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짜장 신제품 부진…깊어지는 팔도 고민
신성장 동력 부재…시장점유율 고착화 지속
2015-11-09 06:00:00 2015-11-09 06:00:00
농심(004370) '짜왕'을 잡기 위해 팔도가 야심차게 출시한 '팔도짜장면'이 부진한 성적을 기록하고 있다. 굵은면발 짜장의 인기가 시들해지는데다 과감한 마케팅 활동을 전개함에도 정작 생산량을 늘리지 못해 고민이 깊어지는 모습이다.
 
여기에 여름마다 큰 인기를 끌었던 '팔도비빔면' 역시 올해 여름에는 짜장라면에 밀려 예년만큼의 파괴력을 보여주지 못했다. 허리띠를 졸라매며 올해 적자 탈출은 문제 없이 진행될 전망이지만 별다른 히트 상품이 없어 라면시장 점유율은 몇년째 제자리걸음이다.
 
8일 시장조사기관 AC닐슨에 따르면 팔도짜장면은 지난 8월 매출 기준 전체 16위에 이어 9월 17위로 한계단 내려앉았다.
 
앞서 팔도짜장면은 7월23일 출시된 후 8월부터 본격적인 판매에 들어갔다. 출시 당시 짜왕으로부터 시작된 '굵은면발 짜장' 인기에 편승해 중화요리의 대가 이연복 셰프를 앞세운 공격적인 마케팅으로 화제가 됐다. 하지만 시장의 기대치에 비해 성적은 저조한 편이다.
 
이같은 판매 부진에 대해 팔도는 생산량에 한계가 있어 매출이 정체기를 겪고 있다는 입장이다. 팔도 관계자는 "면은 팔도가, 액상스프는 협력업체와 함께 만들고 있는데 협력사의 생산량이 얼마 안 돼 물량공급에 한계가 있다"며 "내년 초에는 공급 상황이 나아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수요에 비해 공급이 적다면 공장 신설·증설을 통한 생산라인의 확충을 생각해볼 수 있지만, 그마저도 쉽지 않다. 앞서 팔도는 지난 2011년 '꼬꼬면' 돌풍을 일으키자 500억원을 들여 라면 공장을 증설했지만 경쟁사 유사제품 출시를 통한 인기 하락으로 판매량이 급감했다. 이에 따라 2012년 252억원, 2013년 200억원, 지난해 28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는 등 3년간 후유증에 시달렸다. 과거의 실패 사례로 인해 섵불리 생산시설을 확충하기 부담스러워 협력사들에 의존하게 된 셈이다.
 
팔도짜장면 외에 7월 4위까지 올라갔던 '팔도비빔면' 순위도 8월 9위, 9월 15위까지 떨어졌다. 업계 관계자는 "원래 팔도비빔면에 있어서 7~9월 판매는 한 해 매출을 결정할 정도로 중요한 시기"라며 "하지만 올해는 예상치 않은 짜장라면 열풍에 비빔면의 인기가 시들했다"고 분석했다.
 
'히트 상품'의 부재는 시장점율의 고착화로 이어지고 있다. 팔도의 라면시장 점유율은 2011년 9.0%에서 2012년 8.9%, 2013년 8.0%, 지난해 8.1%로 큰 변동이 없다. 지난해 적자폭을 대폭 줄인데 이어 올해 흑자전환이 예상되지만 큰 폭의 성장을 기대할 수 없는 이유다. 실제로 지난해 팔도의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급여, 지급수수료, 감가상각비 등 비용감소를 통해 영업손실 폭을 줄였지만 매출 역시 5450억원에서 5254억원으로 줄어들었다.
 
업계 관계자는 "팔도가 굵은면발 짜장에 이어 짬뽕 제품 출시를 위해 개발을 진행 중이지만 이미 오뚜기(007310)가 '진짬뽕'을 출시한데다 1위 업체인 농심 역시 조만간 관련 제품을 선보일 예정이라 성공 여부는 불투명하다"며 "매출이 나오는 제품은 GS25와 협업한 '오모리 김치찌개라면', 왕뚜껑 정도에 불과해 성장동력을 찾아야 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팔도 '팔도짜장면'이 지난 8월 전체 라면 16위(매출 기준)에 이어 9월에도 17위에 그치면서 부진을 이어가고 있다. 사진은 8월27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에서 이연복 셰프와 모델들이 팔도짜장면을 선보이고 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이철 기자 iron621@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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