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배세수 늘었지만 국민 건강은 ‘외면’…정부 ‘초심’ 어디로?
1조3000억 증가에도 건강증진비 전체 28.4% 불과…건강보험 재정 지원은 59.6%
국회 예정처, 기금재편 필요성 제기…“저소득 흡연자 건강 더 악화” 분석도
2015-10-19 15:12:53 2015-10-19 15:12:53
지난해 담뱃값 인상을 통해 정부에 걷힌 세수가 크게 증가했지만 정작 국민 건강을 위해 사용되는 기금 출연은 상대적으로 덜 배정된 것으로 나타났다. ‘국민 건강 증진’을 담뱃값 인상 이유로 꼽은 정부가 당초 취지와는 다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는 분석이다.
 
최근 국회 예산정책처(이하 예정처)는 ‘2016년도 예산안 부처별 분석’ 보고서를 통해 이같은 진단을 내리고 담배부담금 수입에 따른 증가분을 건강증진사업 위주로 재편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보건복지부 자료에 따르면 담뱃값 인상으로 인해 주로 담배부담금으로 구성되는 국민건강증진기금 수입이 2014년 1조6000억원에서 지난해 2조9000억원으로 약 1조3000억원이 증가했지만 고유 목적인 건강증진사업비 비중은 전체의 28.4% 수준에 불과했다. 건강증진사업비 외에 국민건강보험 가입자 지원이 기금사업비의 59.6%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했고 R&D, 정보화 및 의료시설 확충 등에 9.1%, 의료비 지원에 2.9%가 기금사업비로 사용됐다.
 
이에 대해 예정처는 기금 목적에 부합하지 않는 사업들은 정리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내놨다. 기금 목적에 부합하지 않는 R&D, 정보화 및 의료시설 확충과 의료비 지원 등의 사업은 일반회계로 이관하고 당초 목적인 건강증진사업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또한 예정처는 국가금연서비스 사업에 대한 예산을 감액시킨 것에 대해서도 문제를 제기했다. 정부가 지난해 담배부담금 상승으로 2014년 113억원이었던 국가금연서비스 사업을 지난해 1475억원으로 대폭 확대했지만 올해에는 지난해 대비 160억원 감소한 1315억원으로 편성한 것이다.
 
특히 정부가 흡연율 감소 등 국민건강증진을 목적으로 담뱃값을 인상했다는 점에 비춰봤을 때 시작도 하기 전에 예산을 축소 편성하는 것은 당초 정부의 금연정책과는 부합하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정부는 올해 지역사회중심 금연지원서비스와 금연치료지원, 찾아가는 금연지원서비스, 단기금연캠프, 흡연폐해 연구 및 데이터베이스 구축, 금연정책개발 및 정책지원 등 다양한 신규사업을 계획한 바 있다. 하지만 예산편성에 있어서 대부분 감액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아울러 국민건강 증진기금 수입이 증가했음에도 차입운영이 지속되고 있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됐다. 건강증진기금은 재원부족으로 인해 2011년부터 공공자금관리기금으로 매년 차입하여 운영하고 있지만 올해 수입이 증가했음에도 3000억원을 또 차입할 계획이다. 이로 인해 올해 계획한 차입금을 포함하면 누적 차입금은 1조7686억원이며 지급해야 하는 이자만 534억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일각에서는 담뱃값 인상으로 인해 저소득층 흡연자의 건강이 더 악화됐다는 지적도 나왔다. 한국납세자연맹은 19일 “지난 6일부터 납세자연맹 홈페이지에서 벌이고 있는 ‘담뱃세 인하 서명운동’ 참여자들의 의견을 분석해 본 결과, 저소득층일수록 스트레스로 금연에 성공하기 힘들고 오른 담뱃값의 기회비용이 커서 생계에 대한 압박이 심한 것으로 분석됐다”며 이같이 밝혔다.
 
소득이 안정적인 사람들은 흡연 외에도 스트레스를 해결할 대체수단이 비교적 많은 반면에 저소득층인 경우에는 낮은 소득으로 문화생활을 할 여건이 안 돼 흡연 의존도가 높고 또한 소득에서 담배 지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아져 생계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분석이다.
 
담뱃값 인상에 따른 논란은 최근 국정감사에서도 ‘뜨거운 감자’였다. 국민건강 증진 목적이 아닌 세수부족분 메우기, 즉 서민들에 대한 ‘꼼수 증세’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이에 대해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흡연 경고 그림이 시행되면 금연 효과가 굉장히 클 것”이라고 전망했다.
 
박주용 기자 rukaoa@etomato.com
 
최근 국회 예산정책처는 ‘2016년도 예산안 부처별 분석’ 보고서를 통해 담배부담금으로 불리는 국민건강증진기금 수입이 2014년 1조6000억원에서 지난해 2조9000억원으로 약 1조3000억원이 증가했지만 고유 목적인 건강증진사업비 비중은 전체의 28.4% 수준이었다고 분석했다. 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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