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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마토칼럼)미우나 고우나 떡하나 더
2015-12-09 08:00:00 2015-12-09 08:00:00
'미운 아이 떡 하나 더 준다'는 속담이 있다. 보통 '미워하는 사람일수록 더 잘 해줘 나중에 혹시 모를 후환이 없도록 하는 술책' 이라거나 '애정이 가는 아이는 엄하게 다스리고, 미운 놈은 그냥 달라는 대로 다 주고 대충 키운다'라는 의미로 쓰인다.
 
그런데 요즘 세태는 많이 달라졌다. 우리 당, 너희 당 이익을 확연히 구별하고, 이웃과 고립된 사회에서 내 새끼, 네 새끼 구분이 명확해진 세상에서 내편인 이뿐 녀석이 보는 앞에서 미운 놈에게만 떡을 던져 주는 용기를 어디 쉽게 낼 수 있을까.
 
떡은 미우나 고우나 골고루 나눠야 한다. 부부지간에도 쉬지 않고 사랑이라는 떡을 내밀어야 하고, 자식의 심리적 안정을 위해 부모는 애정어린 표현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직장에서 상사는 아끼는 직원이라고 채찍만 들어선 안 된다. 떡을 받아 들어야 뭐든 할 맛이 난다. 나중의 승리를 위해 상대편과도 나눠야 맛이다.
 
최근 수개월 동안 계속되고 있는 구조조정 기업 리스트 이슈로 재계가 불안해하고 있다. 그 중에서도 먹거리 부족으로 허덕이는 건설기업들에 대한 옥죄기 강도가 높다. 거론되는 구조조정 대상 기업들 중 건설사는 10대 건설사 3~4곳을 비롯해 10여개 업체들이 포함돼 있다.
 
여기에 집단대출 감독 강화로 분양시장 온기가 급격히 식어가고 있다. 해외 저가 수주에는 정책금융 지원을 중단하기로 했고, 건설업의 회계 투명성을 확보 하다는 이유로 원가율을 공개할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원가 정보가 해외 기업에 노출될 경우 수주전에서 뒤쳐질 가능성이 크다는 게 업계의 걱정이다.
 
미운 놈 떡 하나 더 준다더니 떡은커녕 채찍만 내리 치고 있다. 그렇다고 그 매가 이뿐 아이를 엄하게 다스리려는 의도도 아닌 듯하다. 건설업계가 볼멘소리를 넘어 말 붙일 곳 있으면 하소연을 하는 이유다.
 
물론 이 모든 것들의 빌미는 건설사들이 제공했다. 부실한 업체가 늘면서 경제와 고용 기여도도 낮아지고 있다. 각종 비리, 부실한 현장 관리로 인명을 앗아간 일도 비일비재 했다. 작년 한해 공공발주 사업에서 담합 행위가 적발돼 부과된 과징금이 8500억원에 달했다. 올해도 3000억원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래서 할 말은 없다. 구조조정도 절실하다.
 
하지만 너무 몰아붙이는 형국에 불안한 마음이 생긴다. 가뜩이나 중동 시장이 어려운 상황에서 우리 건설사들이 해외에서 경쟁자에게 밀리거나 정책적 지원이 약해 동력을 상실하는 일까지 벌어져선 안 된다. 일반 제조업과 동일한 기준을 들이대 한계 기업으로 낙인찍는 부당함도 없어야 한다.
 
그래도 건설 현장은 187만 종사자들의 생활 터전이다. 채찍도 좋지만 칭찬도 하고 떡도 좀 나눠 먹어가면서 휘두르자.
 
 
박관종 건설부장
pkj31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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