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플)변형석 트래블러스맵 대표 "여행통한 지역사회 지속가능발전 꿈꾼다"
입력 : 2015-11-20 06:00:00 수정 : 2015-11-20 06:00:00
"관광산업은 처음에는 지역경제 활성화와 해당 지역의 환경·사회보존을 목표로 시작됐습니다. 그런데 1980년대 들어서면서 대자본 중심의 구조가 만들어지고 환경에 악영향을 미치거나 인권·동물권이 유린되는 부작용이 나타나기 시작했죠. 공정여행은 이에 대응하기 위해 탄생한 개념입니다."
 
현지인이 운영하는 숙소·식당을 이용하고 대중교통이나 자전거 등 저탄소 교통수단을 사용하며, 동물을 혹사시키는 투어에 참여하지 않는 등의 공정여행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가운데 관련 여행사도 속속 생기고 있다. 이 중 한 곳인 '트래블러스맵'은 공정여행을 통해 지역사회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추구하는 회사로 지난 2009년 설립됐다. 설립 1년 후 사회적기업 전환이 이뤄졌으며 현재 직원 수는 28명이다.
 
대안학교(하자센터 내 하자작업장학교) 교사출신인 변형석 대표(사진)는 "여행을 통해 배우는 학교를 만들어도 좋다는 생각을 실천에 옮긴 것이 여행사 경영으로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변형석 트래블러스맵 대표. 사진/최한영 기자
 
◇"여행을 통한 배움의 과정에 주목"
 
"배움이 교실에서 교사와 학생 사이에서의 수업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삶의 공간에서도 이뤄지기에, 그 안으로 들어가야 한다는 것이 하자센터의 목표였습니다. 일과 학습, 놀이 사이에 경계가 없어야 한다는 것이죠. 그 과정에서 여행을 주목한 것이고, 가치지향적으로 봤을 때 공정여행이 맞다는 생각으로 트래블러스맵을 만든 것이죠."
 
회사설립 후 맨 먼저한 것은 '여행상품이 아닌, 사회적으로 필요한 여행을 만드는 것'이었다. "다문화가정이 늘면서, 어쩌면 사회적 편견을 가지고 살 수도 있는 한국 아이들이 다문화 감성을 배우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판단했습니다. 전남 화순 천태초등학교의 경우 전체의 3분의 1이 다문화 가정 출신이었습니다. 학교 전교생이 다문화 가정 아이들의 엄마나라인 필리핀으로 수학여행을 가는 '내 친구의 외갓집은 산호세' 프로젝트를 준비했습니다. 계획 당해연도에는 신종플루로 여행이 이뤄지지 못한 우여곡절 끝에 지난 2010년 여행이 이뤄졌습니다.”
 
판매상품으로는 지리산 둘레길 여행이 최초였다. "지리산에 둘레길이 막 조성됐을 시절, 인근 농가에서 혼자사는 할머니들의 빈방을 빌려 숙소를 마련하고, 차려주시는 아침밥으로 식사를 해결하는 식으로 농가민박과 트래킹을 연계한 상품을 만들었습니다. 지역 주민들이 알고 있는 맛집을 찾아가서 식사도 하고요. 이를 통해 지역사회에 도움이 되도록 했습니다."
 
아름다운재단과 트래블러스맵이 충남 공주에서 공동 진행한 청소년 자발적 여행활동 지원사업 '길 위의 희망찾기' 진행사진. 사진/트래블러스맵
 
해외여행 상품은 사회적 지위가 낮고 일자리가 없는 소수민족 여성들을 히말라야 등반 가이드포터로 육성하는 네팔의 사회적기업 쓰리시스터즈와 함께하는 안나푸르나 트레킹 상품으로 시작했다.
 
◇"동일 여행상품과 비교했을 때 공정여행 비싸지 않아… 재구매율도 높아"
 
일반인들 사이에서 공정여행 하면 비싸다는 인식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이에 대해 변 대표는 '동일한 유형의 여행상품과 비교해볼 때 가격경쟁력이 충분하다'고 설명했다.
 
"예를 들어, 태국 여행상품의 경우 타 여행사에서는 40만원대에서 최대 200만원 이상을 호가하는 다양한 가격대로 내놓고 있습니다. 저희는 100만원 초반대이고요. 이렇게 비교하면 비싸다고 느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여행 중 쇼핑일정이 수차례 들어가고 만족스러운 숙소를 제공받지 못하는 경우와, 전 일정에 개별서비스가 들어가고 쇼핑 없이 여행자가 만족스러워 하는 장소를 찾아간다는 점을 비교하면 가격경쟁력이 있는 것이죠."
 
트래블러스맵 여행상품에 대한 선호도는 통계수치와 재구매율로 확인할 수 있다. "한국관광공사에서 실시하는 해외여행 이용만족도조사를 보면 패키지여행 만족도가 평균 58%, 이른바 메이저 여행사의 경우에도 65~67% 정도로 나옵니다. 저희 상품을 이용한 여행자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를 수치로 환산하면 만족도가 87~89% 정도입니다. 타 여행사 중 직판을 통해 만족도를 높였다고 자랑하는 곳의 수치가 78~81%인 것을 감안하면 높은 수치입니다. 재구매 의향이 있다는 의견도 91% 정도로 나오고요." 실제 트래블러스맵 이용자 중 절반 이상은 이전 이용고객이다.
 
트래블러스맵이 진행한 네팔 히말라야 트레킹여행 참가자들의 기념촬영 사진. 사진/트래블러스맵
 
트래블러스맵의 모객 여행상품은 15인 이하 소그룹 여행을 원칙으로 한다. 많은 인원을 데리고 가면 수익률을 높일 수 있지만 그 과정에서 에너지가 낭비되고 환경파괴가 일어나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판단에서다. 이러한 소그룹 책임여행이 국제적 추세이기도 하다.
 
아울러 국내여행 비중도 일반 여행업체들에 비해 높은 편이다. 대규모 국외여행에 비해 이익창출 측면에서는 불리한 것이 사실임에도 국내 농촌지역을 살리고 탄소배출을 줄이는 지속가능한 여행을 위해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국내 농촌관광 상품들이 다수 있지만, 정작 여행지에 있는 주민들에게는 별다른 이익이 가지 못하고 소외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한국의 농촌도 각종 위기상황이 심각하다는 점을 고려할 때, 이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지역문제 해결에 비전이 없다고 보기에 현지 주민과 연계한 국내여행을 이어가는 것입니다. 또한 탄소배출을 줄이는 것이 지속가능한 공정여행에 맞는 상황에서 해외여행만 한다는 것이 모순으로 비칠 수 있다는 점도 인지하고 있고요. 국제적으로도 공정여행업계에서는 자신들의 지역부터 먼저 접근해 즐길거리를 만들어내는 미션들을 갖고 있습니다."
 
전세계 31개국에 50여개의 상품을 운영 중인 해외여행의 경우 직접 인솔하거나 신뢰를 쌓은 파트너가 현지일정을 진행하는 기조를 유지한다. 단 파트너를 선정하는 과정은 신중하게 결정하고 있다. "저희가 그러지 말라고 했는데도 현지 가이드가 한국 여행객들을 쇼핑센터에 데리고 가는 경우가 있었습니다. 그렇게 하면 자신들에게 수수료가 떨어지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죠. 이런 여행을 하게 되면 손님들이 단번에 알아채고 항의가 들어옵니다. 가이드에게 아무리 설명을 하더라도 긴 시간을 들여 신뢰를 쌓지 않으면 이같은 문제가 생길 수 있기에 저희가 직접 인솔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극성수기에 오히려 여행상품을 개발할 수 없다는 문제도 있다. 해당 기간의 항공권은 6개월 혹은 1년 단위로 쌓아놔야 하는데, 대형 여행사에 비해 자본력이 부족한 것이 사실이기 때문이다. 그나마 풀리는 티켓의 경우 가격이 비싸 상품가격에 맞출 수가 없다. "항공권 제휴사들이 좌석들을 따로 확보해주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성수기 시장을 뚫기가 어렵습니다. 자본력에서 차이가 나는 것이 사실이기 때문입니다. 사람들이 여행을 많이 갈 때 오히려 저희상품 숫자는 줄어드는 안타까운 상황이죠."
 
◇지역 게스트하우스 사업도 모색… "아시아 여행의 메카로 발돋움할 것"
 
트래블러스맵은 게스트하우스 사업도 모색하고 있다. 단, 서울은 고려대상이 아니다. "서울의 게스트하우스 시장은 원가가 너무 높다는 문제가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객실점유율이 50%가 넘으면 이익이 남는다는 것이 정설인데, 지금 서울의 경우 최대 80%까지 가야 손익분기점에 이르는 상황입니다. 호텔도 이정도는 아니에요." 대신 지역에서는 제주도 정도를 제외하고는 크게 확대되지 않았다는 점을 주목하고 있다. 젊은 층이 여행지를 선택할 때 게스트하우스가 있는지 여부를 확인하는 것이 많다는 점도 고려 대상이다.
 
트래블러스맵은 네팔과 캄보디아에 100% 현지인들이 소유하는 파트너회사를 설립하기도 했다. 10년 간 무이자로 회사설립자금을 지원하고 운영에 필요한 트레이닝이나 상품개발을 공동 진행한다. 현지 파트너사들이 수익도 가져가도록 해 지역사회의 지속발전을 돕는다는 회사 모토를 실천하고 있다. 적립된 여행비를 이용해 캄보디아의 한 마을에 여행자들과 같이 도서관이나 화장실을 만들거나, 네팔 사회적기업활성화센터와 연계해 공정여행·무역·외식업 인력양성 및 창업기반 조성에 나서는 식으로 도움을 주기도 한다.
 
이러한 노력을 바탕으로 변 대표는 트래블러스맵을 '해외 여행객들이 아시아여행을 하는 새로운 방법을 만드는 곳, 아시아 여행을 할 때 가장 먼저 고려해야 할 여행사'로 발전시키겠다는 포부를 나타냈다. "회사가 아시아 공동발전을 도모하는 노력을 하는 곳으로 사람들의 머리 속에 매칭되는 방법으로 회사가치를 높이고자 합니다. 이를 통해 유럽여행의 '리스펀서블 트래블(responsibletravel.com)', 북미·남미여행의  '지 어드벤처스(G Adventures)'와 같이 해당지역에 전문성을 갖춘 회사들과 견줄만한 곳으로 발전하고자 하는 꿈이 있습니다. 아시아 여행상품에 주도권을 가지고 있거나, 그런 역할을 할 수 있는 여행사가 아직까지 딱히 없는 상황에서 저희는 지 어드벤처스와의 협력사업 등을 통해 도약을 위한 준비도 하고 있습니다."
 
최한영 기자 visionchy@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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