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의 주범 이준석(70) 선장에게 살인죄가 인정됐다. 대형사고로 다수의 사망자를 낸 사건에서 책임자에게 '부작위에 의한 살인죄'가 인정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김소영 대법관)는 12일 살인 혐의 등으로 기소된 이 선장 등에 대한 상고심에서 살인죄를 인정해 이 선장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재판부는 "이 선장은 퇴선 직전이라도 쉽게 퇴선상황을 알려 피해를 줄일 수 있었음에도 그것마저도 하지 아니한 채 퇴선했고, 그 후에도 해경에게 선내 상황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지 않는 등 승객의 안전에 대해 철저하게 무관심한 태도로 일관하면서 승객 등의 탈출가능성이 점차 희박해져 가는 상황을 그저 방관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 선장의 이와 같은 행태는 자신의 부작위로 인해 승객 등이 사망에 이를 수도 있음을 예견하고도 이를 용인하는 내심의 의사에서 비롯됐다"며 "부작위에 의한 살인의 미필적 고의가 인정된다"고 판시했다.
앞서 이 선장 등 세월호 주요 승무원들은 세월호 침몰 당시 승객들에게 고의로 퇴선명령을 내리지 않고 먼저 탈출해 승객들을 죽음에 이르게 한 혐의(부작위에 의한 살인) 등으로 기소됐다.
1심은 선원들의 진술과 무전 교신 내용 등을 근거로 탈출 전에 2등 항해사에게 퇴선 명령을 내린 사실을 인정해 이 선장에게 살인의 고의가 없다고 판단했다. 대신 유기치사상, 업무상과실선박매몰, 해양관리법 위반 등을 유죄로 인정해 징역 36년을 선고했다.
그러나 2심은 살인죄를 인정해 이 선장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사고 전후의 정황과 피고인 진술 등을 종합할 때 퇴선명령이 실제로는 없었고, 그 배경에는 이 선장이 퇴선명령 등 조치를 취하지 않을 경우 승객들이 사망할 것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이를 용인하는 '살인의 미필적 고의'가 있었다고 판단한 것이다.
반면 1심에서 각각 징역 5~20년을 선고받았던 다른 선원들은 항소심에서 징역 1년6월~12년으로 모두 감경됐다. 부상당한 동료를 방치하고 퇴선해 1심에서 유일하게 살인죄가 인정돼 징역 30년을 선고받은 기관장 박모씨(55)도 항소심에서 살인죄가 무죄로 판단돼 징역 10년으로 감경받았다.
부작위에 의한 살인이란 법규범상 위험발생을 방지할 의무가 있는 사람이 의무를 다 하지 않아 다른 사람을 사망에 이르게 한 범죄다. 살인의 고의나 적어도 의무를 이행하지 않았을 때 다른 사람이 사망할 것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의무를 이행하지 않아 사망하게 하는 범죄다.
형법 18조는 '위험의 발생을 방지할 의무가 있거나 자기의 행위로 인해 위험발생의 원인을 야기한 자가 그 위험발생을 방지하지 않은 때 그 발생된 결과에 의해 처벌한다'고 규정해 부작위에 의한 살인을 일반적인 살인과 같은 형으로 처벌하도록 하고 있다.
이 선장 등의 경우 선원법상 승객을 구조할 의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이행하지 않아 많은 승객이 사망했다.
지난 1970년 여객선 남영호 침몰사고 때 검찰이 선장에게 살인죄를 적용했지만 법원은 과실치사죄만 인정해 징역 2년6월을 선고했다. 1995년 서울 삼풍백화점 붕괴사고 때에도 과실치사죄만 적용됐다.
지난 4월28일 오전 이준석 선장이 광주고등법원에서 세월호 선박직 승무원에 대한 항소심 선고공판이 열리기 앞서 광주지검 구치감에 들어서고 있다. 사진/뉴시스
최기철 기자 lawch@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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