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임시완 "진짜 좋은 어른 그리려 했다"
입력 : 2016-01-14 16:24:20 수정 : 2016-01-21 16:41:51
[뉴스토마토 함상범기자] 아이돌그룹 제국의 아이들 출신 연기자 임시완은 지난 2012년 방영한 MBC '해를 품은 달'로 혜성처럼 등장했다. 이후 각종 드라마와 더불어 영화 '변호인'에서 인상적인 연기력을 선보였고, 지난 2014년에는 tvN '미생'을 통해 직장인의 애환을 실감나게 표현해냈다.
 
그런 임시완은 오는 21일 개봉하는 100억 대작 '오빠생각'의 주인공으로 나선다. 한국전쟁 당시 군인으로 동생을 잃고, 인민군을 죽이는 등 트라우마를 겪지만 따뜻한 마음을 품고 있는 한상렬로 분한다. 한상렬은 부모를 잃은 전쟁고아들을 데리고 합창단을 만들어 이들을 올바르게 이끄는 인물이다. 임시완은 바르고 정의로운 이미지를 한상렬의 기본 바탕으로 삼되 여기에 카리스마까지 덧붙이며 연기해 이번에도 연기력에 대한 극찬을 받고 있다.
 
'오빠생각'에서 어른스럽고 의젓한 한상렬을 연기한 임시완을 지난 12일 서울 삼청동 소재 한 커피숍에서 만났다. 임시완은 약 30여명의 아이들을 이끌고 합창단을 만든 한상렬에 대해 '진짜 좋은 어른'이라고 상정하며 캐릭터에 접근했다고 설명했다.
 
영화 '오빠생각'에 출연한 임시완. 사진/NEW
 
"한상렬은 순수함을 지키는 조력자"
 
'오빠생각'에서 한상렬은 전쟁으로 인해 동생을 잃고, 인민군과 대척하며 동족상잔 비극의 중심에 선다. 식은 땀을 흘리며 악몽을 꾸기도 하고, 북한군의 움직임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힘든 와중에도 희망을 갖고 웃음을 짓는 주미(고아성 분)에게 "뭐가 그리 좋냐"며 일침을 가하기도 한다.
  
심리적으로 불안함이 있는 한상렬은 아이들을 만난 뒤 더 인간적이고 순수한 마음을 갖게 된다. 아이들이 조금 더 행복하기 위한 다양한 방법을 강구하고, 아이들을 이용해 나쁜 짓을 일삼는 어른과는 싸움을 불사한다.
 
임시완은 "'오빠생각'은 한상렬의 시선으로 본 아이들의 감정이고, 한상렬은 아이들의 순수함을 지키는 조력자라고 생각했다"며 "진정한 어른이 뭘까에 대해 고민했다. 어른의 정서를 이해하는 데 시간이 걸렸다"고 말했다.
 
심리적으로 불안한 한상렬이 의젓하고 어른스럽게 변하는 과정은 자세히 설명되지 않는다. 간극이 큰 변신이 힘들지는 않았는지 물었다. 
 
이에 임시완은 "한상렬의 존재 이유에 대해 설명하면 될 것 같다"고 말한 뒤 "이한 감독님은 이 영화를 보고나서 한 사람이라도 순수한 마음을 가졌으면 좋겠다고 했다. 저도 그 부분에 동의했다. 전쟁통의 합창단과 한상렬은 판타지라고 생각하고, 이상이라고 생각한다. 그럼에도 이 영화의 순수함을 전달하기 위해서는 이해를 떠나 꼭 필요하다고 느낀다"고 말했다.
 
한상렬의 존재 이유에 동의한 임시완은 진짜 어른이 무엇일까를 수없이 고민했다. 이한 감독과 끊임없는 상의 끝에 임시완은 화를 내야할 땐 무섭게 화를 낼 줄 알아야 어른이라고 판단했다.
 
특히 극 중에서 나쁜 짓을 일삼는 갈고리(이희준 분)와 대척점을 세울 때는 카리스마를 넘어 약간의 광기도 보인다. 임시완은 "화를 낼 때는 더 격앙되고 무서운 표정을 지어도 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임시완의 사나운 표정은 기존 작품에서 본 적 없는 얼굴이다. 한 단계 더 성장했다는 느낌을 강하게 준다.
 
영화 '오빠생각'에 출연한 임시완. 사진/NEW
 
"좋은 선입견이 나를 이끌었다"
  
임시완은 가장 성공한 연기돌(아이돌 출신 연기자)로 불린다. '해를 품은 달'로 대중에게 인상을 남긴 뒤 '변호인'에서는 조연으로서 연기파 배우의 입지를 닦았고, '미생'으로 신드롬을 낳는 중심에 섰다. '오빠생각'에서는 원톱 주인공으로 극을 이끈다.
 
허염('해를 품은 달'과 장그래('미생), 진우('변호인'), 한상렬까지 임시완이 맡은 캐릭터의 변화는 크지 않다. 혹시 올바른 이미지의 캐릭터만을 고집하고 있는 것 아닌가 물었다.
 
임시완은 "철저하게 계산을 통해 작품을 선택한 건 아니다"라며 "'해를 품은 달'을 본 팬들은 나를 굉장히 똑똑하고 착한 사람으로 여기는 듯했다. 그 이후 착한 이미지의 시나리오도 많이 들어왔다. '변호인'과 '미생', '오빠생각'까지 이어질 수 있었던 것은 나를 바라보는 대중의 좋은 선입견 덕분인 것 같다"고 말했다.
 
영화 '오빠생각'에 출연한 임시완. 사진/NEW
  
"내 행동의 파급력, 충분히 생각하게 됐다"
 
임시완은 말 한마디를 하더라도 신중히 했다. 질문을 받으면 생각을 정리한 뒤 천천히 입을 뗐다. 자신의 생각을 최대한 정확히 표현하려는 노력이 보였다. '올바른 청년'의 분위기는 꼭 이미지만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다만 임시완은 지난해 3월 이후 큰 논란에 휩싸였다. 배우 황정민과 함께 참여한 고용노동부의 캠페인 때문이다. 이 캠페인은 '노동시장 구조개혁'에 대해 긍정적인 메시지를 담고 있는 영상이다. 하지만 정부가 내세운 '노동시장 구조개혁'은 노동자보다는 기업의 입장을 대변하는 파견법, 쉬운 정리 해고,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 등의 내용이 담겨 있다. 현재 정부는 이 법안을 두고 '장그래 법'이라고 하지만, 야권은 '장그래 죽이기 법'이라며 치열하게 대립 중이다.
 
야권 성향이 강한 젊은 층의 팬들은 임시완이 이 캠페인에 합류한 것에 대해 강하게 비판하고 있다. 3월부터 시작된 비판은 현재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직장인의 애환을 그리며 인기를 얻은 임시완이 어떻게 직장인을 죽이는 광고에 참여할 수 있냐는 게 팬들의 논리다. 처음으로 겪은 논란에 대해 어떤 생각이 들었는지 물었다.
 
임시완은 "어쩌다 보니 감히 대한민국의 모든 '장그래' 분들을 대변하는 입장이 됐다"며 "제가 한 행동 하나 하나가 얼마나 큰 여파를 몰고 올 지 정확하게 파악하지 못했던 것이 저의 무지였고, 신중하지 못한 부분이었다. 죄송하다는 말을 먼저 하고 싶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앞으로는 광고를 찍든 작품에 참여하든, 더 많이 고민하고 생각하고 움직일 것 같다. 발 한 걸음을 함부로 떼지 않고 조심스럽게 나갈 생각이다. 언제나 가십거리를 만들 변수가 있다면 이유 불문하고 더 곱씹으면서 나갈 생각"이라고 밝혔다.
 
이번 논란이 배우로서 인간으로서 한 단계 성숙해질 수 있는 계기가 됐다는 임시완이다. 그런 그는 '오빠생각' 홍보가 끝난 뒤 대규모 대출 사기를 소재로 한 영화 '원라인' 촬영에 합류한다. 연기자로서 바쁜 행보가 계속 이어지고 있다. 임시완은 "앞으로도 인물의 진짜 감정을 파헤치는 데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전했다.
 
함상범 기자 sbrai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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