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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참사 '언딘 특혜' 해경 간부들 재판 '원점'
대법원, "재판 관할 위반" 원심 확정
검찰이 다시 제 관할 법원에 기소해야
2015-10-25 09:00:00 2015-10-25 09:00:00
지난해 세월호 침몰 참사 당시 해양 구난업체에 특혜를 준 혐의로 기소된 해양경찰 간부들에 대한 재판이 사실상 원점으로 돌아갔다. 해경 간부들이 끝까지 고수한 관할 위반 주장을 대법원이 받아들였기 때문이다.
 
대법원 2부(주심 조희대 대법관)는 세월호 구조작업을 언딘에게 우선 주선하는 등 특혜를 제공한 혐의로 기소된 전 해경 수색구조과장 박모(50) 총경과 당시 해경 수색구조과 소속 나모(44) 경감에 대한 상고심에서 관할위반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25일 밝혔다. 지방법원 지원에 토지관할이 인정된다고 해서 당연히 본원에도 토지관할이 있다고 볼 수 없다는 첫 판결이다.
 
대법원은 "형사사건에 관해 지방법원 본원과 지방법원 지원은 소송법상 별개의 법원이자 각각 일정한 토지관할 구역을 나누어 가지는 대등한 관계"라며 "형사소송법 4조에 의해 지방법원 본원에 1심 토지관할이 인정된다고 볼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지원에 1심 토지관할이 인정된다는 사정만으로 당연히 본원에도 1심 토지관할이 인정된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한 원심은 옳다"고 판시했다.
 
사건 범죄지인 진도 1심 토지관할은 광주지법 해남지원에만 있기 때문에 본원인 광주지법에 박 총경과 나 경감을 기소한 것은 관할 위반이라는 판단이다.
 
사건 내막은 이렇다. 나 경감은 세월호가 침몰한 당일인 지난해 4월16일 인천에 있는 해경 해경 본청 수색구조과 사무실에서 김모 언딘 이사에게 언딘을 세월호 선주사인 청해진해원에게 구난업체로 추천해주겠다고 약속하고 세월호 참사 수습 실무 책임자인 청해진해운 홍모씨에게 언딘과의 구난계약 체결을 종용해 구난독점 계약을 체결하게 한 혐의(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및 업무방해)혐의로 기소됐다. 당시 나 전 과장은 언딘이 사고해역에서 가장 먼저 구조작업을 하고 있는 것으로 속였고, 그 덕에 언딘은 청해진해운과 백지계약을 맺었다.
 
나 경감은 이에 앞서 2013년 7월 통영 선박 침몰 사고 당시에도 사고 발생관련 기밀정보를 문서를 휴대전화로 찍어 김 이사에게 보내 언딘에게 특혜를 준 혐의(공무상비밀누설)도 함께 받았다.
 
박 총경은 세월호 사고 당시 언딘의 청탁을 받은 최상환(55·대기발령) 당시 해경 차장(치안정감)이 언딘 바지선 리베호를 구조에 투입하라는 지시를 받고 부하 해경들에게 압력을 넣은 혐의(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선박안전법위반 교사)로 기소됐다. 당시 리베로호는 경남 고성에 있는 천해지 조선소에서 정박 중이었으며 안전검사도 받지 않은 미준공 상태였다.
 
검찰은 최 전 차장과 박 총경, 나 경감을 광주지법에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 혐의로 2014년 10월 일괄 기소했다. 그러나 박 총경과 나 경감은 광주지법에 관할이 없다고 주장했다. 범죄지역은 인천과 진도였고 이들 주소 역시 인천이기 때문에 주소지 관할인 인천지법이나 범죄지역인 진도의 토지관할이 있는 광주지법 해남지원에서 재판을 받아야 한다는 주장이다. 형사소송법상 재판은 범죄지역이나 피고인의 주소, 거주지 또는 현재지 법원이 관할이다.
 
1심 재판부인 광주지법 형사11부(재판장 김정엽)는 박 총경 등의 주장을 받아들여 관할 위반 판결했고, 관할위반 주장 대신 사건을 인천지법으로 이송(편의 이송)해 줄 것을 요청한 최 전 차장은 지난해 12월 인천지법으로 사건을 이송했다.
 
현행법상 사건 이송은 관할 법원만 가능하다. 광주지법은 최 전 차장에 대해서도 관할이 없지만 최 전 차장이 관할위반 항변을 포기하고 재판을 받으면서 관할이 생겼고 그 이후 관할법원으로서 인천지법으로 최 전 차장 사건만 이송한 것이다.
 
검찰은 법원조직법과 법원설치법상 지원 관할구역은 본원 관할에 포함되기 때문에 관할 위반이 아니라며 항소했다. 그러나 항소심을 맡은 광주고법 형사5부(재판장 서경환) 역시 1심 판단을 유지했고, 이에 검찰이 상고했다.
 
이번 대법원 판결로 사건 재판은 1년 전으로 돌아가게 됐다. 검찰이 박 총경과 나 경감을 관할권이 있는 광주지법 해남지원이나 인천지법 등에 다시 기소해야 하기 때문이다. 최 전 차장 사건을 이송 받은 인천지법 형사13부(재판장 김진철)도 지난 2월27일 첫 공판기일이 잡혔으나 공범인 박 총경 사건에 대한 관할 위반 상고심이 대법원에 계류 중이어서 지금까지 이렇다 할 심리를 하지 않았다.
 
검찰은 박 총경과 나 경감에 대한 기소 법원을 검토 중이지만 최 전 차장이 재판을 받고 있는 인천지법에 기소할 가능성이 많은 상황이다.
 
해경과 구난업체 언딘과의 유착 의혹과 관련해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를 받은 최상환 해양경찰청 전 차장이 지난해 9월 3일 오전 광주 동구 광주지방검찰청을 빠져 나가고 있다. 사진/뉴시스
 
최기철 기자 lawch@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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