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 기자
(막내린 저금리시대)미국 제로금리 시대 폐막…이젠 '속도'가 관건
예고된 금리인상에 글로벌 금융시장 초기 혼란 없어
2015-12-17 14:05:49 2015-12-17 17:39:53
미국이 9년만에 금리를 인상하며 2008년 금융위기 이후 7년간 이어져 왔던 제로 금리 시대가 끝이 났다.
 
미국의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금융위기의 충격으로 쓰러졌던 미국 경제가 드디어 제 발로 설 수 있다는 판단을 내린 것이다.
 
연준이 점진적 인상을 시사하며 금융시장에 미치는 충격이 크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이 우세한 가운데, 달러 강세로 인한 신흥국 시장의 타격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9년만의 금리 인상, 미국 경제 회복 의미  
 
기자회견 하고 있는 자넷 옐런 연준 의장.
사진/로이터
16일(현지시간) CNBC에 따르면 연준은 워싱턴D.C. 본부에서 이틀간 진행된 12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를 마치고 성명을 통해 기준금리인 연방기금금리를 현재의 0.00%∼0.25%에서 0.25%∼0.50%로 0.25% 포인트 인상하기로 결정했다고 발표했다. 지난 2006년 6월 이후 9년6개월만의 첫 금리 인상이다.
 
이 뿐 아니라 금융 위기로 미국 경제가 타격을 입자 지난 2008년 12월 금리를 제로 수준으로 떨어뜨린 이후 7년간 이어졌던 제로 금리 시대가 끝나는 것이기도 하다.
 
이번 결정은 연준 위원들의 만장일치로 결정됐는데, 그만큼 연준 위원들 사이에서 미국 경제 회복에 대한 자신감이 충분하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연준은 성명에서 미국 경제를 낙관했고 그 중에서도 올해 고용 시장이 눈에 띄는 회복세를 보였다고 전했다. 연준의 목표치인 2%를 밑돌고 있는 물가에 대해서도 에너지 가격 하락 등의 영향이 크다며 중기적으로는 2% 목표에 부합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이와 함께 연준은 올해 미국 경제 성장률 전망을 기존의 2.1%로 유지했고 내년 성장률은 기존 전망에서 소폭 상향 조정한 2.4%로 제시했다. 이와 함께 내년 말까지 실업률은 4.7%까지 떨어질 것이라고 낙관적으로 전망했다.
 
크리스티나 후퍼 알리안츠 전략가는 "연준은 우리에게 경제가 맞는 길을 걷고 있다고 알려준 것"이라며 "더 이상 우리는 위기 모드에 있지 않다"라고 평가했다. 
 
연준, 점진적 금리 인상 시사
 
본격적인 긴축의 시동이 걸린 가운데, 이제 시장의 최대 관심은 금리 인상 속도다. 다수의 전문가들은 역사적인 긴축 사이클들과 비교했을 때 금리 인상 속도가 매우 점진적일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미국 경제가 회복되고 있음은 분명하나 여전히 취약한 부분도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고용 시장은 회복세를 보이고 있지만 인플레이션은 여전히 부진하고 경제성장률도 간신히 2%를 지키고 있다. 이날 연준은 내년 말 인플레이션 전망치를 1.7%에서 1.6%로 낮췄다. 
 
또한 성명서에서도 연준은 “앞으로 금리 인상의 움직임은 경제 상황에 달려 있다”며 점진적 금리 인상을 시사했고 자넷 옐런 연준 의장 역시 회의를 마친 후 기자회견에서 “향후 금리 인상은 경제 지표에 달려 있다”고 밝혔다.
 
아울러 연준 위원 17명의 금리 전망을 나타내는 점도표에서도 연준 관계자들이 예상하는 내년 말 기준금리 전망치 중간값은 1.375%로 낮은 수준이었다.
 
노던트러스트 수석 전략가 및 전 연준 관계자인 칼 태넌바움은 "내년 6월까진 금리를 올리지 않을 것으로 본다"며 "최근 유가 하락으로 인플레이션 하락 압력이 더욱 거세질 것이고 따라서 연준은 속도를 내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연준의 9월과 12월 FOMC 회의 점도표 비교. 자료/비즈니스인사이더(BI)·연준
 
불확실성 해소에 금융 시장 혼란 없어, 신흥 시장은 지켜봐야 
 
연준의 금리 인상이 발표된 이후 글로벌 금융시장의 초기 반응은 안정적이었다. 이런 가운데 다수의 전문가들은 불확실성이 해소됐다며 오히려 증시에 호재로 작용할 수 있다고 전망하고 있다.
 
제프리 소트 레이몬드 제임스 이코노미스트는 “역사적으로 첫 금리 인상 이후 주가 흐름이 좋았다”면서 “이번 결정은 미국 경제가 회복되고 있다는 뜻으로 시장에 매우 좋은 신호”라고 평가했다.
 
연준의 점진적 금리 인상 약속 역시 시장의 안도감을 키우는 부분이다.
  
다만 비관론자들은 금리 인상에 따른 달러 강세가 피할 수 없는 흐름인 만큼 신흥국 시장의 타격은 불가피하다고 전한다. 
 
실제로 올 2분기에 신흥시장의 달러 표시 채권은 3조달러를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는데 이미 신흥국에서의 자금 이탈은 가시화되고 있다. 또한 국제금융협회에 따르면 신흥국 주식 및 채권 투자 자금은 지난달 35억달러 순유출을 기록했다. 
 
다만 신흥국들이 지난 외환위기를 겪고 금리 인상에 대비할 수 있는 충분한 힘을 길렀다는 의견도 있다.
 
네일 쉬어링 캐피탈이코노믹스 이머징마켓 담당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이미 신흥국 금융 시장에도 금리 인상 재료가 충분히 반영된 만큼 제 2의 테이퍼텐트럼(긴축발작)은 없을 것"이라면서도 "다만 달러로 표시된 부채가 많은 터키, 남아프리카, 말레이시아, 콜럼비아와 같은 국가들은 좀 더 취약한 모습을 보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우성문 기자 suw14@etomato.com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지난 뉴스레터 보기 구독하기
관련기사
0/300

뉴스리듬

    이 시간 주요 뉴스

      함께 볼만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