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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틀 잡으면 뭐하나…수박 겉핥는 농협 국감
검찰 수사중인 비리의혹 외면…"8년간 재임 소회어떠냐" 질문 낭비
2015-10-06 16:40:30 2015-10-06 16:40:30
농협중앙회와 농협금융지주에 대한 국정감사가 ‘수박 겉핥기’식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관할 국회 상임위원회가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농해수위)다보니 금융보다는 경제 부문에 초점이 맞춰질 수밖에 없겠지만, 최근 농협 수뇌부의 비리 의혹으로 검찰 수사가 진행중임을 감안할 때 의원들의 날선 질문들은 찾아볼 수 없었다.
 
국회 농해수위는 6일 농협중앙회와 농협금융지주에 대한 국감을 진행했다. 농협 국감은 이틀 일정으로 진행되는데 둘째날인 7일에는 농협경제지주가 국감을 받는다.
 
금융권은 농해수위가 올해 유독 이틀 일정으로 농협 국감을 하겠다는 것은 연말 임기가 끝나는 최원병 회장 등 농협 수뇌부의 비리 의혹을 집중적으로 캐묻겠다는 의도로 봤다.
 
이날 국감이 열리기 전에 최 회장도 "농협 관련 수사가 진행 중이라는 점을 잘 알고 계실 것"이라고 운을 떼며 "제기되는 여러 의혹은 수사가 끝나면 명백히 밝혀질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현재 검찰은 농협은행의 특혜대출이나 농협 계열사의 일감 몰아주기 의혹에 대한 수사를 진행중이다. 최원병 회장의 측근으로 분류되는 인물들이 줄줄이 구속되면서 검찰 수사가 점점 최 회장 등 수뇌부로 향하고 있는 상태.
 
하지만 정작 국감에서는 검찰 수사중인 사항에 대해 의원들의 날선 질문은 듣기 힘들었다. 연말 임기 만료를 앞둔 최 회장에게 재임 동안의 소회를 묻거나, 중앙회장의 선출제도와 상임직제로의 변경 등에 대한 내용이 눈에 띄었다.
 
최 회장도 후임 회장 선출에 대한 부분에 대해서는 적극적인 의견을 피력했다.
 
그는 "농협중앙회장의 권한이 거의 없다'며 "권한이 있다면 매를 맞아도 맞겠다"며 현재 비상임 명예직인 중앙회장을 상임직으로 전환했으면 하는 바람을 내비쳤다. 대의원 간선제로 진행중인 중앙회장 선출과 관련해서도 "대상자를 확대해주는게 낫지 않겠나"며 직선제 전환을 희망했다.
 
이날 국감에는 김용환 농협금융지주 회장과 김주하 농협은행장도 참석했으나 의원들의 질타는 없었다.
 
김용환 회장에게서는 전임 수출입은행장으로서 경남기업 부실 대출에 대한 해명을 들을 수 없었으며, 시중은행 가운데 조선업체 빚을 가장 많은 농협은행의 대출 적정성 여부에 대한 질의도 없었다. 
 
대신에  과도한 직원 대상 우대대출, 금융사기 급증, 농협 임직원 우대대출, 서민금융대출 실적 미비 등에 대한 지적들과 농협금융의 해외진출 계획 등에 대한 질문만 있었다.
 
국감에 참여한 농해수위 의원실 관계자도 "의원들이 검찰 조사가 진행중인 비리 의혹에 대한 질문을 하기는 부담스러워하는 면이 있다"고 말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중앙회장과 오랜 연을 맺어온 사이인데 민감한 문제를 캐묻겠냐"고 말했다.
 
이종용·김형석 기자 yong@etomato.com
 
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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