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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주산업 시한폭탄 '미청구공사' 왜?
건설업 특성 때문이지만 제 때 반영하지 않아 피해 키워
공사기간 늘고 원가 상승할 경우에도 미청구공사 발생
2015-11-01 11:00:00 2015-11-01 11:00:00
[뉴스토마토 최승근기자] 최근 대우조선해양(042660)에 이어 삼성엔지니어링(028050) 사태가 연이어 발생하면서 '미청구공사'에 대한 불안감이 수주산업 전반을 휩쓸고 있다.
 
건설, 조선 등 수주산업의 경우 대금을 주고 서비스나 물건을 제공받는 일반 제조업과 달리 공사 기간이 길어 미청구공사가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수주산업 특성 상 정상적으로 발생할 수 있는 부분이지만 최근에는 이를 제때 반영하지 않거나 숨기는 등의 비리가 더해지면서 업계에서는 시한폭탄이라는 이름으로 불리고 있다.
 
1일 관련업계와 한국신용평가 등에 따르면 보통 미청구공사는 ▲부정확한 예정원가 ▲공사기간 지연 ▲원가 상승 ▲마일스톤 계약 방식 등 크게 4가지 이유로 인해 발생한다.
 
먼저 회사가 예정원가를 과소하게 설정한 경우 미청구공사가 발생할 수 있다. 대부분 경쟁 심화에 따른 저가수주의 결과다. 건설, 조선 업종의 경우 일감이 없어 인력이나 설비를 놀리기 보다는 이익이 적더라도 현장을 정상적으로 돌리는 일이 중요하다. 이 경우 투입원가에 의한 공사 진행률이 실제보다 높게 계산되며, 발주처가 인정하지 않는 채권인 비정상적 미청구공사가 증가하게 된다.
 
예정된 공사기간 보다 지연될 경우에도 미청구공사가 증가할 수 있다. 기자재 조달이 늦어지거나 해당 현장에 대한 공정 관리 미숙으로 공사기간이 지연되는 경우다. 현재 어려움을 겪고 있는 대우조선해양을 비롯해 해외 프로젝트에서 수익성이 악화되고 있는 건설사들이 사례에 해당된다. 해양플랜트의 경우 선박과 달리 발주처가 요구하는 스펙이 제각각이어서 예정보다 공사기간이 길어지는 경우가 다반사다. 공사기간이 길어질수록 인건비 부담이 늘고 각종 설비 대여료도 증가해 재무적 부담이 늘게 된다.
 
3분기 GS건설(006360)의 경우 사우디아라비아 '라빅2'와 'PP12' 프로젝트 공사가 연장되면서 영업이익이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거의 절반 가까이 감소했다. 이외에 미청구공사 규모가 큰 삼성물산, 현대건설, 삼성엔지니어링 등도 비슷한 이유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세 번째는 예측하지 못한 원가 상승분을 제때 반영하지 않을 경우다. 지난 2013년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자국인의 고용을 늘리기 위해 불법 체류자를 추방하는 등 이민정책이 변화되면서 현지 현장의 예정원가가 일제히 조정된 바 있다. 사우디 정부의 정책으로 인해 생산성이 낮은 사우디 현지인을 대폭 고용하면서 인건비 비중은 늘고 공사 진행률을 떨어져 공사기간이 지연됐기 때문이다. 이외에 급격한 환율변동이나 원자재 수급 부족 현상도 원가 상승 요인에 포함된다.
 
마지막으로 계약방식의 문제를 들 수 있다. 마일스톤(Milestone)방식 계약의 경우 원가 투입시점과 발주처가 기성을 인정하는 시점간의 차이로 미청구공사가 발생 할 수 있다. 마일스톤방식 계약이란 계약서에 지정된 공정 단계(마일스톤)를 달성할 경우 대금을 지급하는 방식이다. 공사기간 동안 균등한 원가 투입을 가정할 경우 마일스톤을 달성 할 때 까지 미청구공사가 누적되게 된다.
 
비슷한 사례로 조선업에서는 헤비테일 방식이 있다. 선박을 인도할 때 전체 대금의 60~70%를 지급하는 방식인데 이 경우 선박 제작비용을 대부분 조선사가 대야 하기 때문에 수주가 많을수록 부채비율이 높아지는 원인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한편 한국신용평가와 해외건설협회 통계에 따르면 대림산업, 대우건설, 삼성엔지니어링, SK건설, GS건설, 한화건설, 현대건설, 현대엔지니어링 등 해외사업 비중이 높은 8개 대형 건설사의 미청구공사 규모는 2009년 말 약 6조원 수준에서 올 상반기 말 15조원 수준으로 급증했다. 지역별로는 중동 및 북아프리카 지역이 63%로 가장 많았고 동아시아(21%), 중앙아시아(9%), 중남미 및 기타(4%) 순으로 나타났다.
 
최근 건설, 조선업계에 ‘미청구공사’에 대한 불안감이 확산되고 있다. 사진은 삼성엔지니어링이 완공한 사우디 알 주바일 지역의 아르곤 가스 플랜트 전경. 사진/뉴시스.
  
최승근 기자 painap@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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