으로 만들 수 있지만, 지금처럼 노동계가 불참하는 상황에 정부가 일방적으로 추진하면 ‘협의 처리’라는 9·15 대타협 정신이 퇴색할 수밖에 없다. 특히 시기를 못 박은 속도전은 야권과 노동계의 반발만 불러일으켜 노동개혁 입법을 더 어렵게 만들 공산이 크다.
 
여기에 양대 지침과 관련한 고용부의 계획도 이미 엎어진 상황이다. 고용부는 지난 13일 한국노총과 한국경영자총협회에 16일 양대 지침 워크숍에 참석해달라는 공문을 보냈으나 한국노총은 불참을 의사를 밝혔다. 한국노총은 14일 성명에서 “이는 정부와 여당이 합의되지 않은 기간제법 파견법 등 비정규직 양산법을 발의한데 이어 작년 12월30일 성급한 지침 발표로 9·15노사정 합의를 파탄 낸 데 대한 책임에서 벗어나겠다는 진정성이 결여된 명분 쌓기에 불과하다”반발했다.
 
세종=김지영 기자 jiyeong8506@etomato.com
 
청년광장과 경제민주화네트워크를 비롯한 청년·노동·인권·시민단체들이 14일 오전 서울 청운동주민센터 앞에서 박근혜 대통령 대국민담화 규탄 범 청년·노동·시민단체 공동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자료사진). 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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