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유로존 회복세가 주춤해지고 있는 가운데 긴축정책이 다시 힘을 받고 있다. 올 상반기까지만해도 긴축재정으로 고통 받고 있는 유럽 각지에서 반(反)긴축 바람이 몰아닥쳤던 것과는 상반된 분위기다.
긴축으로 인한 고통보다는 경제회복의 불씨를 살리는 것이 먼저라는 인식이 강하게 작용하고 있는데 따른 결과로 풀이되고 있다. 글로벌 경제 위축 여파로 경제 회복세가 꺽이는 신호가 곳곳에서 발생하자 위기의식이 작용한 것이다.
긴축 반대를 표어로 내세우며 집권했던 그리스 현 집권당인 시리자가 경제 재건을 위해 긴축정책으로 돌아선 것 역시 긴축 지지 여론 변화에 상당한 영향을 미친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그리스, 포르투갈에 이어 스페인까지(?)
5일(현지시간) 포르투갈 총선에서 긴축 정책을 시행한 사회민주당이 승리했다. 일각의 예상을 깬 결과다. 유럽에서 2011년 재정위기가 닥친 후 긴축 정책을 추진한 집권당이 재선에 성공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페드루 파수스 코엘류 포르투갈 총리(사진)가 총선 승리가 확실시되자 리스본에서 환호하는 지지 자들을 향해 손을 흔들고 있다. (사진=뉴시스)
포르투갈은 지난 2011년 그리스와 아일랜드에 이어 세 번째로 구제금융을 받은 이후 지난해 5월 빚을 모두 청산했다. 현 집권당을 이끄는 파수스 코엘류 총리는 구제금융을 받는 대가로 사회복지 혜택 축소, 공무원 임금 삭감 등 엄격한 긴축정책을 시행했다. 과정은 고통스러웠지만 결과는 성공적이었다는 평가다.
포르투갈은 지난해 0.9% 경제성장률을 기록한데 이어 올해는1.6%까지 달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실업률도 10% 초반대로 떨어졌다.
영국 일간지 가디언은 "세금 인상과 예산 삭감 등 긴축재정을 실행한 결과, 지난 3년간의 침체기에서 벗어나 열매를 맛보고 있는 중"이라며 "점진적인 회복구도로 진입하고 있는 단계"라고 전했다.
이어 "이번 총선 결과도 정부의 긴축정책으로 인한 결과물을 높게 평가받은 셈"이라고 덧붙였다.
구제금융을 지원받는 조건으로 채권단과 강도 높은 긴축을 시행키로 결정한 그리스 치프라스 총리가 지난달 치른 조기 총선에서 재신임에 성공한 이후 포르투갈까지, 유로존에서 긴축파들이 계속해서 정권 창출에 성공하고 있다.
오는 12월 총선을 앞두고 있는 스페인에서도 긴축에 반대하는 신생 좌파 포데모스의 지지율이 점차 떨어지고 있는 추세다. 마리아노 라호이 현 스페인 총리가 이끄는 우파 정부가 재집권에 성공할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고 있다.
스페인은 지난 2013년 장기간에 걸친 불황에서 탈출해 성장 국면으로 들어섰다. 스페인 정부는 올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3.3%에 이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마리아노 라호이 스페인 총리가 이끄는 우파 정부는 그간의 긴축 정책이 스페인 경제성장을 이끌었다고 주장하며 이번 총선에서도 긴축을 통한 경제성장을 전면에 내걸고 있다.
가디언은 "스페인의 유권자들은 앞선 그리스와 포르투갈의 사례를 충분히 목격한 만큼 긴축에 대한 필요성을 재차 실감하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긴축정책 접을 때 아냐" 경제 성장이 급선무
파이낸셜타임즈(FT)는 포르투갈의 총선 결과를 두고 '혹독한 긴축정책의 승리'라고 표현했다.
스페인 총선에서도 긴축정당의 승리 가능성이 힘을 얻는 것 역시 아직은 긴축정책을 접을 때가 아니라는 인식이 유로존 전반에 퍼져있다는 방증으로 해석되고 있다.
이처럼 반긴축 여론이 급격히 사그러든 이유는 무엇보다 유로존의 경제 회복세가 주춤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유로존 주요국들의 이달 제조업지표가 일제히 예상치를 밑돌면서 성장세가 일단락되자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유로존 9월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 확정치가 52.0으로 집계되면서 지난 8월 52.3보다 후퇴했다. 올해 3분기 유로존 국내총생산(GDP)도 예상치를 밑도는 0.4% 수준에 그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전례 없는 양적완화가 시행되고 있음을 감안하면 현재 경제 회복 속도는 저조하다는 것이 전반적인 시장의 평가다. 특히 남유럽 경제 취약국의 경우, 아직 경제 회복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는 가운데 독일 마저 폭스바겐 사태로 휘청이면서 유로존 경제를 바라보는 시각도 점점 어두워지고 있다.
마리오 드라기 유럽중앙은행(ECB) 총재도 경제 회복세가 만족스럽지 못할 경우, 추가 양적완화 시행을 망설이지 않겠다고 공언한 상태다.
마켓워치는 "쓰러져가던 유로존 경제를 되살린건 가혹한 긴축정책 덕택"이라며 "아직은 긴축정책을 접을 시기가 아니다"라고 진단했다.
이어 "유로존에 다시 불고 있는 긴축 옹호 바람은 이번 스페인 총선 결과를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수경 기자 add1715@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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