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이자의 비아그라(사진 위)와 한미약품의 팔팔정
다이아몬드 모양의 푸른색 알약인 한미약품의 발기부전제 ‘팔팔정’은 ‘비아그라’의 디자인을 모방한 것이 아니라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이번 판결은 대법원이 입체상표의 기능성 판단 기준을 처음 밝힌 것이어서 주목된다.
대법원 2부(주심 조희대 대법관)는 비아그라의 디자인권을 침해했다며 화이자 프로덕츠와 한국화이자제약이 한미약품을 상대로 낸 소송의 상고심에서 원고승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원고패소 취지로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되돌려 보냈다고 16일 밝혔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마름모 도형의 화이자 등록상표는 입체적 형상과 푸른색 계열의 색채를 결합해 구성된 것으로 약제에 속하는 알약의 일반적인 형태”라며 “결합된 색채를 고려하더라도 약제의 형상을 보통으로 사용하는 방법으로 표시한 것에 불과해 식별력이 없다”고 밝혔다.
또 “비아그라와 팔팔정은 제품 형태에 일부 공통되는 부분이 있으나 전문의약품으로서 대부분 병원에서 의사의 처방에 따라 약사에 의해 투약되고 있고, 포장과 제품 자체에 기재된 명칭과 문자상표 및 상호 등에 의해 서로 구별될 수 있어 수요자에게 오인이나 혼동을 일으킬 우려가 있을 정도로 서로 동일 또는 유사하다고 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이어 “이 같은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한미약품이 팔팔정을 생산 양도하는 등의 행위는 부정경쟁방지법상 부정경쟁행위에도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며 “이와는 다른 해석으로 두 상품이 동일 또는 유사하고 한미약품의 팔팔정 생산 양도 행위를 부정경쟁행위로 판단한 원심은 위법하다”고 판시했다.
앞서 화이자 등은 한미약품의 팔팔정이 자사 비아그라의 고유한 모양인 푸른색 다이아몬드 모양을 그대로 모방해 디자인권을 침해하고, 비아그라의 명성에 편승하는 등 부정경쟁행위를 하고 있다며 소송을 냈다.
1심은 화이자 등의 주장이 모두 이유 없다며 받아들이지 않았으나 2심은 이를 뒤집고 화이자 등의 청구를 모두 받아들여 팔팔정 생산을 중단하고 제품도 모두 회수해 폐기하라고 판결했다. 이에 한미약품이 상고했다.
최기철 기자 lawch@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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